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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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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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03.10
    필라델피아의 구두닦이 찰리를 아시나요? (15)
  2. 2010.01.03
    무주의 설경과 함께 새해를 시작하며 (53)
  3. 2010.01.01
    2010년 새해 첫날을 맞이하며 (44)
  4. 2009.12.31
    블로그와 함께 한 2009년을 보내며... (32)
  5. 2009.05.04
    부모님 무덤에서 보낸 어린이날 생각하니 (25)
네트워킹 관리 전문가이자 최고의 헤드헌터 기업의 대표인 밥 보딘이 쓴 「WHO(후)-내 안의 100명의 힘」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자신을 지지해주는 100명의 존재가 있으며,  그 100명의 힘을 발견하는데 필요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내 꿈을 지지해줄 ‘드리머’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내 꿈을 망쳐버릴 ‘드림킬러’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나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어떻게 사람을 만나고 있는가? 등 지금까지 해왔던 사람과 관계 맺는 방법을 뒤집고,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줍니다.



이 책의 내용 중 저를 감동시킨 사람의 이야기를 특별히 소개합니다. 저자는 아버지로부터 필라델피아 기차역에서 구두를 닦는 '흑인 구두닦이 찰리' 관한 이야기를 여러번 듣고, 필라델피아 출장을 가는 길에 기차역 로비 한구석에 있는 초라하고 작은 '찰리의 구둣방'을 찾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8장에서 찰리와의 만남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기록을 해놨는데, 남을 격려한다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에피소드입니다. 찰리가 살아있다면 저도 언젠가 그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어지더군요.  


찰리는 70대 중반의 노인이었다.

평범한 키에 평범한 몸집이었고, 숱이 적은 은회색 머리에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구둣방에는 한 가지 평범해 보이지 않는 것이 있었다......(중략)

국회의원, 시장, 정부 고위 인사, CEO, 텔레비전 유명 인사까지 많은 사람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찰리와 마주 앉아 3분을 보내기 위해 이렇게 똑같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했다. 드디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너무나 흥분되었다.

"안녕하시오, 젊은이. 이름이 뭐요?"

내가 앉자 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잔물결 하나 없는 연못처럼 고요하고 부드러웠다.

"밥입니다."
"내 이름은 찰리라오. 내게 구두를 닦기로 결정을 내렸다니 영광이오. 고맙소."

그 말에 나는 마치 뭔가 나쁜 짓을 하다가 걸린 어린아이처럼 당황했고, 그 어색함을 없애려고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정말 멋진 웃음을 가지고 있군."

그가 내 구두를 닦기 시작하면서 이야기했다. 

"자녀가 있소?"  
"네."

나는 우쭐하며 대답했다.

"예쁜 딸이 셋이나 있습니다."
"그럴 줄 알았소."

그가 밝게 미소 지으며 이야기했다.

"세 명 다 아주 특별한 아이들일 것 같소. 참 내가 말했던가? 아이들은 선물같은 존재라오. 내가 이렇게 구두를 정성스럽게 닦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정기적으로 자신이 그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는 게 중요하다오."

그 말에 나는 갑자기 내가 구둣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 현관에 앉아서 아이들의 신발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 젊은이가 주의를 기울여 당신의 구두를 관리한다면, 그 구두는 오랫동안 남아서 당신이 어디를 가든 당신의 발을 지켜줄 거요. 내가 어떻게 구두에 구두약을 바르는지 한번 보시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이 주름진 두 손으로 구두를 빛나게 하는지도. 내가 구두를 다 닦고 나면 이 구두는 너무나 환하게 빛이 날 거요.  그렇게 되면 구두를 내려다볼 때마다 당신은 기분이 좋아져서 환하게 미소를 짓게 될 거요. 가족과 친구들도 이 구두와 같다오. 그들은 세상이 당신을 위해 마련한 선물이지. 당신이 그들을 빛나게 할 필요가 있소. 당신은 구두를 빛내는 정성을 담은 손이 될 필요가 있다는 말이오. 그들이 다 닳아버리거나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하지 않도록 말이오. "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다시 나를 올려다보고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오."

잠시 또 침묵이 이어졌다.

