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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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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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서울 서초동 가정법원청사 소년법정에서 있었던 어느 판결의 이야기입니다.

지인을 통해서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너무도 감동적인 판결이라 저 혼자 알고 있기 아까워 전합니다.

피고인 A양(16)은 서울 도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A양은 작년 가을부터 14건의 절도·폭행을 저질러 이미 한 차례 소년 법정에 섰던 전력이 있었습니다. 법대로 한다면 '소년보호시설 감호위탁' 같은 무거운 보호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죄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김귀옥 부장판사는 이날 A양에게 아무 처분도 내리지 않는 '불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가 내린 처분은 '법정에서 일어나 외치기'뿐이었습니다. 김 판사가 다정한 목소리로 '피고는 일어나 봐' 하고 말하자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던 A양이 쭈뼛쭈뼛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김 판사가 말했습니다.

"자, 날 따라서 힘차게 외쳐 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예상치 못한 재판장의 요구에 잠시 머뭇 거리던 A양이 나직하게 "나는 세상에서…"라며 입을 뗐습니다.

"자, 내 말을 크게 따라 해 봐.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큰 소리로 따라 하던 A양은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라고 외칠 때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김 판사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A양이 범행에 빠져든 가슴 아픈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A양은 본래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간호사를 꿈꾸던 발랄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초, 남학생 여러명에게 끌려가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그녀의 삶은 급속하게 바뀌었습니다.

A양은 그 사건의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신체 일부가 마비되기까지 했습니다. 심리적 고통과 죄책감에 시달리던 A양은 그 뒤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했고, 비행 청소년과 어울리면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김 판사는 울고 있는 A양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알면 누가 가해자라고 쉽사리 말하겠어요? 아이의 잘못이 있다면 자존감을 잃어버린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존감을 찾게 하는 처분을 내려야지요."

그 말을 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진 김 판사는 눈물범벅이 된 A양을 법대(法臺) 앞으로 불러세웠습니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중요할까. 그건 바로 너야.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돼. 그러면 지금처럼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러고는 두 손을 쭉 뻗어 A양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마음 같아선 꼭 안아주고 싶은데, 우리 사이를 법대가 가로막고 있어 이 정도밖에 못 해주겠구나."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ol...l_no%3D2

이 재판은 비공개로 열렸지만 서울가정법원 내에서 화제가 되면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법정에 있던 A양의 어머니도 펑펑 울었고, 재판 진행을 돕던 법정 관계자들의 눈시울도 빨개졌습니다. 저도 이 이야기를 읽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법정에서 울음을 터뜨린 소녀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녀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건 보호 감호라는 법적인 처분보다 자존감을 살리는 자신을 향한 외침이었을 거라는 겁니다.

"일어나서 힘차게 외쳐라!"

정말 아름다운 명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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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충격적이다. 2010.07.28 22:19 address edit/delete reply

    아무리 사연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 14번이나 절도와 폭행(구타)을 저지른 범죄자를 <불처분결정>해버리다니,동정심이 지나칩니다. 조세형같은 사례도 있지않습니까. 옛날 예수님이 간통한 여인이 집단구타를 당하자, "너희들중 죄없는 자가 그녀를 돌로쳐죽여보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예수님은 신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채찍으로 휘둘러 쫓아냈죠. 저 A양은 14번이나 범죄를 저지른 흉악한 사람입니다. 법이 감정에 휘둘리면 안됩니다.

    • Favicon of http://kin3245.nterz.net/tc BlogIcon khb 2010.07.29 15:07 address edit/delete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법의 판결로 감옥갔다 온 사람들은 재범 삼범으로 또 걸리는건 어떻게 설명하실라우?

    • 저런경우... 2010.08.01 13:02 address edit/delete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법의 판결로는 범죄자(재범,삼범)를 가둘수있지만, 감정에 휘둘리는 법의 판결때문에 저 범죄자(A양)을 못가두잖습니까. 그러니까 후자의 판결이 더 최악이요. 범죄를 저지르는 흉폭한 범죄자는 가둬야지,감정에 휘둘려서 풀어주면 어떻게 합니까? 바로 신나게 범죄할거 아닙니까? 재범,삼범을 저지르더라도 일단 감옥에 넣어야지 범죄를 못저지르죠.(적어도 감옥내에서는) 비록 나오면 또 저지르겠지만 일단 잡아넣어야죠.(사회와 격리) 그런데 지나친 동정심때문에 풀어놓았으니 더욱 지능적이고 안들키게 범죄를 저지를 겁니다. 한두번도 아니고 14번이나 저랬으니 말입니다.

  3. jsg1210 2010.08.02 10:48 address edit/delete reply

    '법'은 최소한의 필요에 의해서만 집행되어야 하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사회공동체의 '편의'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개인의 인생을 망치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A'양이 잘 되어서 저 판사의 판결이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바램은 1회적일 뿐입니다. 약자와 소수를 감싸안는 일이야말로 법전의 한참 위에 있는 상위법일 것입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8.04 09:44 신고 address edit/delete

      약자와 소수를 위한 법전 위의 상위 법....공감가는 말씀입니다.

