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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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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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10.22
    술에 취해 공연 못한 주인공, 어찌할 것인가? (20)
  2. 2010.09.13
    이윤기 선생과 미국 대평원 여행에서 본 것 (8)
  3. 2009.11.03
    불효자식 사랑했던 아버지가 그립다. (40)
  4. 2009.09.19
    내 인생의 '연출가'는 바로 '나' (38)
  5. 2009.09.08
    마법처럼 타오르는 블로그 열정 (49)
오래 전에 어느 극단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공연 첫날,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공연 1시간 전까지 나타나지 않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집으로 전화를 걸고 사방으로 수소문을 해보아도 도무지 간 곳을 알 길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고 있을 때, 어떤 배우가 자신이 주인공의 대사를 모두 외우고 있으니 대신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단장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으나 어찌됐든 막은 올려야 되겠기에 급히 역할을 바꿔 막 올릴 준비를 했습니다. 드디어 막이 오르고 모두들 숨 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대역배우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배우는 대사 하나 동작 하나 틀리지 않고 주인공의 역할을 아주 잘 해냈습니다. 오히려 선배 주인공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았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박수가 터지고 단원들이 새 주인공을 둘러싸고 칭찬의 말을 나누고 있을 때, 진짜 주인공이 무대 뒤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더니 후배에게 달려가 뺨을 후려갈겼습니다.

고함을 지르며 펄펄 뛰는 그의 말을 종합해보니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전 날, 총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주인공에게 후배 배우가 다가와서 술을 한 잔 하자고 했답니다. 주인공은 평소에 술을 무척 즐기던 터라 두말없이 따라갔답니다. 

그들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마셨는데, 이야기는 주로 주인공 연기에 관한 것이었답니다. 그는 후배가 선배의 연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비평하는 게 화가 나서 술을 자꾸 마시고, 술에 취한 그들은 서로 다투었답니다. 

그러자 후배가 죄송하다고 하며 자기가 2차를 사겠다고 했답니다. 그는 후배와 함께 2차를 가서 화해한 뒤, 곤드레만드레 취하게 마셨답니다. 그리고  나서 3차를 가는 동안에 그는 점점 정신을 잃어 갔답니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깨어보니 이미 공연 시간이 지났고, 어딘지도 모르는 낯선 여관방에 드러누워 있더랍니다. 허겁지겁 택시를 잡아타고 달려 왔으나, 이미 공연은 시작되고 있었답니다. 그는 객석에 앉아서 울분을 삼키다가 공연이 끝나자마자 무대 뒤로 달려 온 겁니다. 그는 후배를 가리키며 "저 놈이 계략을 써서 내 자리를 뺐었다!"고 울부짖는 것이었습니다.

모두들 선배 주인공을 진정시키고, 후배 주인공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대본을 받아든 때부터 주인공 역할이 자기에게 오리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러나 배역 발표를 하는 날, 보잘 것 없는 역할이 자기에게 맡겨지자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답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을 했답니다. 그의 역할은 잠깐 나오기 때문에 하루종일 남의 연습을 지켜보는 게 일이었답니다. 그는 연습하는 동안 선배의 연기를 열심히 지켜 보았다가 연습이 끝난 뒤 혼자 남아서 연습해 보았답니다. 그러기를 두 달 내내 계속하는 동안, 그는 선배보다 주인공을 더 잘해낼 자신이 생겼답니다. 

총연습이 끝나는 날, 그는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답니다. 그는 선배의 연기에 대해 평소 자기가 느낀 점을 이야기했답니다. 그러자 선배가 화를 내며 후배가 건방지다고 따귀를 때렸답니다. 그는 사과를 하고, 주머니를 털어서 술을 샀답니다. 그러나 그는 다음날의 공연이 걱정되어 술을 마시지 않고 술상 밑에 있는 접시에 부었답니다. 

술에 취한 선배는 집으로 가려하지 않고 3차로 끌고 갔답니다. 그는 술을 마시면서 선배가 술에 취해 내일 나오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건 사실이라고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선배를 여관에다 모셔 놓고 집으로 돌아왔을 뿐, 그 외의 다른 행동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은 팽팽히 맞서서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어려웠습니다. 