"새 친구가 되었으니 떠나기 전에 선물을 하나 드리지. 당신을 위해 축복의 기도를 하고 싶은데, 떠나는 길에 분명 좋은 선물이 될 거요. 내 선물을 받겠소?
"물론입니다."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알겠소. 그럼 시작하지."

찰리의 기도는 짧았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그 기도를 하는 3분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작별 인사를 나눈 후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절대 잊지 못할 그 순간의 기억을 안고서 말이다.

이 특별한 남자에게는 전 세계 곳곳에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찰리와 마주보고 몇 분을 보내기 위해 필라델피아까지 여행을 오는 것이었다......(중략)
 
남을 격려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란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

찰리와 마주 보고  앉아 있던 잠깐 동안 나는 마치 <환상특급>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바쁜 현실의 삶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번잡한 30번가의 기차역 안에서 그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곧 나는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인생을 좀더 나은 관점에서 바라보는 생각의 변화가 생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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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아내와 함께 무주군 안성면의 구름샘 마을에 있는 움막을 찾았습니다.

새벽의 마을 입구에서 바라 본 구름샘 마을은 온통 새하얀 눈의 천국이었습니다. 우리는 마을 입구에 차를 세워 놓고 음식과 책과 컴퓨터가 든  배낭을 메고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의 찬바람에 코끝이 시리고 손도 얼어왔지만 오랫만에 걷는 눈길이라 기분은 더할 나위없이 상쾌했습니다. 30분쯤 눈길을 걸어 산중턱에 고즈녁히 자리 잡은 움막에 당도했습니다.
 



지난 가을에 저를 놀라게 했던 말벌집은 아직도 지붕 밑에 붙어 있었습니다. 이번 겨울에 저 말벌집을 떼어낼 일도 큰 숙제 중의 하나입니다.


간단하게 집안 청소를 마친 우리는 집 뒤에 있는 산길을 걸었습니다. 소나무와 전나무가 들어 찬 인적없는 눈 쌓인 산길을 뽀드득 뽀드득 걷다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잔가지 사이에 올록볼록 쌓인 눈이 귀엽고 앙증맞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눈을 손으로 떠서 입에 넣어 보았습니다. 차가우면서도 신선한 눈의 감촉이 입안을 간지럽히다가 시원하게 목으로 넘어가더군요.



우리가 걷는 길 한쪽에 이름 모를 짐승의 발자국이 눈길 위로 죽 이어져 있었습니다.  혹시 백호랑이의 발자국?.....ㅎㅎ


멀리 아침 햇살이 번지는 덕유산의 산자락을 바라보며, 올 한해 모든 분들에게 새해 첫날의 눈과 같은 소담하고 깨끗한 축복이 내리길 기원했습니다. 


저 산 속 어딘가에서 호랑이가 힘차게 표효할 듯 합니다.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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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군요.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찰스 슐츠의 만화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찰리, 너도 알다시피 인생이란 유람선 갑판 위의 휴대용 접이의자 같은 거야.
어떤 사람들은 자기들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의자를 놓지.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온 길을 볼 수 있게 의자의 방향을 돌리기도 해.
그런데 또 어떤 사람들은 지금 지나가고 있는 곳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의자를 놓기도 한다고.

여러분은 어떤 방향을 바라보며 살고 계십니까? 과거를 바라보며 사는 사람도 있고, 현재를 바라보며 사는 사람, 미래를 바라보며 사는 사람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평소에 과거나 현재를 바라보며 살던 사람도 새해가 시작되는 이 무렵에는 누구나 한동안 미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새해의 목표를 세우고, 수첩을 꺼내어 새해의 계획과 할 일을 적고, 의욕과 열정에 차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201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은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과거의 바다 위로 날려버리고, 밝아오는 새해의 태양과 함께 미래의 희망과 축복을 바라보며 힘차게 뜁시다.

올해는 경인년 호랑이해, 그 중에서도 상서로운 영물이라는 백호의 해입니다.