  4. Favicon of http://kcs.saycast.com BlogIcon 자근詩人 2010.08.04 04:38 address edit/delete reply

    아 미치겠습니다. 순간 눈물이 울컥 울컥 해서요
    정말 명판결에 박수를 크게 크게 쳐드립니다. 박수박수박수박수박수~~~~~
    불처분결정을 내리시기까진 김판사님도 쉽진 않았을겁니다. 어린소녀의 앞날이 이제 다시 새롭게 처음 모범생의 때로 돌아가 잘 해낼겁니다. 후에 이소녀의 모습이 궁급해지네요. 잘 해낼겁니다.
    이런 판사님이 있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가봅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8.04 09:54 신고 address edit/delete

      따뜻한 공감, 감사해요.
      이 판사님도 우리 가슴에 불을 지르는
      교사라고 할 수 있죠.

  5. Favicon of https://midorisweb.tistory.com BlogIcon 미돌 2010.08.21 22:13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아~ 정말 여성판사이기에 여성의 마음을 안걸까요? 이 사회에서 정말 누가 죄인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포스팅 잘 봤습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8.22 13:46 신고 address edit/delete

      올바른 정의란 무앗인지 생각케 하는 판결이지요.

  6. 현아준희맘 2013.04.20 12:06 address edit/delete reply

    법을제대로배우신멋진분

  7. 정원행님 2013.04.29 22:59 address edit/delete reply

    진짜 감동입니다
    진심 존경합니다

  8. 1234 2013.10.14 22:57 address edit/delete reply

    명판결은 무슨... 조두순 7년 뒤면 나옵니다.
    EBS에서 조두순 찾아가서 인터뷰 했는데 반성은 커녕 개소리만 했어요. 그런 놈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거라고 12년 형량 주고 무슨 명판결자라고... 7년뒤면 조두순 거리 활보하며 다닙니다.. 이런

  9. Favicon of http://goatellys.com/2013/11/%D0%A1%D0%BF%D0%BE%D1%80%D1%82+%E2%80%93+%D0%B7%D.. BlogIcon Arina 2013.12.26 18:12 address edit/delete reply

    Hello there, just became aware of your blog through Google, and found that it’s really informative. I am going to watch out for brussels. I’ll appreciate if you continue this in future. Numerous people will be benefited from your writing. Cheers! xrumer

  10. 솔로쳐 2013.12.27 15:25 address edit/delete reply

    법에도 눈물이 있나? 인습법이나 감정이 엄정한 법치주의 위에서 놀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판사가 있다니
    이건 비단 여성판사라서 내린 판결만은 아닌 것 같네요. 판사 자질이 의심이 된다.

    • BlogIcon 노답 2014.06.22 14:57 address edit/delete

      너는 그런마인드로 세상사니까 안되는거다 한심하다

    • BlogIcon 덕주 2014.06.24 13:05 address edit/delete

      법은 상식 아래에 있는거다

  11. 장대섭 2013.12.30 09:31 address edit/delete reply

    용서하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아이였네요. 자신이 폭행 피해자로서 심리치료도 받아야 할 정도였겠죠.

  12. 박가이버 2014.01.27 16:08 address edit/delete reply

    정말 가슴 뭉클한 판결입니다. 법적인 판결을 내려야할 판사가 감정에 치우치면 안된다고는 하지만 이런 명판결은 앞으로 법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널리 귀감이 되게 해야합니다. 법 보다 우선되는 것도 있다는것을. 하지만, 현실은 법보다 돈과 권력이 우선인 경우가 많죠. 이런 사회가 이런가슴 따뜻한 판사님 같은 분들 덕에 그나마 이 정도라도 유비되나 봅니다.

  13. 박가이버 2014.01.27 16:09 address edit/delete reply

    정말 가슴 뭉클한 판결입니다. 법적인 판결을 내려야할 판사가 감정에 치우치면 안된다고는 하지만 이런 명판결은 앞으로 법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널리 귀감이 되게 해야합니다. 법 보다 우선되는 것도 있다는것을. 하지만, 현실은 법보다 돈과 권력이 우선인 경우가 많죠. 이런 사회가 이런가슴 따뜻한 판사님 같은 분들 덕에 그나마 이 정도라도 유지되나 봅니다.

  14. ㅎ ㅎㅎㅎ 2014.02.19 02:51 address edit/delete reply

    이상한 사람들 많네요 도덕안에 법이있는것입니다. 인간이 우선

  15. 최장환 2014.02.26 17:14 address edit/delete reply

    요즘보기드문 명판결이네요 감히 존경합니다

  16. 김정철 2014.03.06 10:57 address edit/delete reply

    존경합니다... 판사님

  17. BlogIcon jinha 2014.06.17 08:53 address edit/delete reply

    무한 존경

  18. Favicon of http://url BlogIcon ㅉㅉ 2015.02.06 01:27 address edit/delete reply

    이게 왜 명판결? 감성팔이 잘 해서?

  19. BlogIcon Sarah 2015.02.15 23:21 address edit/delete reply

    정말 귀한 분이 법조계에 계셔서 감사합니다.사랑하고 존경합니다♡♡

  20. 2015.03.20 13:10 address edit/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1. Favicon of http://naver.com BlogIcon 양동우 2015.03.20 13:12 address edit/delete reply

    사람이 꽃(판사)보다 아름다워
    김.귀.옥.! 부장 판사님!
    판사 이전에 유예처분과
    우리의 어머니의 이 소녀의 젊은희망을 불태워주어 감동과 환희로 심금을
    울립니다!
    사랑이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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