단장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원들에게 의견을 구했습니다. 그러자 단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게 갈렸습니다.
 
1. 아무리 공연에 참가하지 못했더라도 고의가 아니니 그동안의 경력을 참작해서 선배 배우에게 계속 주인공을 맡겨야 한다.

2. 주인공을 맡은 사람이 공연을 앞두고 남이 술을 사준다고 술에 취해 공연에 늦은 것은 배우로서의 자세가 잘못된 것이니 후배에게 주인공을 시켜야 한다.  

3. 두 사람 다 조금씩 문제가 있지만 공연은 계속해야 하니 두 사람을 교대로 주인공으로 출연시켰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는  제가 조금 윤색을 하긴 했지만 어느 단체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결론을 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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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공기가 서늘하게 다가오는 이 아침, 문득 생각나는 분이 계십니다.

지난 8월 27일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소설가이자 번역가 이윤기 선생입니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아주 오래 전인 1990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선생님은 어느 출판사에 편집인으로 계실 때, 무명 연극배우이며 무명 글쟁이인 저의 글들을 모아「꿈꾸는 퉁소쟁이」라는 수필집을 출간해주셨습니다. 

생애 첫 수필집을 만든 저자와 출판인으로 만난 우리는 판소리와 우리말과 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의기투합했습니다. 저보다 다섯살이나 많은 선배셨지만, 동생처럼 허물없이 대하시며 술도 마시고 노래와 판소리도 부르며 종종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책이 나온 얼마 뒤 미시간 주립대학에 비교문학을 연구하러 가시는 통에 한동안 소식이 뜸했습니다. 그러다가 「서편제」가 개봉되고 그 열기가 미국까지 전해지자 선생님의 주선으로 미시간 주립대학의 한국학 대회 행사에 초청 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그곳에서 저와 함께 지내며 겪었던 에피소드가 1999년에 펴내신「어른의 학교」란 수필집 중 <보아야 보이는 것들> 이란 글에 실려 있습니다. 돌아가신 뒤 다시 읽어보니 그분과의 추억에 눈시울이 붉어지는군요.

  

93년 여름, 서편제의 명배우 김명곤이 내가 머물고 있던 미국 중서부로 날아와 통일기원굿, 판소리, 민요판굿 등 아주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준 일이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글은 공연의 성공과 저에 대한 과분한 격려의 말들로 서두를 장식한 뒤, 우리의 여행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공연을 마친 뒤 선생님과 사모님, 아들 가람이, 딸 다희와 함께 봉고차를 타고 미시간에서 시카고, 뉴욕까지 이틀 동안 4천리나 되는 길을 여행했습니다. 비행기로 가면 간단했을텐데 굳이 모텔 방에서 잠까지 자면서 긴긴 자동차 여행을 한 이유에 대해 사실 저는 이해를 못했습니다.

게다가 그때 저는 운전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자동차 여행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굳이 그 길을 택한 이유를 선생님의 글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상당히 토종적인 분위기를 가진 그의 체험에다 미국 중서부 대평원의 어쩐지 막막한 느낌, 한 개인의 경험 속으로 쉽게 편입되지 않을 느낌 하나를 억지로 더해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저에게 새로운 느낌 하나를 더해 주려는 선생님의 깊은 배려로 막막한 미국 중서부 대평원을 '억지로', '신물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제가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걸 '좋은 버릇'이라 칭찬하기도 하고, 엄청나게 큰 스테이크를 준 어느 식당을 '장모집'이라고 이름 짓기도 하며 엉터리 영어로 웨이트리스와 얘기도 나누는 제 모습을 신기한 눈으로 관찰하신 모양입니다. 

......그는 영어를 하기는 해도 유창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그는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동안 50대의 웨이트리스를 친구 삼는 것은 물론, 배를 잡고 웃게 만들기까지 하는 걸 보니, 연기하는 것이 저런 것이구나 싶더군요. 언어 너머에 존재하는 의사소통의 원초적인 수단 같은 것을 깨치지 않은 바에 그러기 쉬운 것 아니지요......

