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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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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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사의 시청률이 바닥을 맴돌고 있다.

개국 첫날 0.5%대 근처를 오락가락 하더니 주말에도 그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아직 개국 초기이니 ‘종편의 실패’로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상파의 스타 PD들과 화려한 스타들을 대거 영입하며 자신들의 언론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넘치는 의욕을 보였던 개국 전의 노력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성적이다. 종편은 전국의 2000만 유료방송 가입 가구에 모두 송출되는 특혜를 따냈다. 그 중 조선TV는 지상파처럼 전국의 채널 번호를 하나로 통일하는 유리한 조건까지 확보했다.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동안 종편을 반대해 온 사람들은 ‘특혜방송’의 출범이 언론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보수 정권과 보수 언론과 보수 재벌의 언론장악 음모에 의한 합작품이라고 비난하는 주장도 있다. 이에 반해 찬성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위해 종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TBC나 동아방송 등 전국 64개 언론사가 통폐합 당했던 사건을 예로 들며 독재 정권의 부산물을 원상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주장에 힘을 실어 주듯 그 사건의 주모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개국 직전 언론통폐합으로 인해 언론계가 고통을 겪은 데 대해 유감 표명을 하기까지 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31년 만의 유감 표명이다.

종편이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할지 아니면 망가뜨릴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종편으로 인해 광고 시장이 엄청난 회오리를 겪고 있는 현실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나 금융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들에게 광고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각종 '행사'나 '물품협찬'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종편들은 개국하기 전부터 수차례 기업의 임원들이나 홍보 담당자들을 불러 각종 설명회를 가졌다.

그들은 지상파의 70%에 달하는 높은 광고단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케이블의 인기 프로그램보다 훨씬 못한 시청률을 보여 준 종편이 케이블의 10배가 넘는 광고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거절할 경우 종편들이 보유한 신문의 지면이 무서운 무기로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걸 기업의 관계자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의 광고단가는 시청률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 시장의 원칙이고 상식인데, 그 원칙과 상식이 무시되고 강한 무기를 가진 자에 의해 광고 시장이 유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 광고 시장의 여파는 힘이 약한 케이블 사들에게 밀어닥칠 것이다. 특히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상업성이 적은 채널들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한국지역방송협회에 소속된 지역민방 9개사는 25일 밤에 ‘위기의 지역방송,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긴급 좌담회를 공동으로 기획하고 제작하여 함께 방영했다. 그와 함께 광고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방지할 유일한 법률인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법을 아직도 표류시키고 있는 국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 법의 통과를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주말 이외수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바닥치기 시청률로 엄청난 광고료 요구했다는 종편. 콩나물 보여 주면서 산삼값 받아내면 사기행각 아닌가요”라고 조롱했다. 그 조롱이 분노로 변하기 전에 미디어랩법의 국회 통과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 수많은 시청자들을 화나게 하면 ‘종편의 실패’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

(* 이 글은 12월 8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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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도청의혹 사건’이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결정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건의 발단은 KBS의 수신료 인상안이었다. 한나라당의 인상안에 합의해 줬던 민주당이 여론의 질타를 견디지 못하고 합의를 뒤집자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한선교 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회 ‘녹취록’을 공개했고, 그에 대해 도청 공세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KBS 장모 기자를 도청 용의자로 지목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그러나 장 기자는 민주당의 문제제기가 나온 직후인 6월 27일의 회식에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분실했다고 진술했고, 그 후 3차례의 소환 조사에서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한 의원도 국회 회기 중이라는 이유로 계속 소환에 불응하다가 “처음 보는 사람이 문건을 건넸고 지금은 갖고 있지 않다”는 서면 답변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누가 봐도 증거인멸 혐의가 짙은 분실이고, 앞뒤가 안 맞는 황당한 답변이었지만 그들의 진술은 인정되었다. 경찰은 “장 기자의 자백이나 도청 목격자, 녹음기 등 직접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한 의원에게 (민주당 비공개회의 녹취록이) 전달된 경로도 입증하지 못했다”며 수사 종결을 발표했다.
 
