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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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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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선물> 네 번째 이야기 : 제가 들었거나, 여기저기 떠돌거나, 책에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 제 가슴에 남은 소중한 이야기들을 크게 윤색하지 않고 소개하는 선물 가게입니다. 편한 마음으로 읽고 가세요. 

옛날에 애꾸눈 왕이 살았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애꾸눈이 아니라 아름다운 용모와 샛별 같은 두 눈을 가진 멋쟁이 왕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라의 기강이 너무 문란하자 왕은 엄명을 내렸습니다.

"누구든지 국법을 어기면 그 자의 한 눈을 뽑아 기강을 바로 세우라!"

그런데 아뿔싸! 첫번째로 국법을 어긴사람은 다름아닌 왕이 가장 사랑하는 왕자였습니다. 왕자를 그냥 두자니 국법을 어기게 되고, 왕자의 두 눈을 뽑자니 아비로서 차마 그럴 수가 없어서 왕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은 왕자의 눈을 대신하여 자신의 한쪽 눈을 뽑게 했답니다!

모든 백성들은 왕의 준법정신과 자식사랑에 감탄해마지 않았고, 그 이후로 국법을 잘 지켰습니다.


그런데 왕 자신은 한쪽 눈알이 빠지고 그 근처가 흉물스럽게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 때문에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았습니다. 이윽고 늙어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왕은 자신의 초상화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신하들은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초상화가를 초청해 왕의 얼굴을 그리게 했습니다. 화가의 솜씨는 너무도 훌륭해 주름살 한 줄 수염 한 올 어느 것 하나 왕의 얼굴과 다른 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완성된 그림을 본 왕은 한숨을 쉬며 그림을 찢었습니다. 

너무도 흉한 자신의 한쪽 눈을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깜짝 놀란 신하들은 또 다른 유명한 화가를 불러 초상화를 그리게 했습니다. 두 번째 화가는 빠진 눈알에 아름다운 눈동자를 그려 넣었고, 일그러진 부분을 깨끗한 피부로 바꾸어 그렸습니다. 참으로 준수하게 그려진 초상화를 본 신하들은 기뻐하며 왕에게 가져갔습니다. 그러나 왕은 불같이 화를 내며 그림을 찢었습니다. 

그건 자신의 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당황한 신하들은 왕의 마음에 들 화가를 찾을 수 없어 전국에 공모를 했습니다. 그러나 화가들 사이에 소문이 퍼져 아무도 지망을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시골의 어느 무명 화가가 자원을 했습니다. 며칠 뒤, 그가 그린 그림을 본 왕은 참으로 기뻐하며 많은 상을 내렸습니다.

무명 화가는 왕의 얼굴을 어떻게 그렸을까요? 

그는 왕의 정상적인 한쪽 얼굴만을 옆모습으로 그렸답니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그리는 화가입니다. 우리가 그릴 모델은 바로 우리 자신의 영혼입니다.
 
우리의 영혼에는 애꾸눈 왕의 얼굴처럼 아름다움과 추함, 어둠과 빛, 행복과 불행, 고통과 환희, 희망과 절망, 사랑과 미움, 슬픔과 기쁨,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 가지 그림 중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그림을 선택하면 추악함과 아름다움, 행복과 불행, 선과 악이 서로 함께 존재하며 대립할 것입니다. 

두번째 그림을 선택하면 위선과 거짓이 진실을 가릴 것입니다.

세번째 그림을 선택하면 어둠보다 빛이, 절망보다 희망이, 미움보다 사랑이 앞설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으십니까?

혹시 아무도 그리려 하지 않는 추악하고, 어둡고, 불행하고, 고통스럽고, 슬프고, 미움에 가득 찬 옆모습만을 그리려 하는 분은 안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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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realog.net BlogIcon 악랄가츠 2009.06.07 06:39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ㄷㄷㄷ

  2. Favicon of http://blog.daum.net/pssyyt BlogIcon 무터킨더 2009.06.07 07:02 address edit/delete reply

    아!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저는 팬 같은 것 좋아하지 않는데
    글이 좋아서 아무래도 김명곤님 팬이 될 것 같아요.

    제게는 서편제로 아련하게 남아있던 님이
    서민적인 분위기로 느껴져 참 좋았었는데
    어느날 장관이 되셨다고 하니 참 멀어지는 것 같았는데
    글로 뵈니 옛날의 그 소리꾼이 다시 생각나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6.08 09:43 신고 address edit/delete

      제글에 대해 과분한 칭찬을 해주시기 부끄러우면서도 기쁘네요. 무터킨더님의 글도 너무 좋아서 자주 읽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독문학을 했거든요.

  3. Favicon of http://mepay.co.kr BlogIcon mepay 2009.06.07 07:15 address edit/delete reply

    그 화가가 그린 옆모습 그림은 참으로 현명하고, 절묘한 그림이었군요. ^^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6.08 09:44 신고 address edit/delete

      다 알고 있는 듯 하지만 지혜가 없으면 찾기 어려운 , 그런 그림이지요.

