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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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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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52건

  1. 2012.09.27
    이 위험한 영토분쟁의 끝은 어디인가? (5)
  2. 2012.08.21
    순천만의 기적 (4)
  3. 2012.06.21
    '효자'되기 어려운 세상 (2)
  4. 2012.05.30
    괴짜 천재의 대경고 (2)
  5. 2012.02.16
    동네북이 된 사법부와 검찰 (2)
  6. 2012.02.04
    ‘취업’과 ‘창업’ 사이 (11)
  7. 2012.01.20
    결론은 '직장'이 아니라 '직업'이다 (6)
  8. 2011.12.05
    종편 출범에도 잠자는 미디어렙법 (1)
  9. 2011.11.09
    '국회 도청의혹 사건' 특검으로 진실을 규명하라 (5)
  10. 2011.10.21
    ‘나는 꼼수다’는 이 시대의 광대다 (7)
  11. 2011.09.07
    종편 개국 코앞, 미디어렙법 시급하다 (2)
  12. 2011.08.03
    본질에서 벗어난 '성기 사진' 논란 (6)
  13. 2011.05.23
    ‘나는 가수다’, 잔혹한 게임규칙을 바꿔라 (37)
  14. 2011.03.06
    봄입니다 (16)
  15. 2010.12.14
    불교계의 분노, 어디까지 갈 것인가? (25)
  16. 2010.11.18
    '천안함 사건' 재조명한 '추적60분', 장하다! (19)
  17. 2010.09.20
    명절 스트레스 날려버리는 특효약, 배려 (8)
  18. 2010.08.30
    오은선 의혹, 히말라야 산신들이 노하겠다 (31)
  19. 2010.07.25
    "일어나서 외쳐라!", 김귀옥 판사의 명판결 (78)
  20. 2010.06.19
    이 무슨 해괴한 '전쟁 시나리오' 공모인가? (29)
  21. 2010.06.12
    배를 띄운 민심은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 (15)
  22. 2010.06.06
    우리 가슴에 불 지른 위대한 스님, 문수여! (15)
  23. 2010.06.04
    6.2선거, 분노한 ‘침묵의 다수’가 승리했다 (29)
  24. 2010.05.20
    두 동강난 5·18, '임을 위한 행진곡'의 운명은? (16)
  25. 2010.05.15
    천안함, 역사의 '미궁'으로 침몰할 것인가? (25)
  26. 2010.05.06
    4대강을 향한 눈물의 외침, '강은 살아있다' (16)
  27. 2010.04.19
    SBS '천안함 침몰 미스터리'의 놀라운 용기 (18)
  28. 2010.04.17
    20대의 정치참여, 희망의 싹을 본다 (11)
  29. 2010.04.15
    이 지겨운 꽃샘추위, 언제 끝나려나? (22)
  30. 2010.04.02
    천안함 수병들이여, 귀환하라! 절규의 기도 (16)

한중일 3국의 영토 분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침략의 과거사를 둘러싼 국가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분쟁의 주범은 일본이다. 일본인 중에서도 우익 정치인들이 그 분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익이 아닌 정치인들도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우경화 일색의 발언을 한다. 주변국과의 영토문제에 대해 대다수 일본인들이 우익 정치인들의 입장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침략과 학살과 종군위안부 등의 과거사를 부정하는 역사인식도 일본 국민 사이에 점점 널리 퍼지고 있다.

 

