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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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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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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퇴직자가 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선배나 친구들이 퇴직하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후배들의 퇴직 소식도 자주 들려온다. 퇴직자들과 술자리가 잦아지다보니 '퇴직증후군'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 증후군 중 공통된 증상 하나가 '출퇴근강박증'이었다.

나 역시 장관직을 그만두고 출퇴근을 하지 않게 되었을 때 주변에서 퇴직자 취급을 했다. 하지만 나는 본시 출퇴근을 하지 않는 예술가의 생활에 익숙해 있어서 심각한 증세를 느끼지 못하고 가볍게 지나왔다. 그런데 젊어서부터 직장생활만을 해 온 대부분의 퇴직자들은 그 증상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퇴직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평균 수명은 갈수록 높아지니 앞으로 우리 사회에 출퇴근강박증 환자는 엄청 늘어날 것이다.


그 증상은 먼저 가족과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1식님 2식씨 3식놈'이란 우스갯소리가 우습게만 들리지 않을 만큼 퇴직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와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부인이나 가족들에게도 힘겨운 일들이 밀어닥친다. 주변의 지인들이 지나가면서 던지는 "요즘 뭐하세요"라는 질문도 그들을 한없이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는 뭐니뭐니해도 '출퇴근'이다. 그래서 모두들 출퇴근하는 생활을 연장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허겁지겁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도 하고, 스스로 사무실을 차려 새로운 직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보다 몇 년 더 출퇴근이 연장되었다고 해도 그뿐이다. 언젠가는 누구나 직장을 잃고 출퇴근강박증의 포로가 된다. 포로가 된 사람들은 대부분 남들에게 감추고 싶은 우울증이나 좌절감이나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거린다. 직장에서 돈을 버느냐 못 버느냐는 이차적인 문제다. 내 이름 앞에 내세울 직장이 없다는 것, 아침을 먹고 집을 나가 갈 곳이 없다는 현실이 그를 이 사회의 낙오자로 몰고 가는 것이다.

미국의 극작가인 아더 밀러는 '세일즈맨의 죽음'이란 희곡에서 해고당한 아버지가 자동차사고를 위장해 실직자인 백수 아들에게 보험금을 물려주고 죽어가는 비극을 그리고 있다. 그 연극은 1940년대의 미국을 강타하고 지금까지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직장을 잃은 아버지들의 비극이 우리 사회에도 넘쳐나고 있다. 아더 밀러는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세일즈맨의 죽음을 통해 미국의 자본주의에 대해 통렬한 수술용 칼을 들이댔다. 그 칼은 신자본주의가 넘쳐나는 2012년의 한국사회에도 유효하다. 신자본주의의 꽃인 직장인으로 훌륭하게 살아 온 이 사회의 수많은 가장들에게 퇴직 후의 탈출구는 죽음 밖에 없는 것일까.



이 가슴 아픈 고민이 요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지인의 초청으로 지리산 부근을 여행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여행에서 만난 몇몇 분이 그 고민의 해법을 보여주었다. 한 분은 대기업의 임원에서 퇴직한 분으로 수천 점의 옹기를 수집한 취미를 살려 야산에 옹기박물관을 짓고 있었다. 내가 묵은 지리산 산자락의 아담한 펜션에서는 서울시의 공무원이었던 분이 부인과 함께 손님을 맞으며 소박한 산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그는 목각과 서예의 취미를 살리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행복하다고 했다. 섬진강 부근의 화개장터에서는 도시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친이 운영하던 양조장을 이어받아 최고의 막걸리를 만들려는 꿈에 불타는 젊은이를 만났다. 그들은 모두 훌륭하게 자신의 '직업'을 일군 사람들이었고,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만족해했고, 여전히 꿈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 해법은 '직장'이 아니라 '직업'에 있었다. 그 직업이 옹기점 주인이면 어떻고 양조장 주인이면 어떤가. "직장이냐 직업이냐, 이것이 문제로다"하면서 햄릿처럼 회의하고 주저하다가는 출퇴근강박증에 걸려 죽음처럼 불행한 노후를 보내게 될지 모른다. 자신의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찬양 받고 이 사회의 꽃이 되는 날을 꿈꾸어 본다.

(이 글은 1월 20일자 한국일보 '김명곤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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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물 시리즈’의 애청자다.