정말 하루종일 가도가도 끝이 없는 평원을 달리는 차안에서 우리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저는 공연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탓에 조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채 조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깨어 있을 때는 선생님이나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 중 저는 잘 기억하지 못했는데, 선생님의 글을 통해 멋지게 되살아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자동차 안에서 내 아들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무대에서 절름발이 연기를 하자면 (다리를) 저는 사람을 잘 관찰하고, 절뚝절뚝 저는 시늉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저는 사람이 어디 흔하냐? 어느날 나는 저는 사람을 관찰할 생각으로 종로 2가에 가서 기다렸다. 그런데 세상에.......저는 사람이 어찌 그렇게도 많으냐?  종로 바닥이 저는 사람 천지로 보일 지경이더라. 큰 수 하나 배웠다. 그런데 저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것이 없게 되고 보니, 종로에 나가도 저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마음에서 멀어지니까 눈에서도 멀어진 것이다. 나는 큰 수를 또 하나 배웠다. 나는 연습 때마다 단원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한다. 보아야 보인다고,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고.....'

김명곤의 메시지는 명약관화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깨어 있자는 것이겠지요. 깨어 있어야 보인다는 것이겠지요.

김명곤의 이야기는 이렇게 계속됩니다.

'.....소리를 하든, 연기를 하든, 연출을 하든, 자기가 하는 일에 깨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 아니다. 나는 직업상 많은 사람들 만나고 다니는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더라. 자기 하는 일에 깨어 있더라는 것이다. 저금하는 놈과 공부하는 놈에게는 못 당한다는 옛말이 있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조금씩조금씩 쌓아가는 전문성, 그걸 무슨 수로 당하겄냐....'

깨어 있는 상태에서 보아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보이는 것은 그 깨어 있는 상태에서 쌓아가야 한다....오하이오 주의 평원을 지나면서 그가 한 이 말이 그 뒤로도 우리 집에서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울리게 됩니다. 내 아들딸에게 김명곤의 말은 한동안 화두 노릇을 너끈하게 하더라구요.

출처 : http://songrea88.egloos.com/3081557
 
사실 저의 평범한 말들은 선생님의 생각과 글을 통해 멋지게 되살아났습니다. 

선생님은 글로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 그 생각을 실천하셨으니까요. 선생님은 '깨어 있는 전문성'으로 번역과, 소설 창작과, 신화학에 관한 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신 분이니 무슨 수로 당하겠습니까?
 
온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파안대소하며 흘러간 노래도 열창하고, 도저한 이야기의 강물 속으로 좌중을 익사시키시던 선생님의 달변과 흥과 신명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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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에는 제 삶의 한 토막 이야기들이 실리게 됩니다. 시간의 순서를 충실히 따르지 않고 그때 그때 기억나는 이야기들을 쓰기 때문에, 혹 혼란이 오시는 분들은 앞의 글들을 읽어보시면 참고가 되겠습니다.
전호에 <어머니를 천사로 만든 아버지의 사랑법>http://dreamnet21.tistory.com/admin/entry/edit/195을 쓰다보니, 문득 아버지에 대한 저의 뼈 아픈 불효행각이 생각나는군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연극에 전념할 때인 서른살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일 년쯤만 고생하면 연극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자신만만했었는데, 막상 그만두고 나니 모든 일이 생각처럼 풀려 나가질 않았습니다.

또 연극해서 먹고 살겠다는 것이 얼마나 허황되고 무모한 꿈이었는지도 차츰 알아가고 있던 터라, 저는 예술과 현실 사이에 짓눌리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얼마 뒤에, 아버지 역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충격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매일 막걸리를 과도하게 드시다가 뇌출혈로 쓰러지셨습니다.

입이 비뚤어지고 눈은 초점을 잃고 말도 잊었지만, 다행히 침을 맞고 한방으로 치료한 효과가 좋아 차츰 회복이 되셨습니다.