그와 함께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너희의 모든 문화는 우리 것’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봤다. 이 동영상에서 한국인은 유교, 한자, 가부키 등 주변국의 문화유산을 표절해서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 동영상을 올린 이용자는 “표절의 주된 희생자는 일본이지만, 최근에는 그 마수가 중국에까지 미치고 있다”며 “세계인들에게 이를 경고하기 위해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썼다. 이런 동영상들 옆에 나타나는 ‘관련 동영상’ 목록에도 터무니없이 한국인을 비하하거나, 한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동영상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왜 일본에게 질 수밖에 없는가’라는 동영상은 “한국인들의 할머니는 일본군의 위안부였기 때문에 지금 한국인은 일본 혈통을 가진 것”이라며 “할머니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알리는 단체 ‘반크’를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사이버 테러단체’로 묘사하거나, “낙후되고 가난했던 한국이 1910년 한일합방을 통해 겨우 발전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동영상들도 있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지 한 달쯤 뒤인 지난해 4월 일본의 서점가에서는 ‘일본인의 긍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우익 에세이작가인 후지와라 마사히코가 쓴 이 책은 ‘난징대학살’ 등 일본의 과거 전쟁범죄에 관한 내용이 자학사관에 의해 과장됐다거나, 동아시아 침략이 제국주의 시대인 당시 상황에선 침략이 아니었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의 일본사회에는 일본국기인 히노마루,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 욱일승천기 등 일본 ‘군국주의 아이콘’이 요란하게 부활하고 있다. 얼마 전 런던올림픽에서는 욱일승천기 문양이 국가대표 체조팀의 유니폼에 버젓이 사용되었고,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 여자 월드컵에서 일부 관중들이 욱일승천기를 들고 응원을 했다. 욱일승천기는 침략을 상징하는 나치 문양에 견줄 ‘군국주의 아이콘’이지만 지금은 거리낌없이 사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일본’, ‘강한 일본’을 그리워하고 찬양하는 위험한 애국주의 열풍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양심적인 일본인도 있다. 아사노 겐이치 도시샤대 교수는 “공영방송이 일본의 과거 침략·강제점령을 긍정하는 소설을 버젓이 드라마로 만들고 있을 정도로 일본의 최근 사회 분위기는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다”며 “일본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공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화 ‘러브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일본은 일찍이 침략전쟁을 일으켰다가 패전했다는 사실을 너무 잊은 채 살고 있다. 그러면서 상대국 잘못만 따지고 있으니 상대국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글을 남겼다. 이에 한 일본 누리꾼이 한국이나 중국에서 이뤄지는 반일 교육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일본은 이웃나라를 침략하다가 끝내 미국과 전쟁을 벌여 패했고 그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침략당한 나라가 아직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며 잊어버리고 있는 일본이 미친 것"이라는 소신 발언을 했다.

 

영토분쟁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는 시기에 나온 한 영화감독의 용기 있는 발언은 한국인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일본인 대다수에게는 깊은 분노를 안겨준 모양이다. 많은 일본인들이 발언이후 그를 매국노로 몰아부쳤다고 하니 말이다. 위험한 영토분쟁의 끝은 전쟁밖에는 없다. 일본은 과연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는 것인가?

 

(* 이 글은 2012년 9월 25일 한국일보 김명곤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TRACKBACK 3 AND COMMENT 5

순천만의 갈대밭에 갔다가 순천만의 상징새인 흑두루미에 관해 참으로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본디 흑두루미는 시베리아에서 겨울에 한반도로 남하해서 비무장지대에서 잠시 머무른 뒤, 낙동강 하구인 을숙도에서 수천 마리가 겨울을 났다고 한다. 그런데 낙동강 하구댐이 만들어지고 갈대밭이 없어지자 두루미들은 일본 규슈에 있는 이즈미시로 날아갔다. 이즈미시는 흑두루미의 먹이를 위한 논농사를 지을 만큼 새들의 환경보호에 정성을 들인 결과, 지금은 전 세계에 약 1만여 마리 남아 있는 흑두루미의 90%가 날아오는 유명한 생태 관광지가 되었다.

 

 

 

 

 

그러니 순천만에는 흑두루미가 거의 날아오지 않았고, 어쩌다가 들르는 두루미들을 다 합쳐봐야 몇 십 마리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 날아오는 흑두루미에 대해서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점점 순천만을 찾아오는 흑두루미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던 1991년의 어느 날, 순천만에 인접한 농촌 마을에 살던 한 소년이 추수가 끝난 가을 논에서 놀다가 다리를 다친 흑두루미 한 마리를 발견했다. 몸집이 1 미터쯤 되어 보이는 흑두루미는 날지 못하고 논바닥에서 퍼덕거리고 있었다.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흑두루미를 집으로 안고 가서 보살펴 주었다. 하지만 집에서 계속 키우기가 힘들자, 오갈 데가 없는 흑두루미를 위해 학교에서는 자연관찰용으로 새들을 기르고 있던 조류사육장에서 살게 해주었다. 소년은 ‘두리’라고 이름을 붙인 흑두루미에게 여름에는 미꾸라지를 잡아주고 가을에는 메뚜기를 잡아주며 정성을 다해 보살폈다. 세월이 흘러 소년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순천을 떠나자 아무도 두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난 2001년의 어느 날, 그 흑두루미가 우연히 학교에 들른 순천지역 환경보호 단체 회원의 눈에 띄었다. 그로 인해 순천만에도 흑두루미가 날아온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세계적인 희귀조인 흑두루미가 순천만에 날아온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어서 환경단체와 여수 MBC는 즉시 흑두루미를 자연으로 귀환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뜻있는 독지가들과 조류 전문가들, 그리고 순천시의 협조로 그 프로젝트는 조용히 진행되었다.