  4. 2009.06.07 08:45 address edit/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6.08 09:46 신고 address edit/delete

      국민들을 그 사회를 올바로 그려나가고 지도자는 능력있고 안목 있는 화가들을 잘 활용해야 우리 사회의 그림이 잘 나오겠지요?

  5.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탐진강 2009.06.07 10:22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저는 애꾸는 왕이란 제목만 보고서는 한쪽만을 바라보는 누군가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무명 화가가 그린 측면의 얼굴도 따지고보면 반대편은 볼 수 없으니 결국 반쪽의 모습만을 기억하는 오류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애꾸눈이지만 진실된 삶을 살았느냐가 후세 평가의 대상이지, 애꾸눈이란 외모가 문제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얼굴은 정상인 듯 하지만 실제는 애꾸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입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6.08 09:48 신고 address edit/delete

      말씀대로 우리 사회에는 마음의 애꾸눈을 가진 불구자도 많은 듯 합니다.

  6. mrsle 2009.06.07 10:28 address edit/delete reply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라면 첫번째 그림을.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6.08 09:49 신고 address edit/delete

      아주 정직하게 현실과 대면하시는 분이군요. 멋진 그림이 나올 겁니다.

  7. Favicon of http://blog.daum.net/dksxlwhtjs/?_top_blogtop=go2myblog BlogIcon 슈즈리본 2009.06.08 05:21 address edit/delete reply

    저 같으면 세번째 그림을 선택 할 것 같은데

    음...

    여러가지로 생각을 많이하게 되네요...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6.08 09:50 신고 address edit/delete

      현명하면서 긍정적인 선택을 하셨군요. 아름다운 그림이 나올 겁니다.

  8. Favicon of http://chiwoonara.tistory.com BlogIcon 물구나무 2009.06.08 10:25 address edit/delete reply

    글 읽으면서 타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람은 늘 어떤일이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는데 그 때마다 타협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위 애꾸눈 임금도 마음 한쪽에는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자신의 모습이 추하게 세상에 남는 것을 싫어하는 인간적인 마음이 서로 교차했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멀쩡한 쪽의 옆모습만 그린 것에 만족한 것은 이 두가지 마음의 타협이 아닐까요?
    저도 살면서 어쩔 수 없이 타협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 타협들이 우유부단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기를 ..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6.08 11:03 신고 address edit/delete

      현실의 두 가지 측면에서 어떤 점을 더욱 강조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담은 이야기인 듯 합니다. 지혜롭고 현명한 타협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네요.

  9. Favicon of http://blog.daum.net/esplanade12 BlogIcon Angella 2009.06.08 12:46 address edit/delete reply

    아름다운 글입니다.
    상큼한 오후되세요!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6.09 17:10 신고 address edit/delete

      감사합니다 Angella님도 멋진 하루 보내세요!

  10. Favicon of https://pko0202.tistory.com BlogIcon 곤이엄마 2009.06.08 16:07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현명한 화가군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6.09 17:11 신고 address edit/delete

      인생을 긍적적으로 행복하게 그려내는 화가가 되실 겁니다.

  11. Favicon of http://www.indianabobs.com BlogIcon 인디아나밥스 2009.06.08 18:42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진실되고 남을 배려하는 삶을 동경하지만 제가 화가였더라면 아마 왕의 권위에 굴복해서
    두번째 그림을 그렸을 것입니다. 또 제가 왕이었더라면 진실을 감추는 두번째 그림을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긴 생각을 던지는 글 잘 보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6.09 17:12 신고 address edit/delete

      아,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불행과 정면 승부를 거는 그런 선택을 하실 수도 있겠네요. 멋진 인생이 되실 겁니다.

  12. 리스 2009.06.09 22:27 address edit/delete reply

    분명 화가는 멋진 생각을 해냈고 왕을 만족시켰지만,
    자신의 눈으로 왕자의 눈을 대신할 정도의 결단력을 가진 왕이라면 분명 먼 훗날 후회할 거라고 생각해요.
    반 쪽의 얼굴 또한 진실된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되서요^^;

    해서 저라면 첫 번째 그림을 선택할 것 같네요.
    애꾸눈은 아버지로서, 왕으로서 자랑스러운 선택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같은거라고 생각해요.

    짧지만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이네요^^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6.10 11:13 신고 address edit/delete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정면으로 부딪쳐 극복해 낼 의지를 가진 분이군요. 멋진 선택입니다.

  13. 윤지호 2009.07.06 10:08 address edit/delete reply

    애꾸는 애꾸지만 애꾸로 보이지않는 초상화.
    활쏘는 장면. 활시위 잡아당기는 모습.
    네번째로 추가하면 어떨까요.
    좋은글 고맙게읽었습니다

    • Favicon of https://dreamnet21.tistory.com BlogIcon 김명곤 2009.07.06 10:30 신고 address edit/delete

      아, 그렇게 하면 네 번째 그림도 있을 수 있겠군요. 우리 인생의 그림은 우리가 화가가 되어 그려나가는 거니까요. 행복한 나날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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