그러나 한번 파괴된 정신은 옛날 같지 않았습니다. 육체도 갑자기 늙고 쇠약해지셨습니다. 아버지를 돌봐주고 손톱도 깎아주고 말동무도 되어 주던 착한 누이동생이 시집을 간 뒤로, 살던 집을 떠나 경기도 삼송리의 단칸 셋방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게 되었습니다. 

연극 연습을 한다고 아침에 나가 밤중에 돌아 오기는 했지만, 생활비와 약값 걱정으로 제 어깨에는 천근 짐이 지워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 날, 어둠이 내리기 직전의 일입니다. 

저녁 식사를 차려드리려고 부리나케 집에 들어서는 참인데, 집 옆 공터에 아버지가 연탄재 한 장을 두 손에 들고 서 계신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무심코 집옆의 가로등 근처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잠옷바람으로 연탄재를 버리려고 나오신 것인데, 잡초가 듬성듬성 나 있는 공터의 뒤쪽 구석에 있는 쓰레기장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돌아다니시는 것이었습니다.

떨리는 두 손으로 연탄재 한 장을 들고서 절룩거리는 걸음으로 집 대문 근처에 가져다 놓았다가, 아니라고 생각되셨는지 다시 집어서 부엌 쪽으로 가셨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좁은 공터를 맴 돌며 한참을 헤맨 끝에, 드디어 쓰레기장의 연탄재더미 위에 가까스로 올려놓으셨습니다.

5분이 흘렀는지 10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저는 가로등 뒤에 몸을 숨기고 아버지를 도와주지 않은 채, 끝까지 그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왜 그랬냐고요?

저는 중풍 걸린 노인이 연탄재 버리는 장면의 연기와 동선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연극 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를 위해 불편하신 몸으로 하루 종일 방과 부엌과 공터를 서성이며 연탄불을 갈고 밥상을 차려 놓으셨던 아버지에게 그따위 대응으로 일관한 제 불효가 뼈에 사무칩니다.

예술에 대한 자신의 고민에 겨워서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던 이기적인 아들을 아버지는 왜 그리도 사랑하셨는지....

이따금 골방에서 한 이불을 덮어쓰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눌 때 그렇게도 행복해 하시던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면, 핏줄을 타고 흐르는 알 수 없는 운명의 힘이 지금까지 아버지와 저를 연결시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앞줄 왼쪽부터 아버지, 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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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가끔 한 인간이 자기 인생을 가꾸어 가는 과정이, 한 작품을 창조해 가는 연출가의 작업 과정과 매우 닮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뭐가 닮았는지 제 나름대로 분류해 봤습니다.


첫째, 인생의 미래를 설계한다.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대본이 있어야 하고, 연출의 역할 중 첫번째는 대본에 대한 해석입니다. 연출의 해석에 따라 똑 같은 작품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탄생되기 때문에, 연출은 대본을 분석하고 수정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연출가의 손질을 기다리고 있는 <햄릿> 대본.

대본을 인생의 미래 설계도나 계획서와 같은 것이라고 본다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 인생을 분석하고 수정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는 게 인생의 연출가로서 첫번째 할 일입니다.


둘째, 인생의 연기를 연출한다.

대본에 담긴 이야기는 배우들의 대사와 동작을 통해 표현됩니다. 배우는 종이 위에 씌어진 글씨들을 자신의 영혼 속에 새겨 넣고, 자신의 육체를 통해 남에게 보여 주며, 극중 인물과 자기 내면 세계와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인물의 성격 표현을 합니다.

그런데 배역에 몰두한 배우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배우들 개개인의 연기를 객관적인 눈으로 평가하고, 훈련시키는 연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극단 아리랑에서 필자가 연출한 연극 <인동초>의 한 장면.


우리 인간 역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살아가게 됩니다. 아들과 딸의 역할에서부터 학생, 친구, 직장인, 나중에는 부모, 스승의 역할로 쉴새없이 변신해 가면서 살아갑니다.

자기 인생의 여러 배역을 객관적인 눈으로 평가하고 훈련하는 연출가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그 사람의 인생은 점점 성숙해 나갈 것입니다.


셋째, 인생의 갈등을 조정한다.