 

 

그런데 ‘두리’는 십 년 동안 인간이 주는 모이를 먹고 새장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야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물고기를 잡지도 못하고 날지도 못했다. 처음에는 두리가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그물망을 치고 바닥에 흙을 깐 대형 조류장을 만들었다. 조류장 주변에 갈대를 심고 연못도 만들어 최대한 자연적인 환경을 만들어 물가의 피라미나 미꾸라지를 잡도록 했으나 곡류만을 먹어 온 흑두루미는 물고기를 외면했다.

 

 

그러나 한 달 정도 물고기 사냥 훈련을 통해 먹잇감을 잡을 수 있게 되자, 이번에는 더 넓게 날 수 있는 대형 골프 연습장을 빌려 손님이 없는 시간에 날기 훈련을 시켰다. 그렇게 5, 6 개월의 훈련을 한 뒤, 겨울에 찾아 온 몇몇 야생 흑두루미 무리에 끼어 넣어 함께 어울리게 했다. 처음에는 무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던 두리는 차츰 그들과 친해져 마침내 봄이 되자 힘찬 날개짓으로 시베리아를 향해 날아갔다.

‘두리 귀환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노력을 통해 순천만의 뛰어난 갯벌과 갈대의 생태가 알려지게 되었고, 순천시에서 적극적으로 생태 보전을 위해 노력한 결과 지금은 수백 마리의 흑두루미가 찾아오는 아름다운 철새 도래지가 되었다. 순천시는 십여 년 전부터 갈대와 흑두루미로 상징되는 생태 환경 보호가 지역을 먹여 살릴 것이라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러한 방향을 세우게 한 것은 바로 흑두루미 ‘두리’였다. 야성을 잃은 흑두루미 한 마리를 살려 준 소년의 사랑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수개월의 공을 들인 시행정가들과 시민들의 자연 사랑이 순천만을 순수 자연 생태를 유지한 아름다운 갯벌로 재탄생시켰다. 그 순천만이 지금은 연간 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연간 천 억의 경제 효과를 낳는 기적의 보물창고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2012년 8월 22일 한국일보 김명곤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TRACKBACK 2 AND COMMENT 4

내 친구 중에 '효자'가 있다.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고, 대부분의 친구들도 그를 효자라고 칭송한다. 그는 결혼한 뒤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부모님 댁 가까운 곳에 살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 대기업에 취직해서 임원으로 퇴직할 때까지 성실하게 살아 온 그는 직장에 다닐 때에도 퇴근하면 부모님 댁에 먼저 들렸다가 자기 집에 가곤 했다. 퇴직 후에는 집 근처에서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며 매일 부모님 댁에 들러 집안일도 돌보고, 부모님과 얘기를 나누다가 오곤 한다.

그런데 요즘 어머님의 건강이 좋지 않아 숨도 차고 걸음 걷는 것도 힘들어 하시고 치매끼도 생기셨다고 한다. 그게 걱정스러운 그는 더욱 자주 들르고 더욱 오래 부모님 댁에 머무른다. 어떤 날은 하루에 두 번씩도 들른다고 한다. 젊은 시절부터 계속해 온 일과이기 때문에 그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부모님 댁에 가는 것을 당연한 일과로 삼아 지내고 있다. 친구들은 요즘 누구도 그렇게 극진하게 부모님을 모시는 아들이 없다며 칭송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은 효자 자격도 없고, 자식으로서 당연한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겸손해한다.

