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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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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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주(1786~1841
)는 19세기 초에 활동한 문인으로 요즘 새로 발굴된 문장가입니다. 그의 글을 모아 놓은 <상상 속의 정원>
이란 책에 있는 수필 "또 다른 나, 연암 박지원(讀燕巖集-연암의 글을 읽고)"를 소개합니다. 

홍길주가 1828년 경에 몇십 년 선배인 연암 박지원(1737~1805)의 문집을 읽었는데, 이때 그는 '신비한 절경 속에 있는 듯한 황홀감'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 경험을 잊지 못해 연암의 문장을 사모하는 자신의 마음을 쓴 글인데, 저 또한 그의 글을 읽고 '신비한 절경 속에 있는 듯한 황홀감' 경험했습니다.


연암 박지원의 초상화


(전략)...

거울을 보지 않고 살다보니, 젊었을 때의 내 얼굴은 이미 잊어버렸다.

같은 마을에 친구가 있었는데, 몇 년 동안이나 얼굴을 모른 채 지내다가 떠나 보냈다면 한스러울 것이다.

그러할진대 나와 나 자신의 가까움을 어찌 같은 마을에 사는 친구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나는 지금 젊었을 때의 얼굴을 모르는 것을 한스러워 하지 않으니, 어째서인가?

천 년 전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인격이 고상하고 그의 문장이 본받을 만하다면 나는 시대가 같지 않음을 한스러워 할 것이다. 

백 년 전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뜻과 기상과 말과 의론이 볼 만하다면 나는 시대가 같지 않음을 한스러워 할 것이다.

수십 년 전에 어떤사람이 있었는데, 기상이 천지를 가로지를 만하고, 재주는 천고를 뛰어 넘을 만하며, 문장은 천지만물을 뒤집어 엎을 만하였다. (*연암 박지원을 말함)

그는 세상에 살아 있었고 나도 이미 세상에 이름을 내고 있었지만 미처 서로 만나보지 못했고, 함께 대화를 나눠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나는 한스러워 하지 않았다. 어째서인가?

내가 이미 수십 년 전의 나도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수십 년 전의 다른 사람을 어찌 알겠는가?

지금 나는 거울을 가져다가 지금의 나를 비춰보고, 책을 펼쳐 그 분의 글을 읽어 본다. 그 분의 문장이 바로 지금의 내가 된다.

내일 또 거울을 가져다가 비춰보고 그 분의 책을 펼쳐 읽어 보면, 그 분의 문장이 지금의 내가 될 것이다.

내년에도 거울을 가져다가 비춰보고 그 분의 책을 펼쳐 읽어 보면, 그 분의 문장이 바로 내년의 내가 될 것이다.

나의 얼굴은 늙어가면서 더욱 더 변할 것이고 옛 모습을 잃어버릴 테지만, 그 분의 문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분의 문장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더욱 기이해지고, 내 얼굴을 따라 닮아갈 것이다.



 
단국대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열하일기>와 연암의 시문과 편지, '열하일기' 등이 담긴 <연암집>

항해(沆瀣) 홍길주(洪吉周)란 이름은 생소하다.

같은 시기 활동한 동갑내기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는 물론이고 정약용·홍대용·박지원·박제가·서유구 등 선배 세대 문인들에 비해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가 살던 시대에는 "고문에 특장(特長)이 있어 기이함을 드러내니 천 년 위로 장자·사마천과 어깨를 겨룰 만하다"는 찬사를 받은 문장가로 유명했다.

홍길주는 당대 최고 명문가 출신이었다. 19세기 대표적 가문 중 하나인 풍산 홍씨 집안으로 그의 형 홍석주(洪奭周)는 병조판서·이조판서를 거쳐 좌의정에 올랐고, 동생 홍현주(洪顯周)는 국왕 정조의 둘째 딸 숙선옹주와 혼인했다.

그러나 홍길주는 형제와는 달리 관직을 포기하고 생애의 대부분을 책 읽기와 글쓰기로 일관했다. 그는 벼슬에 급급한 사람들을 "도적"에, 벼슬길을 "비단에 덮인 함정"에 비유한다.

홍길주 연구로 국내 첫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 최식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는 그를 "19세기 대표적인 주류에 속하면서도 기존의 아성과 권위에 도전하고 비판한 아웃사이더"라고 말한다.

홍길주는 "경전이 아니면 유익함이 없다"는 당대의 고착화된 '경전주의'를 비판하고 실질과 일상을 중시했다.

"문장은 다만 독서에 있지 않고, 독서는 다만 책에 있지 않으며, 산천운물(山川雲物) 조수초목(鳥獸艸木) 사이와 일용의 자질구레한 사무에 이르기까지 모두 독서다."

또 당대 지식인들이 "척촌(尺寸)의 지식을 갖고서 스스로 모두 안다고 여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끊임없이 '진지(眞知)'와 '진각(眞覺)'을 추구할 것을 주장했다.

- 한소절노래방님 (http://ohmusicroom3.tistory.com)"홍길주는 권위를 비판한 19C 문인 아웃사이더"에서 빌려 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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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운현 2009.06.29 11:21 address edit/delete reply

    홍길주라는 분을 처음 알게 됏습니다만,
    아주 신선한 느낌과 감동을 주는 분이군요.

    주류 속의 비주류 인생을 살다간 홍길주,
    하나를 버리면 새로운 하나를 얻는 법이군요...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6.30 17:33 신고 address edit/delete

      저도 최근에 글을 읽었는데 고루하지않고 현대적이고 참신한 내용이 많더군요.

  2. Favicon of https://pko0202.tistory.com BlogIcon 곤이엄마 2009.06.29 16:38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저도 이번 기회에 저자는 홍길주님의 상상속에 정원이란 책을 읽어 보고 싶군요 ..^^
    전 여기 중학교 도서관이나 초등학교 도서관을 학교측의 배려로 읽을수 있답니다 우선 찾아보구 없음 경산시 정보센타에 가봐야겠군요..^^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6.30 17:34 신고 address edit/delete

      도서관에 없으면 사서 비치하도록 권해도 좋을 책입니다. 함께 읽어주신다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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