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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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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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 김기창(1914년~2001년)은 화가로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청각 장애로 인한 고통을 이겨낸 의지의 인물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914년 서울 운니동에서 태어난 그는 7살 때 장티푸스로 인한 고열로 청신경이 마비돼 후천성 귀머거리가 됐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이
당 김은호 화백에게 그림을 배우고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판상도무(板上跳舞)>라는 작품으로 입선하자 귀먹고 말못하는 18살 소년이 입선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그후 재능있는 젊은 동양화가로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지만,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님의 부르심을 받고서>, <총후병사> 등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1944년 <화심>에 실린 <총후병사> 출처 : http://tp://www.ohmynews.com/NWS_Web/...00207960

그러나 해방 후 동료화가인 우향 박래현과 결혼한 뒤부터 그의 삶과 예술은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아내에게서 입으로 말하는 '구화법(口話法)' 배우기 시작했고, 우향의 작품세계에서도 크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야생마의 움직임이 격정적인 구도로 나타나는 대작 <군마도>와 전통 가면극을 작품화한 <탈춤> 등의 연작으로 힘찬 운필을 구사한 것도 이때였습니다
 
<군마도>. 출처 : http://www.carilite.net/painting...nbo.html

이밖에 1천여 마리의 참새 떼가 양편에서 날아와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담은 <군작>은 운보의 스케일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군작> 출처 : http://www.bugo10.com/bbs/viewbo...26key%3D

60년대 들어 해외에도 널리 소개된 운보는 <태고의 이미지>, <청자의 이미지> 등의 추상화로 한국화의 새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청자의 이미지> 출처 : http://kr.blog.yahoo.com/alxmskc...%26t%3D2

그 후 갓 쓰고 도포 입은 예수의 일생을 그린 <예수 연작>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물 위를 걸으심> 출처 : http://www.mdsd.or.kr/html/divin...reply%3D

이어 산수화 <청록산수>를 선보이고, 민화풍 산수화인 <바보산수>와 해학성이 돋보인 <장생도>를 차례로 발표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바보산수> 출처 : http://k.daum.net/qna/view.html%...%3D389AX

그러다가 평생의 반려였던 우향이 1976년에 타계하자 말할 수 없는 허탈에 빠진 그는 미친듯이 그림을 그리며 
충북 청원에 <운보의 집>을 세우고 그 옆에 운향미술관과 도예전시관과 운보공방 등을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운보 화백과 '청송교도소'에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재소자 교화를 위해 30여 년 간 전국을 뛰어다니며 사형수의 대부가 된 삼중스님이란 분이 있었는데 어느날 청송교도소를 찾아 간 스님에게 교도소장이 재소자들의 정서를 순화시키려는 뜻에서 유명화가들, 그 중에서도 운보 화백의 그림을 꼭 기부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형수의 대부 삼중스님.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00110316

그 뜻에 공감한 삼중스님은 전혀 만난 적이 없던 운보 화백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림을 기부 받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며칠 뒤 기부하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운보 화백 자신이 직접 청송교도소로 그림을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명한 화가들이 기부한 그림을 기념하는 행사는 재소자들 수백 명이 도열한 청송교도소 앞마당에서 열렸습니다. 간단한 식순에 맞춰 삼중스님이 <금강경> 법문을 끝내고 자리에 돌아오자 옆에 앉은 운보가  ‘나또 하마띠 타고 시타(나도 한마디 하고 싶다)’ 고 청했습니다.  행사 식순에 없던 갑작스런 그의 제안이었지만 삼중스님은 그의 손을 잡고 연단에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운보의 입에서 터져 나온 첫 마디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벼씨 새끼트라! (병신 새끼들아!)”

1981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설립된 청송교도소는  ‘빠삐용 요새’라는 별칭처럼 고질적인 전과자나 흉악한 범죄자나 억울하게 잡혀 온 시국사범들이 섞여 있어서 그들이 뿜어 내는 드센 기운에 보통 사람들은 잔뜩 겁을 먹고 주눅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운보는 오히려 호통을 쳐가면서 강연을 이어나갔습니다.

