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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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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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샘마을'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4.26
    봄향기 가득한 무주 안성 장날의 '장터 여행' (30)
  2. 2010.01.03
    무주의 설경과 함께 새해를 시작하며 (53)
  3. 2009.06.14
    저 딱따구리가 전생의 내 애인일까요? (35)
  4. 2009.05.05
    딱따구리와 동거하는 법 아는 분 없나요? (16)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무주 안성읍의 5일장에 갔습니다


오후라서 그런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평소의 인적 없는 거리에 비하면 활기가 넘칩니다.


시골장의 정겨운 물건들을 이리기웃 저리기웃하며 구경하고 다녔습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꽃나무를 세워 놓고 파는 이 곳에서 나무 몇 그루를 사곤 합니다.


처음에는 서울의 '양재 꽃시장'에서 몇 그루씩 사가지고 가서 심었는데 생존률이 저조하더군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장날에 맞춰서 이 곳에서 나무를 삽니다. 올해는 호두 나무 2그루와 자두와 복숭아 1그루, 그리고 분홍 철쭉 5그루를 샀습니다.


제가 '나무아저씨'라고 부르는 주인 아저씨가 시골의 농원에서 직접 기른 나무들이라 뿌리가 튼실해서 잘 자랍니다. 


길가의 찐빵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네요. 집에 가지고 가서 먹으려고 찐빵과 만두 1인분씩을 시켰습니다.


단골이라고 알아본 주인아줌마가 인심 좋게 1개를 더 얹어서 쪄줍니다.


배가 고파지자 제가 좋아하는 할머니의 돼지갈비집에 들렀습니다.


남편이 일찍 돌아가신 뒤 이곳에서 사십 년이 넘게 장사를 하시면서 아들과 딸들을 공부가르치고 시집 장가까지 잘 보낸 '복쟁이 할머니'이십니다. 메뉴판에 이것저것 써놓았어도 오로지 연탄불에 굽는 돼지갈비만 파는 건 읍내 사람들은 다 아는 일입니다.


점심 때나 저녁 때나 장날에나 평일에나 언제든 이 비좁은 곳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건 오로지 푸짐한 할머니의 인심과 깔끔하고 맛있는 반찬 때문이지요. 돼지갈비 2인분이 깜짝 놀랄 정도로 푸짐하게 나옵니다.


왜 이렇게 많이 주느냐고 물으니 "다들 이렇게 많이 주면 뭐가 남느냐고들 그려. 그려도 내 집서 밥 먹고 배부르게 먹고 갔다는 말을 들어야 기분이 좋제"하며 맘씨 좋게 웃으십니다. 인심 좋은 할머니 덕분에 우리는 배부르고 기분좋게 돼지갈비 2인분에 동동주 반되를 마셨습니다. 

동동주가 너무 맛있어서 어디서 만든 거냐고 물었더니 읍내 '막걸리 도가'에서 산 거라고 합니다. 


당장 읍내 골목 안에 있는 '안성주조장' 찾았습니다.


술맛 나게 생긴 주인아저씨가 막걸리 한 사발을 맛보라고 그냥 줍니다. 그야말로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생막걸리가 목으로 시원하게 넘어갑니다.
 

'안성 생막걸리' 2병과 아무런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청주' 2병을 사니 가슴이 뿌듯합니다. 장터 거리로 나오니 멀리 덕유산의 산자락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읍내에서 마을로 돌아오는 길목에 늘어 선 벗꽃 가로수 길에 벗꽃이 아름답게 피었군요.



길가의 민들레와 들꽃들도 봄맞이를 하고 있군요.


'구름샘 마을' 입구 길가의 산속에 피어 난 진달래도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저 멀리 산중턱에 정겨운 우리 마을에 보입니다.     


오랫만에 따뜻한 인심과 싱그러운 봄향기를 맛본 '장터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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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아내와 함께 무주군 안성면의 구름샘 마을에 있는 움막을 찾았습니다.

새벽의 마을 입구에서 바라 본 구름샘 마을은 온통 새하얀 눈의 천국이었습니다. 우리는 마을 입구에 차를 세워 놓고 음식과 책과 컴퓨터가 든  배낭을 메고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의 찬바람에 코끝이 시리고 손도 얼어왔지만 오랫만에 걷는 눈길이라 기분은 더할 나위없이 상쾌했습니다. 30분쯤 눈길을 걸어 산중턱에 고즈녁히 자리 잡은 움막에 당도했습니다.
 