그런 그가 남모르는 고민을 나에게 털어 놓은 적이 있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도 그의 아내와 자식들은 부모님 댁에 매일 가는 자신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퇴직하고 나서는 그게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신은 자기 가족들로부터 점점 '왕따'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 얘기를 아내에게 들려주며 효자를 왕따시키는 가족들이 나쁘다고 비난했더니 뜻밖에도 아내는 그의 아내와 아이들 편을 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주변에 있는 친구들 중 '효자 남편'하고 사는 부인들은 시부모 특히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에서 엄청 시달린다는 얘기를 여러 사례와 함께 들려주었다. 어떤 부인은 남편하고 별거하고, 어떤 부인은 홧병으로 시달리고, 어떤 부인은 스트레스로 암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결혼 전에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내는 시부모와의 갈등을 겪어보지 못했다. 그런 아내에게 그럼 만약 우리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내가 친구처럼 부모를 매일 찾아 뵙는다면 어쩔 거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내가 너무 힘들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주일에 한 번 시부모 댁에 가는 것도 힘들어 하는 아내들이 수두룩한데, 매일 가는 남편을 둔 아내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느냐는 것이다. 함께 안 가더라도 아내의 심적인 부담은 마찬가지일 거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반문을 했다. 그럼 만약 우리 아들이 결혼해서 일주일에 한 번도 안 오고 한 달에 한 번쯤 우리를 보러 온다면 어쩔 거냐고 물었더니 "요즘은 한 달에 한 번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세상"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우리 아들이 엄마한테 매일 문안을 와서 며느리와 가족들에게 미움 받고 왕따 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요즘 그런 아들이 어디 있으며, 기대하는 엄마도 정상이 아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우리 딸의 남편이 될 사위는 자신의 부모님을 얼마나 자주 찾아 뵙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참 어려운 문제"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아마 나와 아내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많은 남편과 아내들은 이런 이중적인 가치관 속에서 부모와의 관계를 이어갈 것이다. 부모에 대한 사랑과 아내나 자식에 대한 사랑은 가정 안에서 점점 병립할 수 없는 갈등 요소가 되어 가고 있다. '효자'와 '마마보이'라는 호칭의 차이도 애매모호해졌다.

예전에는 사회구성원의 가장 높은 덕목으로 칭송 받던 '효'가 지금은 골치 아픈 문제꺼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효의 기준도 예전과 지금은 천지차이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 노인 문제의 대부분은 부모들이 기대하는 효의 기준과 자식들이 제공하는 효의 기준이 다른 데서 생긴다. 내 친구는 현대의 효자로서 칭송을 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가정불화를 일으키는 마마보이로 왕따가 되어야 하는가. 참으로 '효자' 되기 어려운 세상이다.

(*이 글은 2012년 6월20일자 한국일보 '김명곤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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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23일 대전에서 열린 이노비즈 글로벌 포럼에서 '기술 환경에서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는 방법'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10대 시절에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립한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암호 풀기, 복잡한 코드 해독 등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다. 잡스는 워즈니악보다 컴퓨터에 조예가 깊지 않았지만 사업적으로 성공시킬 아이템을 가려내는 탁월한 안목과 고객들이 그 제품을 열망하게 만드는 마케팅의 천재였다. 그런데 대중들은 잡스를 편애했다. 혁신적인 기술을 창조한 워즈니악보다 그 기술을 상품화한 잡스가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잡스에게는 '카리스마·혁신·창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고,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대중들은 오로지 그의 말과 제스추어에 열광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묵묵히 기술혁신에 몰두한 워즈니악은 대중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러다가 워즈니악이 1980년대 말에 애플을 떠나자 수많은 루머들이 양산됐다. 두 사람의 스티브가 애플의 성공신화를 만들었지만 전혀 다른 성격 때문에 심각한 갈등을 빚다가 결별하고 원수지간이 됐다는 스토리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워즈니악은 몇 년 전에 펴낸 자서전 <아이워즈>(IWOZ)에서 자신이 애플을 세우고도 말단 엔지니어로 일한 것이나 새 회사를 창업하기 위해 애플을 나온 것이 잡스와의 갈등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선택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잡스가 세상을 떠나자 뒤늦게 '괴짜 천재' 워즈니악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중들의 관심도 그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이번 초청도 그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데, 그가 강연에서 언급한 몇 가지 문제가 평소 나의 관심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매우 흥미로웠다. 먼저 그는 기술혁신을 예술에 비유하며 "일상에서 얻어지는 예술적 요소, 경험, 수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 혁신이며 이런 과정은 일종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이 견해와 관련해 창조적 성취를 위해 가져야 할 자세로 그는 자서전에서 '그레이 스케일'을 이야기했다. "새로운 멋진 것을 만들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이 설정해 놓은 인위적인 틀에서 벗어나 흰색과 검정색 사이에 있는 회색 영역인 그레이 스케일 세상에 살아야 한다"고 한 그의 말은 기술혁신과 예술과의 관계에 대해 아직 깊은 성찰에 이르지 못한 우리 사회에 신선한 울림을 준다.