무대에서 빛을 받는 배우의 뒤에는 기획, 홍보, 무대감독, 장치, 조명, 의상, 음향, 소품, 장신구, 분장, 음악, 무용 등 각자의 전문성을 가진 스탭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작품 전체의 흐름보다는 자신의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수많은 기술자와 예술가들의 의견을 조정하고 통합해 나가는 사령탑이 바로 연출입니다.

저마다 자신이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예술가들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면서 일을 진행하려면, 연출은 그들보다 특출한 능력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고 남의 능력을 뽑아 내는 기법에 대해 능숙해야 합니다.

따라서 연출에게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그들이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설득력과 인력, 기술, 장비, 시설 등 배우와 스탭들의 능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또한 연습 중에는 공연에 대한 긴장이 누적되고, 모두들 자신의 예술적 능력과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대인 관계의 혼란으로 인한 애증이 교차되고, 육체적 피로로 인한 심리적 불안 상태가 점점 심해집니다. 

불평 불만의 말들이 오고가기도 하고, 연출의 지시에 대해 반대하기도 하고, 무표정한 냉소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험담, 의도적인 태만, 적의에 찬 시선 등이 연습장의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때로는 심리적 압박감에 의한 병이나 육체적 사고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고비를 넘어 공연을 앞두면 모든 참가자가 초긴장 상태에 이릅니다.

이런 심리상태에 쌓인 무리들을 이끌고 몇 달간의 연습과 공연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연출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그런데 연출 또한 공연이 다가 올수록 과도한 심리적 흥분 상태에 있게 되기 때문에 감정의 표출이 과격해집니다. 이성적이고 부드러운 성격의 연출가도 때로는 고함, 폭언, 욕설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이 모든 난관을 끌고 가는 힘은 연출의 예술적 목표입니다. 연출은 오로지 작품에 대한 자신의 목표를 되새겨 가면서, 자신의 창의성과 예술적 영감이 성공하기를 빌며 하루하루 불안한 행군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필자가 연출한 국립극장의 뮤지컬 <우루왕>의 연습 장면.

우리 인생 역시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주변에 있는 가족, 친척, 친지, 스승, 선배, 후배, 동료 등 수많은 인간들과의 갈등과 충돌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 중에 나만을 위해 주고 내 뜻대로 움직여 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마다 자신의 삶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그 틈새에서 벌어지는 스트레스나 마찰은 누구나 겪어야 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인생의 꿈을 현실화하는 데에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사람들과 좋은 관계 속에서 서로의 능력을 교류하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합니다.

때로는 연인처럼 주변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고, 때로는 폭군처럼 몰아쳐야 되고, 때로는 재판관처럼 냉혹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추진해야 하며, 일이 잘못 풀려 나갈 때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외로운 사색에 잠겨야 합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자신의 스트레스는 혼자 해결하고, 남들을 보살펴야 하는 무거운 책무가 두 어깨에 지어집니다.

이때 자신의 인생을 연출적 입장에서 끌고 가려면 사람과의 친화력이나 카리스마와 같은 여러 능력을 발휘해야 하고, 강철같은 의지력과 무사와 같은 투지로 여러 역경을 헤쳐 나가야 자신이 계획한 인생의 꿈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습니다.


넷째,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책임진다.

마지막으로 막이 열리고 작품이 관객과 만났을 때 연출가는 배심원 앞에 선 피고와 같은 입장이 됩니다. 관객들의 눈빛, 짤막하게 내 뱉는 감상평, 평론가나 기자들의 논평 등등이 예사롭지 않게 그의 귀를 파고 듭니다.

공연이 성공하면 그 동안 쌓인 모든 불만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서로 껴안고 술을 마시고, 치하의 말들과 존경과 사랑의 눈빛이 오고 가고, 공연이 일찍 끝나게 됨을 아쉬워하고,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함께 일하기를 다짐합니다.

그러나 공연이 관객이나 평론가들의 무관심과 혹평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되면 모두들 힘겨운 공연이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차가운 눈빛과 의례적인 치사, 겉돌고 맥 빠진 대화, 공연의 실패에 대한 서로간의 책임 전가, 그 동안 쌓인 불만의 과격한 표출로 이어집니다.