지난 가을에 저를 놀라게 했던 말벌집은 아직도 지붕 밑에 붙어 있었습니다. 이번 겨울에 저 말벌집을 떼어낼 일도 큰 숙제 중의 하나입니다.


간단하게 집안 청소를 마친 우리는 집 뒤에 있는 산길을 걸었습니다. 소나무와 전나무가 들어 찬 인적없는 눈 쌓인 산길을 뽀드득 뽀드득 걷다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잔가지 사이에 올록볼록 쌓인 눈이 귀엽고 앙증맞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눈을 손으로 떠서 입에 넣어 보았습니다. 차가우면서도 신선한 눈의 감촉이 입안을 간지럽히다가 시원하게 목으로 넘어가더군요.



우리가 걷는 길 한쪽에 이름 모를 짐승의 발자국이 눈길 위로 죽 이어져 있었습니다.  혹시 백호랑이의 발자국?.....ㅎㅎ


멀리 아침 햇살이 번지는 덕유산의 산자락을 바라보며, 올 한해 모든 분들에게 새해 첫날의 눈과 같은 소담하고 깨끗한 축복이 내리길 기원했습니다. 


저 산 속 어딘가에서 호랑이가 힘차게 표효할 듯 합니다.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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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집사람과 함께 무주 구름샘 마을 다녀왔습니다.

5월 5일에 저희집 기둥에다 둥지를 만드는 딱따구리 이야기를 <딱따구리와 동거하는 법 아는 분 없나요?>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으니 거의 한 달여만입니다. 


그때 새끼를 낳기 위해 밤새도록 "따닥 따닥 따닥..." 하면서 기둥 위에 둥지를 만든 딱따구리 부부 그 사이에 알을 낳았고, 그 알이 부화한 모양입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구멍 속에서 "짹짹짹"하는 새끼 딱따구리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습니다.


저와 집사람은 구멍 속에 핸드폰을 집어 넣어 간신히 몇 장의 새끼 딱따구리 사진을 찍었습니다.


구멍 속을 들여다보니 어느새 실팍하게 자란 딱따구리 새끼 너댓 마리가 입을 쫙 벌리며 먹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새끼 사진을 찍은 우리는 어미 딱따구리의 사진을 찍으려고 방 안에서 숨을 죽이고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먹이를 문 어미-또는 아비-가 구멍 속에 연신 머리를 넣었다가 빼며 아기들에게 먹이를 주고 날아갔습니다. 기둥 중간쯤에 약간 삐죽 나온 머리를 가진 새가 어미 딱따구리입니다.
 

방안에  앉아 살펴보니 어미새는 일정 간격을 두고서 아기들에게 먹이를 계속 물어 나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눈치더니 한참 뒤부터는 별로 우리를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나뭇가지와 둥지 사이를 오가며 자기 할 일을 했습니다. 

밖에 의자를 놓고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가 간신히 기둥에 앉은 어미 딱따구리의 사진을 몇 장 찍기는 했지만, 형편 없는 실력의 핸드폰 사진이다보니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게 안타까웠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방안과 마당에서 새들을 관찰하다보니, 저희 집 주위가 새들의 천국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람 기척이 드물고 주변에 야생의 숲이 우거져서 그런지, 이름 모를 수많은 새들이 집 주위의 나무나 마당이나 지붕 위를 쉴새없이 날아다니며 갖가지 울음소리로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새박사인 윤무부 선생님의 <새박사, 새를 잡다>라는 책을 가지고 갔기 때문에, 출판사와 경희대학교에 수소문해서 윤무부 선생님과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특유의 수다스러우면서도 정감이 흘러넘치는 목소리로 이런저런 가르침을 내려주셨습니다.

"딱따구리가 집에 둥지를 트는 것은 행운이 찾아 오는 징조이니 절대 둥지를 없애지 마세요.

아기새는 알에서 부화한지 15일에서 20일쯤이면 둥지를 떠나니, 그 뒤로는 둥지에 진흙을 발라 메워도 됩니다. 딱다구리는 한 번 떠난 둥지는 다시 오지 않고, 그 기둥에다 다른 둥지를 만들지도 않을 겁니다.

집에 새들이 많은 건 아주 좋은 일이니 새들이 좋아하는 앵두나무나 미국앵두나무를 많이 심어주세요. 저도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은데 건강이 안좋아서 집사람이 외출을 못하게 해요. 또 전화주세요. 꼭이요!"  