병신은 나다.
내가 벙어리이니 내가 병신 머저리다.
그렇지만 나는 몸은 병신이지만 정신만은 건강하다.
그런데 당신들은 몸은 건강하나 정신은 병신이다.
그래서 내가 욕을 한 것이다.
나는 몸이 병신이지만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성공한 화가가 되었다.
나는 타고난 재주나 조건을 믿지 않았다.
내 재주를 갈고 닦아서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했다.
그래서 성공했다.
왜 건강한 몸으로 이런 무시무시한 교도소에 들어와서 이 지옥에서 죽을 고생들을 하느냐?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두들 고개를 숙이더니 숙연하게 듣고 있는 게 아닙니까? 알아 듣기 쉽지 않았지만 피 토하듯 터져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재소자, 교도관, 그리고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행사를 끝낸 후 운보 화백은 자신과 같은 처지인 벙어리 재소자를 만나 보겠다고 우겨서 청각장애 재소자의 감방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감방 안에 들어 선 운보 화백은 벙어리 재소자를 꽉 껴안더니 볼을 비비면서 울었어요.
‘병신된 것도 서러운데 왜 이런 생지옥에서 이리 서럽게 살고 있느냐?’
울음 속에 전혀 알아듣지도 못할 말들을 서로 주고받았어요.
볼을 서로 비비면서 우는 통에 내 눈에서도 눈물이 저절로 나왔어요.
통곡으로 변해 서로 엉켜진 몸 타래를 풀어내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말보다 뜨거운 가슴과 몸으로 진실을 전달했던 운보 화백.....그가 청송교도소 앞마당에서 내지른 ‘벼씨 새끼트라!’라는 호통소리가 그리워집니다.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갇혀서 살고 있는 우리들을 보면 그는 뭐라고 호통을 내지를까요? 

출처 : http://bluecabin.com.ne.kr/split...3364.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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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uye24ki.tistory.com BlogIcon 무예인 2010.02.19 07:18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진심은 통한다. ^^

  2. Favicon of https://fmpenter.com BlogIcon 바람나그네 2010.02.19 07:57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호통이 먹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기는 어렵겠지요? ㅡㅡㅋ

    선배님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되세요 ^^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2.19 16:49 신고 address edit/delete

      호통을 치는 사람도
      마음으로 듣는 사람도 없으니
      답답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3. Favicon of https://park2848048k.tistory.com BlogIcon 박씨아저씨 2010.02.19 08:44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일부에서는 그를두고 말들이 많지만 그림에는 정말 기백이 엿보이네요~
    오늘도 좋은날 되십시요~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2.19 16:48 신고 address edit/delete

      전 개인적으로 그 분의 그림을
      너무 좋아합니다.

  4. 임현철 2010.02.19 08:51 address edit/delete reply

    감동입니다.

  5. Favicon of http://blog.daum.net/cola1018 BlogIcon 바람될래 2010.02.19 09:49 address edit/delete reply

    예전 학교다닐때 리포터 작성때문에
    딱 한번 뵌적이있었어요..
    제가 도자를 했었는데 그쪽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는데..
    선생님 글을 읽고나니 그때가 생각납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2.19 16:47 신고 address edit/delete

      직접 지도를 받으셨다니
      감회가 남다르시겠습니다.

  6. Favicon of http://yureka01.tistory.com BlogIcon yureka01 2010.02.19 10:05 address edit/delete reply

    오늘도 좋은 이야기 감동이군요..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2.19 16:45 신고 address edit/delete

      저도 가슴에 담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7. Favicon of https://greensol.tistory.com BlogIcon 여행사진가 김기환 2010.02.19 10:51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감동 그 자체입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데요...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2.19 16:42 신고 address edit/delete

      저도 가슴이 뭉클했답니다.
      진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나 봅니다.

  8. Favicon of http://blog.daum.net/pssyyt BlogIcon 무터킨더 2010.02.19 17:59 address edit/delete reply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시네요.
    ‘벼씨 새끼트라!’
    저도 정신 번쩍 들게 그 고함소리 한 번 듣고 싶습니다. ^^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2.20 08:07 신고 address edit/delete

      저도 그 호통소리 함께
      듣고 싶답니다.