‘북극의 눈물’로 시작해 ‘아마존의 눈물’을 거쳐 ‘아프리카의 눈물’을 넘어서 남극까지 온 이 자연다큐 시리즈는 눈물과 감동의 대하드라마다. 단순히 추운 극 지대나 대륙의 오지를 필름에 담았다고 감동을 받은 게 아니다. 아마존의 오지에서 독충에 물려 다리가 부어오르고, 남극의 추위로 뺨에 동상이 걸리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황폐해져 가는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려는 제작진의 목숨을 건 뚝심과 치열함이 없다면 그런 감동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 방영되는 ‘남극의 눈물’(연출 김진만 김재영) 편 또한 1년여 동안 남극의 얼음 위에서 목숨을 건 촬영으로 남극동물들의 생태를 담았기에 또 한 번 감동의 폭풍에 휩싸일 수 있었다. 그런데 호사다마인가. 12월 23일의 프롤로그 방송부터 당혹스러운 논란이 일었다.

일본 쇼와기지의 남극 출항 과정을 소개하면서 ‘욱일승천기’를 보여준 게 발단이었다. 욱일승천기는 1889년 일본 해군의 군함기로 지정된 뒤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 된 깃발이다. 그 깃발이 나온 화면과 함께 “패전의 아픔 속에 일본은 새로운 희망을 찾아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남극에 진출했다”는 내레이션 부분도 논란이 됐다.
 

방송 뒤 시청자 게시판에는 “‘남극의 눈물’이 아니라 ‘일본의 눈물’을 방송하나?”, “위안부 할머니가 보시면 기절할 패전의 아픔” 등과 같은 비난 글이 쇄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제작진은 MBC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이 해상자위대 깃발(일명 욱일승천기)을 단 군함을 남극에 보내는 것은 역사적으로 현재적으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실 자체가 일본이 국가적으로 남극대륙을 향해 가진 강한 집념과 의도를 상징한다. 저희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의미에서 방송에서 등장을 시켰고 이 질문에 대해서는 4부 ‘인간, 그리고 최후의 얼음대륙’ 편에서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고 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왜 우리가 과거의 잘못도 반성하지 않는 나라에 패전의 아픔까지 동감해야 하는 건가?”, “사과는 절대 안 하고 자신들이 옳다고만 주장한다” 등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하는 글들을 올렸다. 아무리 분이 나더라도 아직 4부가 방영되지 않았으니 이 문제는 4부를 본 다음에 따지는 게 옳을 듯싶다.
 

그런 논란 가운데 1월 6일 밤 11시에 1부 ‘얼음대륙의 황제’ 편이 방송됐다.



황제펭귄의 짝짓기부터 새끼를 키워내는 경이로운 과정과 새끼를 향한 황제펭귄의 놀라운 부성애,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허들링 등 자연다큐라기보다 휴먼다큐와 같은 감동으로 수많은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이번엔 또 다른 당혹스러운 상황이 생겼다.

KBS 1TV가 6일 밤 10시에 BBC의 ‘프로즌 플래닛’(Frozen Planet)을 방영한 것이다. BBC의 ‘플래닛’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지구자연 다큐멘터리다. KBS 측은 “공영방송 간의 콘텐츠 교류로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이며 6일 방송은 연초 시청자 서비스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영 후 ‘남극의 눈물’ 시청률은 11.4%, ‘프로즌 플래닛’ 시청률은 12.8%로 KBS ‘프로즌 플래닛’의 1차 승리로 끝났다.
 

MBC로서는 참으로 분하기 짝이 없는 일일 듯하다. 만약 KBS가 ‘남극의 눈물’ 방영 때마다 1시간 전에 같은 소재를 다룬 남의 나라 다큐를 방영한다면 “‘남극의 눈물’에 대한 인기를 줄이려는 꼼수 의혹을 넘어 상도덕을 어긴 경우”라는 MBC의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누가 봐도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그러한 편성은 지구 환경의 심각성이 아니라 치졸한 시청률 싸움에 몰두하는 방송 환경의 심각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으로 번지지 않겠는가.

(*이 글은 1월 11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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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사의 시청률이 바닥을 맴돌고 있다.