새에 미쳐서 평생을 보낸 윤선생님의 재미있고 솔직하고 새에 대한 사랑이 넘쳐 나는 책을 읽으며 새들을 관찰하는 동안, 저도 모르게 새들에 대한 사랑이 가슴에 차올랐습니다. 

하루종일 딱따구리만 쳐다보며 지내다보니 그 새가 마치 제 전생의 애인이나, 부인이나, 절친했던 친구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집은 제 집이 아니라 저 딱따구리와 이름모를 산새들의 집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자기 집에 잠깐 왔다가는 손님을 저 새들이 반가워해줬으면 고맙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년에는 저 주인들이 좋아하는 미국앵두나무와 한국산 앵두나무를 여러 그루 심어야겠습니다.

여유가 생긴다면 망원경과 줌렌즈 카메라도 장만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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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구름샘 마을에 자그마한 집을 가지고 있다. 서울 생활에 지칠 때가 찾아 오면 이곳에서 살려고 나무와 흙으로 지은 스무 평짜리 토막에 책이며 잡동사니들을 잔뜩 쟁여 놓고 가끔씩 내려와 글도 쓰고 책도 읽다 간다.

이곳에 오면 시간이 천천히 흘러서 좋고, 무엇보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숲의 향기가 나를 취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나를 가장 황홀하게 하는 것은 이름 모를 산새들이다. 아침 저녁으로 주변의 나뭇가지 사이를 나르며 분주히 하루를 보내는 산새들의 지저귐 소리는 한바탕의 아름다운 피리 합주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사단이 생겼다. 집을 지탱하고 있는 나무 기둥 중, 뒤편 왼쪽 기둥에 조금씩 상채기가 생기더니 여기저기 구멍이 파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가 딱따구리가 기둥 속에 있는 애벌레를 파먹거나 집을 지으려고 구멍을 낸다는 동네 아저씨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저씨는 구멍이 커지면 기둥이 무너질수도 있으니 못 짓게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구멍 근처에다 에프킬라를 잔뜩 뿌려 놓고 갔다. 딱따구리는 예민한 새이니까 조금만 뿌려도 다시는 오지 않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몇 주 뒤에 와보니 구멍이 훨씬 더 커진 게 아닌가? 게다가 "딱딱딱~"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부지런한 딱따구리가 새벽부터 부리로 열심히 기둥을 쪼고 있는 것이었다. 깃털이 화려하고 배 부분에 붉은 깃털이 있는 걸로 봐서 백과사전에서 본 오색딱따구리인 듯 싶었다.
 
* 오색딱따구리.

 
딱따구리는 어떤 새?
탁목조()라고도 한다.  산지 숲에서 단독 또는 암수 함께 생활한다. 나무줄기에서 생활하기에 알맞게 곧고 날카로운 부리와 날개축이 단단한 꼬리깃을 가지고 있다.

나무줄기에 수직으로 붙어서 나선형으로 올라가면서 먹이를 찾는다. 꼬리깃으로 몸을 지탱하고 앞뒤 2개씩 달린 발톱을 나무 줄기에 걸어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막은 다음 날카로운 부리로 구멍을 뚫고 가시가 달린 가늘고 긴 혀를 구멍 속에 넣어 혀끝으로 딱정벌레의 유충 따위를 끌어내서 먹는다. 그 밖에 땅 위에서 개미를 잡아먹기도 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나무열매를 먹는다.

번식기에는 수컷이 속이 빈 줄기나 가지를 쪼아 소리를 내서 짝을 찾는다. 둥지는 암수가 번갈아 가면서 나무의 윗둥치를 쪼아 만들고 구멍 바닥에 한배에 2~8개의 알을 낳는다. 어린새는 15~20일이면 둥지를 떠난다. 대형종 중에는 약 35일이 걸리는 것도 있다.

전 세계에 약 210종이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뉴기니·마다가스카르·남태평양제도 및 양극지를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한다. 한국에는 개미잡이속·청딱따구리속·까막딱따구리속·오색딱따구리속의 4속 9종이 분포한다. 그 가운데 개미잡이· 붉은배오색딱따구리는 철새이고 크낙새는 한국 특산종이며 청딱따구리는 한국과 일본 특산종이다.