  9. Favicon of http://blog.daum.net/sunup-ok BlogIcon O.M.S 2010.02.20 00:51 address edit/delete reply

    김기창화백님이라 더 마음이 가네요.
    '운보의 집'이 청주근교인데다 유명한데요..
    지금은 고인이 되셔서 안계시지만 예비신혼부부들을 위한 웨딩촬영장소로도 많이 애용되었고
    어린이날같은 휴일이면 많은 가족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는데...
    그러고보니 저도 엄마 건강하게 살아계시던 옛날에 가족모두 함께 가보고 못가봤네요.....
    그사이 엄마도 운보 화백님도 모두 떠나셨구요..
    가까운 곳에 계셨는데도 몰랐던 그분의 숨겨진 일화를 알고나니 마음이 짠해집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2.20 08:08 신고 address edit/delete

      가까운 곳에서 그 분의
      숨결을 느끼셨으니 더 마음이
      가시겠네요.

  10. Favicon of https://bada92.tistory.com BlogIcon 무릉도원 2010.02.20 08:23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아침부터 눈물이 핑도는군요..
    운보의 그림을 참 좋아하는데.......
    좋은 글 한참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2.22 06:37 신고 address edit/delete

      저도 운보 선생의 그림을
      너무 좋아한답니다.

  11.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朱雀 2010.02.20 11:10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아. 정말 사자후가 따로 없었습니다.
    머리가 서늘해지는 충격을 받습니다.
    오늘도 너무나 잘 읽고 갑니다. 선생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2.22 06:38 신고 address edit/delete

      그러고보니 사자후란 말이 딱 들어맞는군요.

  12. Favicon of http://code0jj.tistory.com/ BlogIcon 수수꽃다리(라일락) 2010.02.20 16:47 address edit/delete reply

    제가 뜨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ㅎㅎ
    정신 바짝차리고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2.22 06:38 신고 address edit/delete

      저도 가슴이 뜨끔하더군요.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13. Favicon of http://blog.daum.net/esplanade12 BlogIcon Angella 2010.02.20 19:02 address edit/delete reply

    운보 김기창의 삶에서 빼놓을수 없는 여자 두 사람이 있는데,
    그 한 분은 김기창 화백의 어머님이시고,
    또 한 분은 김기창 화백의 아내인 박래현여사입니다.
    박여사는 청각장애자인 김기창 화백에게 평생 헌신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쏟아부은 사람입니다.
    어느 누구도 하기 어려웠을 일을 훌륭하게 해낸 멋진 여자입니다
    문득 박래현여사가 생각나는군요,,,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2.22 06:40 신고 address edit/delete

      두 분의 사랑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 오더군요.
      어머니와 아내의 사랑을 그토록
      듬뿍 받은 운보는
      정말 행복한 사나이입니다.

  14. Favicon of http://@hanmil,net BlogIcon yoon 2010.02.20 22:43 address edit/delete reply

    난 너무도 몰랐습니다 화가 그이상은 몰랐습니다 .
    호통을칠수있는 그분이 너무도 당당하고 멋있습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2.22 06:41 신고 address edit/delete

      그는 단순한 화가가 아니라
      장애와 고통을 딛고 일어선
      위대한 인간이었지요.

  15. Sternesj 2010.02.28 23:07 address edit/delete reply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갇혀서 살고 있는 우리들을 보면 그는 뭐라고 호통을 내지를까요?"

    저는 가끔,
    '혼란스런 것'과 '일사불란한 것',
    그 어떤 쪽이 더 우리들 인간의 삶에 '무거운 것'인가를 헤아리리곤 합니다...

    화백은, '둘'로 밖에는 갈라지지 않는 한국 사회의 '일사불란함'에 이제는 그저 머리를 옆으로 흔들고 계시지는 않을실지요?...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10.03.01 06:28 신고 address edit/delete

      이 혼란스런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저도
      운보의 호통이 그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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