제가 평소 좋아하던 <잡아함경 용왕게연> 중에 호랑이가 나오는 부분을
12월 4일 전주세계소리축제 송년소리나눔 <광대의 노래>에 출연하신 아름다운 선녀들과 함께 낭송하면서 호랑이처럼 용맹한 기상으로 한 해를 시작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며
사슴처럼 두려워 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용맹하라

새해 아침, 뜨거운 태양처럼 뜨거운 가슴으로 새해를 엽시다.

출처 : http://cafe.chosun.com/club.menu.album.print.sc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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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기축년이 저물어 갑니다. 

출처 : http://: pleasedontstare.wordpress.com/.../

올해는 저에게 '블로그스피어'라는 새로운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으로 행복한 한 해가 되었습니다.

겨우 인터넷 검색이나 하고 문서작성이나 하고 메일이나 교환하던 수준의 컴맹이었던 제가 파워블로거인 '탐진강'님과의 우연한 만남에서 5월 3일 첫 블로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과의 인연이 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어줄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웃블로거들과의 소통이 너무도 재미있어서 열심히 쓰다보니 자격도 부족한 사람이 블로그 관련 강연도 하게 되고, 연말이 되면서 '티스토리 우수 블로거'로 선정되기도 하고, '다음 우수 블로거 심사위원장' 맡아서 심사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블로그 세계에 한 발 다가 선 느낌이었습니다만, 초보 블로거치고는 참으로 과분한 격려가 쏟아진 듯 합니다.
 
제가 처음 '블로깅의 즐거움' 대한 글을 썼을 때 몇몇 분이 '블로깅의 어려움'을 암시하는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한동안은 그 말이 잘 들어오지 않더니 이제 그 말의 깊은 뜻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정말 블로깅에는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고통, 희망과 좌절....등등 인생의 쓴맛과 단맛과 신맛과 짠맛과 매운맛이 다 들어 있더군요. 

때로는 무척 고독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정신과 육체의 에너지를 심하게 소진시키기도 하는 이 블로깅을 꾸준히 하는 힘은 오로지 블로깅에 대한 '믿음' '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블로거들에게 밤늦게 글을 쓰게 하고, 사진을 찍게 하고, 하루종일 무엇을 쓸지 머리를 쉬지 못하게 만들고, 열정으로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또 하나의 힘이 있더군요.
 
바로 이웃 블로거들과의 소통, 격려, 감사, 사랑, 우정....그것들이 있기에 수많은 블로거들이 꾸준히 블로깅을 하고 계시지 않나 생각됩니다. 

사랑하는 블로거 이웃들이 보내주신 관심과 격려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저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새해 행복과 희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다음 우수 블로거 심사위원장의 인사말' 중 블로그스피어에 대한 저의 소망을 담은 부분을 올해의 마지막 인사로 대신합니다.  


(중략)

.......그런 토론을 통해 저는 블로그스피어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묵직한 무게감이 많은 블로거가 주목을 받다가, 전문성이 돋보이는 블로거가 주목을 받는 흐름에서 좀 더 삶에 밀착되고 대중적인 블로거가 주목 받는 흐름을 보이더군요.

이런 흐름을 타고 미래에는 또 어떤 블로거들이 주목을 받게 될지 흥미로운 숙제가 던져지기도 했습니다.

제 바램은 미래에는 대중성이 떨어지는 분야들도 좀 더 주목 받는 블로그스피어가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각 분야에서 인기가 있거나 대중성이 높은 종목에 지나치게 많은 블로거가 분포해 있고,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적은 분야는 블로거의 수도 적고 내용도 아직 풍성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예를 들어 조회수나 인기도에서 뒤질 수 밖에 없는 문화분야와 대중성이 높은 연예분야를 한 카테고리에 넣고 단순 비교하는 것에 대해 분리를 고려해 보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콘텐츠로서의 중요성에 비해 비상업적이고 비대중적이라는 이유로 기존의 매체에서 소외된 창작, 학술, 예술, 전통과 같은 분야에 좀 더 많은 블로거들이 참여하고 이들의 블로그가 사랑 받고 높이 평가 받는 흐름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블로그스피어가 얼마나 풍성해지겠습니까?