이때 공연 실패의 제일 큰 책임은 연출에게 돌아가는 게 일반적 경향입니다. 반대로 성공의 공은 저마다 제 몫을 나누기 싫어하기 때문에, 배우들과 여러 스탭들의 공을 빼고 나면 연출에게 돌아오는 몫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쉐익스피어의 <리어왕>을 한국판으로 각색한 <우루왕>의 공연 장면.

인생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만나기를 원하고 그의 인생에 대해 존경의 말을 건네는 경우와, 아무도 만나기를 원하지 않고 그의 인생에 대해 비웃음의 말이 오고 가는 경우는 정반대의 결과를 안겨 줄 것입니다.

성공적인 인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객관적이고 폭 넓은 시야로 자신의 인생 계획을 분석하고 수정하며,
다양한 인생 배역을 소화해 내기 위해 엄격하고 치열한 연습과 훈련을 자신에게 요구하며,
자기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조화롭게 처리해 내며,
삶의 목표를 분명히 세워서 신념과 의지로 난관을 헤쳐 나가는,
“인생의 연출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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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연기할 때 사용하는 기법 중에 ‘마법의 만일(Magic If)’이라는 게 있습니다.

‘내가 만일 햄릿이라면? 내가 만일 춘향이라면? 내가 만일 사랑했던 여자와 헤어진다면?’

이런 수많은 가상의 상황 속에서 상상력을 통해 인물의 내면세계를 탐구해 가는 과정이 연기의 핵심입니다. 

우리 인생에도 ‘마법의 만일’이 있습니다.


‘만일 내가 대통령이라면? 만일 내가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된다면? 만일 내가 새 차를 산다면?'

이 '만일의
마법'을 성공시키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열정'입니다. 앤서니 라빈스는 『무한능력』이란 책의 한 구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을 밤늦도록 안 재우고, 이른 아침 깨우는 것도 열정이다.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결핍을 느끼고, 이를 더 구하게 만드는 것도 열정이다.
열정은 인생에 힘과 진액, 그리고 의미를 준다.
운동선수, 예술가, 과학자, 사업가 중 그 누구도 불타는 열정없이는 성공해서 위대해 질 수 없다.


이 글을 블로거들을 위한 글로 바꿔봤습니다. 

블로거들을 밤늦도록 안 재우고, 이른 아침 깨우는 것도 열정이다.
블로거들이 인간관계에 결핍을 느끼고, 이를 더 구하게 만드는 것도 열정이다.
열정은 블로거들의 인생에 힘과 진액, 그리고 의미를 준다.
파워블로거, 프로블로거, 베스트블로거, 블로그마스터(블마 : 필자가 만든 신조어)가 되려는 블로거 그 누구도 불타는 열정 없이는 성공한 블로거, 위대한 블로거가 될 수 없다.


제가 블로그를 통해서 만난 수많은 블로거들은 모두 열정에 사로잡힌 분들이더군요. 열정 없이는 블로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그 분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전 그분들의 열정을 통해 한 걸음 한 걸음 블로그의 세계에 빠져 들고 있는 중입니다.

게임도 못하고, 채팅도 못하고, 사진 올리기도 못하던 제가 블로깅을 시작한지 어느덧 4달이 되어 가는군요. 전 그 분들의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초보이지만, 제게도 '초보' 블로거’로서의 열정은 남못지 않답니다.

제가 전에 '블로깅의 즐거움'에 대해 쓴 글에 대해, 어떤 분이 언젠가는 '블로깅의 괴로움'도 알게 될 것이라고 충고를 하더군요.

언젠가 그 괴로움이 찾아와 블로깅을 쉬거나 포기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고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신비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 시간들은 저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행복을 주기 때문에 열정에 넘쳐 있습니다.

전 이 열정에 대해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에게 설명하며 블로그 전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더군요.

쉽지 않은 꿈이지만 불꽃처럼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열정'의 에너지, 그 '마법'의 힘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에너지가 모아져서 우리 블로그스피어가 새롭게 도약하길 꿈꾸어 봅니다.

출처: http://min.kr/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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