 

그는 이어서 혁신을 위한 창의력교육의 관계에 대해 역설했다. 창의적 인재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지금 학교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점은 창의력을 계발하는 법을 잃었다는 점"이라 비판하고, "시간과 공을 들여 아이디어를 짜낸 교육체계만이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창의력을 길러준다"며 교육체계 혁신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실제 생활에서도 그는 애플을 나온 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할 만큼 인재교육에 대단한 열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미래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초등학교 교사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라고 자서전에서 언급하고 있다.

 

그 외에도 박애주의자의 면모를 보이며 수많은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 괴짜 천재 백만장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권 소송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를 상대로 디자인 등록, 사용자환경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전자는 애플이 3G 통신 특허를 침해했다고 맞서고 있다. 삼성과 애플과 같은 거대 기업의 소송에는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쓰이고, 그 비용은 결국 제품 값에 얹어져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 특허권은 창의성의 대가로 보호할 가치가 있지만 너무 남용되면 오히려 기술 발전을 가로막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독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기술혁신에서 소홀히 취급되는 예술의 역할, 창의성을 잃어가는 교육제도, 지적 재산권의 남용에 대한 스티브 위즈니악의 의미 있는 경고는 현재 한국 사회의 창의성과 혁신을 위해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 글은 5월 30일 자 한국일보 오피니언 김명곤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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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와 검찰이 잇단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이 사법부를 향해 화살을 쏘자 '석궁 테러'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재조명되면서 불신의 목소리가 드높아졌다. 그런 와중에 이 사건의 항소심 주심이었던 이모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게시판에 "당시 재판부는 애초에 만장일치로 김 전 교수에게 승소 판결을 내리는 쪽으로 합의했으나, 이후 김 전 교수 주장에 모순점이 발견되어 패소로 판결하게 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를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은 이 판사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석방 판결로 인한 몸살도 만만치 않다. 검찰은 '화성인 판결'이니 뭐니 하며 재판부를 비판했고, 보수 단체 회원들은 재판을 담당한 판사의 집을 향해 계란을 집어 던져 불만을 표출했다. 사법부만 몸살을 앓는 게 아니다. '부러진 화살'에 이어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는 악역으로 묘사된 검사가 나온다. '범죄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며 '악의 무리'인 조폭들을 잡아들였던 검사들은 자신들을 조폭보다 더 악질적으로 그린 영화에 대해 심기가 불편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판사, 검찰, 경찰 등은 우리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직업군이다. 그런데 그 동안 권력의 높다란 성채에 싸여 있던 이들의 권위가 여지없이 깨어지고 조롱 받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에도 재판으로 인해 이해관계가 나뉘는 집단들이 그들의 권위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는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이처럼 진보와 보수의 입장을 떠나 대규모로 불만을 터뜨린 경우는 많지 않았던 듯하다. 그리고 사법부 내부에서 서로 분열된 목소리를 내거나, 검찰이 사법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참다 못한 대법원은 1월 27일 '최근 상황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발표했다. 먼저 영화 '부러진 화살'은 "기본적으로 흥행을 염두에 둔 예술적 허구"라고 규정한 뒤, 최근의 사태들에 대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법관들 역시 "건전한 비평을 넘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사법부과 검경 조직에 대한 불신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그 불신의 씨앗은 그들 스스로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법부와 검경 조직이 일제강점기와 이승만 정권과 독재정권을 지내오는 동안 권력의 편에서 법의 잣대를 휘둘러왔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수많은 시국사건과 인권 관련 재판에서 정의와 공정함과는 거리가 먼 판결들로 수많은 양심수를 양산해 온 것은 아직까지 사법부의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런데 법률가에 대한 불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현상인 듯하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법이란 것은 불치의 병처럼 유전되어 가지. 시대에서 시대로 승계되며, 이 고장에서 저 고장으로 서서히 옮겨가는 동안에 합리가 불합리로 바뀌고, 어진 정치가 변하여 폭정이 되기도 한다"고 조롱했고, 셰익스피어는 <헨리6세>의 2부 4막 2장에서 "모든 법률가는 죽여야 한다"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앞으로 이런 류의 조롱과 불신은 더욱 가속될 것이다. 최근 국민들이 사법부나 검경 조직의 정당성에 의문을 갖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려운 법률적 결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률가들 스스로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내세워 자신들의 조직을 보호하거나 유감스럽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왜 많은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도전하는지 냉철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잃어버린 법의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정의'와 '공정성'이란 원칙에서 벗어나 그 동안 자신들이 범해 온 잘못된 관행과 내부적인 문제에 대해 스스로 엄격한 칼을 들이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한, 더욱 깊어가는 조롱과 불신의 늪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은 2월 17일자 한국일보 '김명곤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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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가 넘어서도 결혼을 안 하거나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취업이 어려우니 결혼은 엄두도 안 나는데, 미래는 막막하기만 하다. 청년백수들이 일가친척이나 지인들로부터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취직했니?'와 '결혼 언제 하니?’이며, 미혼의 여성들 사이에서는 시집 대신 돈 잘 버는 남편을 만나 취업한다는 뜻의 '취집'이란 단어가 유행한다고 한다. 지상파 DMB 업체인 QB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한해 시청자들이 가장 보고 싶은 뉴스는 '청년실업 해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2011년 3분기 기준 6.7%인데, 이는 '실질실업자'인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자가 빠진 수치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15.4%로 늘어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펴낸 작년 말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실업자는 32만4000명이지만 '실질실업자'는 110만1000명이다. 100만이 넘는 청년실업자의 울분과 불안은 우리 사회에 어둡고 음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공간에서는 ‘나꼼수’ 류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무서운 기세로 번지고 있다. 요즘 여야 할 것 없이 청년 인재를 영입하려 애쓰는 것도 이 기세와 무관하지 않다. 4월 총선에서 2030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얄팍한 ‘꼼수’로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업을 하고 싶은 청년들의 분노 어린 외침을 가라앉히기 쉽지 않을 것이다.