당선되신 모든 블로거들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이들 한 분 한 분은 정말 소중한 콘텐츠를 가꾸고 계신 분들입니다. 그러나 당선되지 못하신 블로거들, 또 후보에 오르지 못하셨더라도 성실하게 자신의 블로그를 가꾸어 가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사랑과 격려를 보냅니다.

블로거 여러분과 Daum View의 운영진 여러분, 2010년에는 더욱 발전하시고 하시는 일들, 꿈꾸시는 모든 일들에 희망과 축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출처 : http:// tourtalker.joins.com/Myfriday/qna_view.asp?Q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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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거실에는 사진이 4개 놓여 있다. 
부모님 사진 2개, 가족 사진 1개, 나의 어릴 적 사진 1개다. 그 중 내가 3살 무렵에 어머님의 품에 안겨 찍은 이 사진은 대학 다닐 무렵부터 언제나 머리맡에 놓고 다니던, 나의 분신과도 같은 사진이다.
 

*세 살 무렵, 우리집 정원에서 엄마와 함께.

이 사진을 바라 보면 너무도 행복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어렸을 적, 우리집은 전라북도 전주 시내에서도 가장 번화가인 중앙동에 있었다. 어머니는 <백합미용실>을 운영하며 백합처럼 우아하고 청초하게 사셨고, 아버님은 외갓집에서 운영하던 <풍성여관>의 지배인으로서 우리집과 처가의 살림까지 관리하던 믿음직한 가장이었다. 

그런데 내가 다섯 살 무렵부터 양쪽 집의 가세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뒤로는 고사동, 태평동, 진북동, 중노송동 등 점점 시내에서 벗어난 외곽으로 이사를 다녔다. 집의 크기도 점점 줄어 들더니 나중에는 단칸 셋방에서 부모님과 6남매가 힘겨운 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철이 든 이후 나의 고향에 대한 기억은 가난과 우울로 채색되어 있다. 그 회색빛 추억을 뚫고 유일하게 어린 시절을 빛나게 해주는 사진이 바로 위의 사진이다.

그런데 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어떤 추억들로 채워져 있을까? 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으로 예술 경영을 전공하는 딸과 대학 입시생인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둘다 이구동성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무덤!"이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과연 가족 사진첩을 찾아보니 아이들 어린 시절의 사진 중 많은 양이 부모님 산소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가난한 연극 배우로 살아가던 신혼 초, 집사람과 나는 명절이나 제사 때는 물론이고 아이들과 외출이라도 할려면 경기도 고양시의 시립공원묘지에 있는 부모님 산소에 가곤 했다.

* 세 살배기 딸과 부모님 산소 앞에서. 엄마가 찍은 사진. 

노원구 상계동에서 버스를 타고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광탄 가는 버스로 갈아 탄 뒤, 산소 앞 동네에서 내려, 아이들을 안고 업고 터덜터덜 산소까지 걸어서 도시락 까먹고 놀다 돌아오곤 했다. 아이들이 조금 자라서는 함께 손을 잡고 걸어서 갔다. 어떤 때는 어린이날에도 놀이 공원에 데려갈 형편이 못 되어 부모님 산소에서 놀았다(?).

* 여덟 살 딸과 다섯 살 아들의 나들이. 오른쪽이 할머니 무덤, 왼쪽이 할아버지 무덤.

가난한 연극배우 가장을 따라 어린이날에 산소에서 먹을 도시락을 싸 준 아내, 불평도 없이 아빠를 따라 공동묘지의 잔디에서 놀아 준 아이들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은 무덤가 잔디 색깔인 초록색이나 황토색으로 채색되어 있지 않을까?  

놀이공원과 에버랜드와 선물과 외식과 여행으로 화려한 어린이날을 추억하는 아이들도 많을 것이고, 어린이날에는 그러한 추억의 하루를 보내는 어린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 사회에는 어둡고 우울한 어린이날을 보내는 아이들과 부모들도 수없이 많다. 비록 허름한 도시락에 동네 근처 야산에서 보내는 하루일지라도 어린이날 하루만은 그 모든 아이와 가족들에게 사랑과 축복이 함께 하길 빈다.  


내 생각에 부모의 임무란,
아이들이 일생 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꿈을 열정적으로 좆을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다.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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