개국 첫날 0.5%대 근처를 오락가락 하더니 주말에도 그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아직 개국 초기이니 ‘종편의 실패’로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상파의 스타 PD들과 화려한 스타들을 대거 영입하며 자신들의 언론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넘치는 의욕을 보였던 개국 전의 노력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성적이다. 종편은 전국의 2000만 유료방송 가입 가구에 모두 송출되는 특혜를 따냈다. 그 중 조선TV는 지상파처럼 전국의 채널 번호를 하나로 통일하는 유리한 조건까지 확보했다.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동안 종편을 반대해 온 사람들은 ‘특혜방송’의 출범이 언론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보수 정권과 보수 언론과 보수 재벌의 언론장악 음모에 의한 합작품이라고 비난하는 주장도 있다. 이에 반해 찬성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위해 종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TBC나 동아방송 등 전국 64개 언론사가 통폐합 당했던 사건을 예로 들며 독재 정권의 부산물을 원상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주장에 힘을 실어 주듯 그 사건의 주모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개국 직전 언론통폐합으로 인해 언론계가 고통을 겪은 데 대해 유감 표명을 하기까지 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31년 만의 유감 표명이다.

종편이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할지 아니면 망가뜨릴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종편으로 인해 광고 시장이 엄청난 회오리를 겪고 있는 현실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나 금융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들에게 광고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각종 '행사'나 '물품협찬'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종편들은 개국하기 전부터 수차례 기업의 임원들이나 홍보 담당자들을 불러 각종 설명회를 가졌다.

그들은 지상파의 70%에 달하는 높은 광고단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케이블의 인기 프로그램보다 훨씬 못한 시청률을 보여 준 종편이 케이블의 10배가 넘는 광고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거절할 경우 종편들이 보유한 신문의 지면이 무서운 무기로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걸 기업의 관계자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의 광고단가는 시청률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 시장의 원칙이고 상식인데, 그 원칙과 상식이 무시되고 강한 무기를 가진 자에 의해 광고 시장이 유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 광고 시장의 여파는 힘이 약한 케이블 사들에게 밀어닥칠 것이다. 특히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상업성이 적은 채널들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한국지역방송협회에 소속된 지역민방 9개사는 25일 밤에 ‘위기의 지역방송,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긴급 좌담회를 공동으로 기획하고 제작하여 함께 방영했다. 그와 함께 광고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방지할 유일한 법률인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법을 아직도 표류시키고 있는 국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 법의 통과를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주말 이외수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바닥치기 시청률로 엄청난 광고료 요구했다는 종편. 콩나물 보여 주면서 산삼값 받아내면 사기행각 아닌가요”라고 조롱했다. 그 조롱이 분노로 변하기 전에 미디어랩법의 국회 통과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 수많은 시청자들을 화나게 하면 ‘종편의 실패’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

(* 이 글은 12월 8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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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도청의혹 사건’이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결정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건의 발단은 KBS의 수신료 인상안이었다. 한나라당의 인상안에 합의해 줬던 민주당이 여론의 질타를 견디지 못하고 합의를 뒤집자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한선교 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회 ‘녹취록’을 공개했고, 그에 대해 도청 공세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KBS 장모 기자를 도청 용의자로 지목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그러나 장 기자는 민주당의 문제제기가 나온 직후인 6월 27일의 회식에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분실했다고 진술했고, 그 후 3차례의 소환 조사에서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한 의원도 국회 회기 중이라는 이유로 계속 소환에 불응하다가 “처음 보는 사람이 문건을 건넸고 지금은 갖고 있지 않다”는 서면 답변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누가 봐도 증거인멸 혐의가 짙은 분실이고, 앞뒤가 안 맞는 황당한 답변이었지만 그들의 진술은 인정되었다. 경찰은 “장 기자의 자백이나 도청 목격자, 녹음기 등 직접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한 의원에게 (민주당 비공개회의 녹취록이) 전달된 경로도 입증하지 못했다”며 수사 종결을 발표했다.
 
참으로 어이없고 무성의한 수사결과다. 촛불집회나 노동자 시위 등 시국사건에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참가자들을 잡아내는 ‘유능한’ 경찰이 이 사건에서는 늑장 수사와 증거확보 실패의 ‘무능한’ 경찰로 변신했다. 애당초 수사의지만 있었다면 증거확보도 가능했고, 관련자들의 조사를 통해 진실을 쉽게 밝혀낼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런 사건이 미궁에 빠진 것은 정치권력이나 언론권력과 관련된 경찰의 눈치보기가 드러난 결과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KBS 사측은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KBS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불법행위에 관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KBS 직원들은 의미심장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7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자체 조사에서도 ‘회사 쪽의 입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응답이 96%에 이르렀다. 여론은 더 싸늘하다.