참으로 어이없고 무성의한 수사결과다. 촛불집회나 노동자 시위 등 시국사건에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참가자들을 잡아내는 ‘유능한’ 경찰이 이 사건에서는 늑장 수사와 증거확보 실패의 ‘무능한’ 경찰로 변신했다. 애당초 수사의지만 있었다면 증거확보도 가능했고, 관련자들의 조사를 통해 진실을 쉽게 밝혀낼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런 사건이 미궁에 빠진 것은 정치권력이나 언론권력과 관련된 경찰의 눈치보기가 드러난 결과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KBS 사측은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KBS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불법행위에 관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KBS 직원들은 의미심장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7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자체 조사에서도 ‘회사 쪽의 입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응답이 96%에 이르렀다. 여론은 더 싸늘하다.

언론들은 경찰의 부실수사를 질타하고 있다. 11월 2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는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초유의 국회 도청의혹 사건은 의혹만 키워놓은 채 또 하나의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고 했다. 동아일보 역시 3일 ‘기자의 눈’에서 “분명 누군가가 도청을 해 문건까지 만들었는데 도청한 사람은 없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3일 성명에서 “이제 남은 방법은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해 도청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민주당은 7일 ‘국회 민주당 당 대표실 불법도청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해왔지만 행동은 말만큼 강경하지 못했다. 수신료 인상안에 합의했다가 번복하는 과정부터 떳떳하지 못하더니 진실 규명을 위해 거대 언론인 KBS와 싸우는 것에 부담을 느껴 눈치를 본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제 특검법안의 관철과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의혹에서 벗어나 신뢰를 쌓는 길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도 특검법 발의에 지체 없이 응해야 한다. 자기 당 의원이 관련되어 있다고 해서 특검을 가로막는다면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불신과 비판을 받을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잠시 가릴 수는 있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 미국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을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거짓말하는 권력에 분노하여 끈질기게 의혹을 파헤친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 같은 ‘진실의 수호자’가 지금 우리 사회의 어디엔가에서 끈질기게 ‘국회 도청의혹’을 파헤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11월 8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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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 4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엄청난 반향이 일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찬양 일색이다. 이런 인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건 바로 대중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예리한 독설로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 미디어들이 주저하며 건드리지 못하는 문제들을 시원하고 통쾌하게 긁어주고 있는 ‘나꼼수’는 대안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정치풍자는 그동안 케이블이나 라디오에서 종종 다뤄왔다. 하지만 ‘나꼼수’는 다루는 주제부터 형식까지 이전 방송과는 확연히 차별된다. BBK, 무상급식, 청계재단, 반값 등록금, 인천공항 매각, 삼화저축은행, 곽노현 등 현 정권과 관련된 어두운 사건들을 최대한 자신들의 개성을 살려 거침없이 까발린다. 언론에 기사화된 내용들은 물론이고 사건 뒤에 숨겨져 있는 실상이나 그 후의 진행 상황을 파헤쳐서 정치에 관심이 없던 청취자들까지 빠져들게 한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 등장하는 광대처럼 낄낄거리고 비틀면서 정치를 비꼬고 풍자한다. 리어왕은 “금년은 바보가 손해 보는 해/지혜 있는 사람이 바보가 되어/지혜를 쓰는 법도 잊어버려서/그들의 태도가 이상해졌네./금년은 바보가 손해 보는 해”라고 비꼬는 광대의 충고를 듣지 않고 바보처럼 딸들을 믿었다가 그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팟캐스트 국내 정치부문 1위에 이어 세계 정치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계속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나꼼수’는 이 시대 ‘정치 광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이렇게 정치 광대의 인기가 높으면 높을수록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죽이려 드는 권력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연산군 때 공길이라는 광대는 임금의 황음무도함을 풍자하는 놀이를 자주 벌였는데, 그 일이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옥에 갇힌 뒤부터 단식을 하는 이유를 묻는 연산군에게 그는 “논어에 이르기를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어버이는 어버이다워야 하며/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했는데,/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면/비록 창고에 곡식이 가득한 들/내 어찌 먹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대꾸했다. 그 말에 분노한 연산군에 의해 공길은 처참하게 매를 맞고 죽임을 당했다. 그의 이 짤막한 에피소드는 재능 있는 작가와 감독에 의해 연극 「이(爾)」와 영화 「왕의 남자」로 재탄생되어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정치가 죽을지 광대가 죽을지 지나봐야 알 일이지만 이번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보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모 한나라당 의원이 '나는 꼼수다'의 거친 표현에 문제가 있다면서 제재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방통위는 “딴지라디오와 관련해서 민원접수나 신고는 없었다”며 추후에 민원접수 하게 되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마치 누군가에게 빨리 민원 신고를 해야 ‘나꼼수’를 재제할 근거가 생긴다고 힌트를 주는 것 같다. 게다가 앱스토어나 팝캐스트의 심의도 검토하고 있는 게 확실한 듯 하니 리어왕의 광대가 들으면 “지혜를 쓰는 법도 잊어버려서” 그들의 태도가 이상해져 버렸다고 또 한 번 비꼴 듯 싶다. 바보라는 놀림을 받지 않고 현명한 정치를 하려면 ‘나꼼수’ 광대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텐데 눈 멀고 귀 막힌 정치인들이 과연 그렇게 할지 심히 걱정스럽다.