나는 동네 아저씨에게 물어 나무가 썩지 않게 하고 벌레도 끼지 않게 한다는 우드스테인을 서울에서 사가지고 내려와 끙끙거리며 서까래와 기둥 곳곳에 발랐다.

그러고 올라간 게 한 달 쯤 전이었다. 그동안 바빠서 한동안 내려 오지 못하다가 마침 어린이날 휴일에다 안성 장날이 겹쳤으니 장에서 매화, 철쭉, 라일락 같은 나무들을 사서 심을 겸 혼자서 내려 왔다. 

그런데 아뿔사! 그 기둥의 크기와 쪼아 놓은 갯수가 더욱 늘어나 있는 게 아닌가? 기둥 밑에는 나무부스러기까지 잔뜩 널려 있었다. 구멍 하나가 유난히 큰 걸로 보아 부부가 새끼들과 함께 이미 살림을 차려 놓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기둥의 상처 자국을 따라 개미떼가 부지런히 오르고 내리는 걸 보니 이러다 기둥이 썩고야 말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나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남아 있는 에프킬라를 구멍 속속까지 잔뜩 뿌려 놓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 독한 살충제를 뿌렸는데 저희들이 이사를 안가고 배겨?"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방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딱딱딱~" 하는 익숙한 소리에 가만히 일어나 밖을 내다 보았다.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오색딱다구리(?) 한 마리가 기둥에 앉아 콕콕 부리질을 하다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꺄웃뚱거리다가, 다시 콕콕 쪼아대고 있었다

나는 급히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그러나 인기척에 놀란 딱따구리는 금새 날아가 버렸다. 나는 기척을 숨기고 방에 앉아서 밖을 열심히 내다 보았다. 과연 딱따구리 두 마리가 집 주위의 나뭇가지 사이를 날면서 뭔가 집안에 생긴 변고를 상의하는 것 같았다. 

그런지 한참 뒤에 한 마리가 기둥의 구멍 속에 날아 들어가더니 한참 동안 쪼아대기 시작했다. 조용한 집안을 울리는 딱따구리의 부리질 소리를 들으며 나는 한동안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서 쫒아내야 하나? 헝겁으로 구멍을 틀어 막아야 하나? 에프킬라보다 더 독한 살충제를 사와야 하나?" 

여러 생각들이 오가던 내 뇌리 속에 문득 이런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딱따구리는 저 기둥을 자기 집으로 알고 아기를 키울 공간을 만들려고 저러는 것일텐데 내가 왜 방해하는 거지? 나는 이 집을 가끔 쓰고 딱따구리는 매일 쓰는데 그럼 누가 저 기둥의 주인이지? 내가 뿌리는 에프킬라가 철거민에게 전투경찰이 쏘아대는 최루탄하고 다를 게 뭐지? 이러다 '구름샘 참사'라도 일어나 딱따구리가 죽으면 그 책임은 누가 지지?"
  
잠시 뒤에 딱따구리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주위는 조용해졌다. 인기척 때문인지 딱따구리는 저녁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갑자기 딱따구리가 보고 싶어지고,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딘가 둥지가 또 있겠지? 아기새들도 함께 있을까? 온 가족이 모여 뭘 하고 있을까? 저녁은 맛있게 먹었을까? 지금 잠을 자고 있을까? 아침엔 언제 일어날까? 딱따구리 둥지 좀 있다고 설마 기둥이 무너질까? 아니겠지? 그럼, 만약 딱따구리하고 동거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노을이 지고 저녁이 내려 앉는 산속에서 나는 점점 딱따구리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까이 방안에서 둥지 쪼는 딱따구리 소리를 들어 본 사람이 전 세계에서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저 아름답고 귀한 천연기념물이 우리집에 날아 와 저 소리를 들려주는 건 신의 섭리가 아닐까?"

그러다가 차가운 산속의 밤이 찾아왔다. 나는 불을 끄고 누워 딱따구리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지 얼마 뒤, 들어보라! 딱따구리 부리질 소리가 나는 것 아닌가? 나를 의식하는 듯 처음에는 아주 조심스럽고 간간이 쪼아대던 딱따구리는 이내 자신을 얻어 점점 크게 자주 부리질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죽인 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한참동안 별빛이 반짝이는 마당을 서성이던 나는 마침내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래, 집이 무너져도 좋으니 딱따구리하고 동거를 해 보자!"
그런데---어떻게 동거를 하지?


누구, 딱따구리와 동거하는 법 아는 사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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