언론들은 경찰의 부실수사를 질타하고 있다. 11월 2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는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초유의 국회 도청의혹 사건은 의혹만 키워놓은 채 또 하나의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고 했다. 동아일보 역시 3일 ‘기자의 눈’에서 “분명 누군가가 도청을 해 문건까지 만들었는데 도청한 사람은 없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3일 성명에서 “이제 남은 방법은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해 도청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민주당은 7일 ‘국회 민주당 당 대표실 불법도청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해왔지만 행동은 말만큼 강경하지 못했다. 수신료 인상안에 합의했다가 번복하는 과정부터 떳떳하지 못하더니 진실 규명을 위해 거대 언론인 KBS와 싸우는 것에 부담을 느껴 눈치를 본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제 특검법안의 관철과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의혹에서 벗어나 신뢰를 쌓는 길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도 특검법 발의에 지체 없이 응해야 한다. 자기 당 의원이 관련되어 있다고 해서 특검을 가로막는다면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불신과 비판을 받을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잠시 가릴 수는 있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 미국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을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거짓말하는 권력에 분노하여 끈질기게 의혹을 파헤친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 같은 ‘진실의 수호자’가 지금 우리 사회의 어디엔가에서 끈질기게 ‘국회 도청의혹’을 파헤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11월 8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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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 4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엄청난 반향이 일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찬양 일색이다. 이런 인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건 바로 대중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예리한 독설로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 미디어들이 주저하며 건드리지 못하는 문제들을 시원하고 통쾌하게 긁어주고 있는 ‘나꼼수’는 대안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정치풍자는 그동안 케이블이나 라디오에서 종종 다뤄왔다. 하지만 ‘나꼼수’는 다루는 주제부터 형식까지 이전 방송과는 확연히 차별된다. BBK, 무상급식, 청계재단, 반값 등록금, 인천공항 매각, 삼화저축은행, 곽노현 등 현 정권과 관련된 어두운 사건들을 최대한 자신들의 개성을 살려 거침없이 까발린다. 언론에 기사화된 내용들은 물론이고 사건 뒤에 숨겨져 있는 실상이나 그 후의 진행 상황을 파헤쳐서 정치에 관심이 없던 청취자들까지 빠져들게 한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 등장하는 광대처럼 낄낄거리고 비틀면서 정치를 비꼬고 풍자한다. 리어왕은 “금년은 바보가 손해 보는 해/지혜 있는 사람이 바보가 되어/지혜를 쓰는 법도 잊어버려서/그들의 태도가 이상해졌네./금년은 바보가 손해 보는 해”라고 비꼬는 광대의 충고를 듣지 않고 바보처럼 딸들을 믿었다가 그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팟캐스트 국내 정치부문 1위에 이어 세계 정치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계속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나꼼수’는 이 시대 ‘정치 광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이렇게 정치 광대의 인기가 높으면 높을수록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죽이려 드는 권력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연산군 때 공길이라는 광대는 임금의 황음무도함을 풍자하는 놀이를 자주 벌였는데, 그 일이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옥에 갇힌 뒤부터 단식을 하는 이유를 묻는 연산군에게 그는 “논어에 이르기를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어버이는 어버이다워야 하며/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했는데,/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면/비록 창고에 곡식이 가득한 들/내 어찌 먹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대꾸했다. 그 말에 분노한 연산군에 의해 공길은 처참하게 매를 맞고 죽임을 당했다. 그의 이 짤막한 에피소드는 재능 있는 작가와 감독에 의해 연극 「이(爾)」와 영화 「왕의 남자」로 재탄생되어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정치가 죽을지 광대가 죽을지 지나봐야 알 일이지만 이번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보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모 한나라당 의원이 '나는 꼼수다'의 거친 표현에 문제가 있다면서 제재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방통위는 “딴지라디오와 관련해서 민원접수나 신고는 없었다”며 추후에 민원접수 하게 되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마치 누군가에게 빨리 민원 신고를 해야 ‘나꼼수’를 재제할 근거가 생긴다고 힌트를 주는 것 같다. 게다가 앱스토어나 팝캐스트의 심의도 검토하고 있는 게 확실한 듯 하니 리어왕의 광대가 들으면 “지혜를 쓰는 법도 잊어버려서” 그들의 태도가 이상해져 버렸다고 또 한 번 비꼴 듯 싶다. 바보라는 놀림을 받지 않고 현명한 정치를 하려면 ‘나꼼수’ 광대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텐데 눈 멀고 귀 막힌 정치인들이 과연 그렇게 할지 심히 걱정스럽다.

(10월 19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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