(10월 19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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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많은 19살, 나는 최고의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서울사대 독어과의 문을 들어섰다.
 
그러나 나의 꿈은 현실의 벽에 부딪쳐 표류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학비와 숙식을 해결하느라 서울의 최하층 유랑민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오늘은 이 집, 내일은 저 집으로 얼굴 아는 친구나 선후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서 하룻밤 신세를 졌다. 그리고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간제 그룹지도도 하고, 개인 지도도 하고, 입주해서 먹고 자며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2학년 봄에 우연히 연극반 연습실에 놀러 갔다가 배우 한 사람이 안 나와 대본 대신 읽어준 게 계기가 되어 사대연극반원이 되고 말았다. 그 뒤 낭만적이고 예술적인 연극반의 분위기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그러나 연극에 대한 나의 열정은 참으로 무모하고 위험한 것이었다. 밤을 새운 연습과 공연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일이었고, 그 외의 모든 것은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생활은 무질서하고 방탕해졌다. 매일같이 술에 절어 지내면서 예술적 영감에 가득 찬 천재인 양 행세하고, 세속적인 모든 것을 경멸하고, 교만과 자만심에 가득 찬 허세 덩어리가 되어 갔다.
 
그러다가 3학년 말에 덜컥 병에 걸리고 말았다. ‘활동성 중등증’ 즉 2기 결핵이었다. 주사약과 약병으로 가득 찬 방에서 나는 날개 꺾인 새처럼 외로웠다. 결핵과 싸우는 동안 나는 양의의 치료에 의지하지 않고, 여러 한의사와 돌팔이 도사와 무면허 약사들의 치료를 받았다. 양약을 먹으면 토하고 구역질이 나고 몸이 견디질 못할 정도로 거부반응이 있어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집안 형편에 장남이 병에 시달리니 내 병은 온 가족의 걱정거리였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누이들도 결핵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들을 챙겨주느라 무척 마음을 썼다.

나는 단전호흡도 해보고, 침과 뜸과 한약과 홍삼 등 수많은 치료법을 내 몸에 직접 실험했다. 조금씩의 효험은 봤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투병하며 지내다보니 웬만한 의사는 우습게 아는 골치 아픈 환자였다. 친구들과 함께 놀러 다닐 때도 가슴에 품은 죽음의 균을 의식해야 하는 우울한 청춘이었다. 미열과 식은땀, 각혈은 내 청춘의 동반자였다. 이렇듯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나는 결핵과의 싸움으로 몸과 영혼이 엄청 시달렸다. 그런 몸으로 연극을 하고 영화를 하고 판소리를 했으니 뭐 하나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체력이 약해서 공연을 하고 나면 꼼짝 못하고 쉬어야 했고, 호흡기가 약하니 판소리도 마음대로 부를 수 없었다. 배우나 작가나 연출가로 활동하고 싶은 예술적 욕망은 갈수록 높아졌지만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니 가슴속의 울화만 쌓여갔다.

그렇게 15년을 끌어오던 결핵이 결혼 2년 만에 말끔히 나아버린 일은 내 인생을 새롭게 전환시킨 사건이었다. 결혼한 다음날부터 아내는 양의와 한의 모두를 찾아다니며 몸에 좋다는 약과 음식은 구할 수 있는 대로 구해서 먹이고, 효험이 있다는 곳은 어디든 나를 끌고 다녔다. 심지어는 예수의 은총으로 병을 낫게 해준다는 기도사에게도 끌고 갔다. 나 역시 결혼 생활을 하고 아이도 낳으려면 병을 고쳐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양약과 한약도 함께 먹고 기도원에도 다녔다.

그런지 2년쯤 지난 어느 날, 예약된 날에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와 균 검사를 했다. 그런데 오호라! 놀랍게도 완치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아내와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병원 앞에서 끌어안았다. 결핵이 낫고 난 뒤에는 간염에 걸려 2년간 투병을 했고, 항생제 복용의 후유증으로 위염과 장염으로도 한동안 고생했으나 모두 ‘격퇴’했다. 지금 나는 아내의 헌신적인 간호와 사랑 덕에 건강하고 활기 있는 중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병마와의 싸움으로 힘겹게 보낸 청춘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건강하고 활기 찬 청춘을 보낼 수만 있다면, 나는 젊음의 타오르는 열정 따위는 얼마든지 절제하며 살 수 있을 듯싶다.

(*경향신문 10월 11자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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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미디어렙(방송광고대행사)법 조속처리’에 합의했다.

처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6인 소위원회를 만들어 6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다. 지난 2년 간 지지부진 끌어 온 미디어렙법이 드디어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일까? 희망 섞인 예측도 있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문방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9월 9일 본회의 처리”를 강조했지만, 허원제 한나라당 법안심사소위원장이 “시한을 못 박을 필요는 없다”는 애매한 말을 한 걸로 보아 또다시 미루기 작전을 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팽배하다. 지금까지 소극적으로 미뤄오던 행태로 봐서 또 다시 흐지부지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미디어렙법은 그동안 여야가 입만 열면 처리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법안이다. 8월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거짓 약속이 되고 말았다. 국민들에게 공언한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종편(종합편성채널)의 방송 광고 직거래를 금지하고 미디어 렙에 포함시키자는 민주당 안과 그 안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온갖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디어렙법의 제정을 미뤄 왔다. 그동안의 행태에 대해 대기업과 보수 신문에 유리한 방송 광고 제도를 통해 재집권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만들려 한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그 비판에 대해 이렇다 할 반박을 못하는 걸 보면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민주당 역시 웬일인지 법안 처리에 뜨뜻미지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다가 지난달 23일 시작된 언론노조의 총파업으로 인해 국회 분위기가 달라졌다. 파행을 거듭하던 문방위가 부랴부랴 법안 심의의 정상화에 합의한 것이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31일의 성명을 통해 “미디어렙법의 제정이 무산되고 조·중·동 방송의 광고 직거래가 허용된다는 것은 이 나라가 심판받지 않는 권력인 조·중·동 족벌의 것이 되고 그들의 존속을 위해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제물’로 바쳐진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또 ‘국회’라는 공론의 장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를 감시하고 언론의 공공성과 다양성이 지켜지는 성과물을 국민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렙법 제정은 한시가 급하다. 종편들의 연말 개국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디어렙법이 9월 국회를 넘겨 거대 신문사들이 만든 방송사가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서게 될 경우, 이 나라의 언론은 종편언론과 막강한 재력을 휘두르는 광고주에 의해 장악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신문과 방송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은 눈에 보듯 뻔하다. 소수의견을 대변해야 될 많은 지역 방송과 종교 방송 등이 생존의 위협을 받음에 따라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과 다양성이 파괴되고 미디어 생태계 전반이 왜곡되는 상황이 가져 올 결과는 참으로 우려스럽다.

그러니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고 매체 간 균형발전을 이루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미디어렙법은 어떤 일이 있어도 9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만에 하나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처리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회의 직무유기이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입장이 바뀌어야 한다. 말로는 미디어의 공생과 다양성을 얘기하면서 속으로는 거대 언론과의 담합을 살피는 정치적 꼼수를 그만둬야 한다. 민주당 역시 당력을 총집중해서 미디어렙법 처리에 대한 실천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입으로만 큰소리칠 게 아니라 사생결단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9월 5일 기자협회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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