1월 30일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는데, 그 회의에서도 청년실업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 정상들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 친화적 재정건전화’ 성명을 채택하고, 기업이나 노조 등과 협력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교육이나 직업 훈련을 제공하거나 창업을 돕는 방안을 추진하고, 10인 이하 영세기업에 대해 세금감면과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몇 년 전부터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는 좀처럼 늘지 않고, 청년실업자는 너무도 쉽게 늘고 있다. 이를 타개할 길은 기존의 비좁은 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한 피 말리는 경쟁에서 벗어나 스스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 한 모델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교육과 코칭과 사무실 임대와 최대 1억 원의 사업비 지원까지 패키지 형태로 묶어 지난해 3월에 문을 연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들 수 있다. 올해부터는 기존의 경기도 안산시 외에 전라남도 광주와 경상남도 경산·창원에도 설립한다는데 문제는 졸업 후의 창업 성공에 있다. 241명의 1기생들 중에서 창업의 성공 모델이 얼마나 많이 나오느냐가 사관학교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듯하다. 창업 정책의 성공을 가로막는 또 다른 걸림돌은 현재 한국의 청년들 사이에 대기업이나 공무원이나 교사 등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점점 깊어지는 현상을 들 수 있다. 그런 청년들에게 위험과 모험에 가득 찬 창업에 인생을 걸라고 권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청년들의 부모나 주변에서도 창업보다는 취업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훨씬 우세하다.

지난 해 말에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의 세계적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과 소규모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하는데, 그동안 한국 경제는 소수의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는 점을 취약점으로 지적했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인력과 자본이 모두 대기업에만 집중돼선 곤란하며 혁신적인 소규모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걸 위해 필요한 것은 “더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 더 많은 상상력, 더 큰 세계화이며 미래의 유망산업을 발굴하고, 이에 필요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취업에만 목매달지 말고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창업에도 도전하기를 바라는 건 무망한 일인가? 취업과 창업 사이의 엄청난 간극은 언제나 좁혀질 것인가?

(*이 글은 2월 3일자 한국일보 '김명곤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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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퇴직자가 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선배나 친구들이 퇴직하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후배들의 퇴직 소식도 자주 들려온다. 퇴직자들과 술자리가 잦아지다보니 '퇴직증후군'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 증후군 중 공통된 증상 하나가 '출퇴근강박증'이었다.

나 역시 장관직을 그만두고 출퇴근을 하지 않게 되었을 때 주변에서 퇴직자 취급을 했다. 하지만 나는 본시 출퇴근을 하지 않는 예술가의 생활에 익숙해 있어서 심각한 증세를 느끼지 못하고 가볍게 지나왔다. 그런데 젊어서부터 직장생활만을 해 온 대부분의 퇴직자들은 그 증상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퇴직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평균 수명은 갈수록 높아지니 앞으로 우리 사회에 출퇴근강박증 환자는 엄청 늘어날 것이다.


그 증상은 먼저 가족과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1식님 2식씨 3식놈'이란 우스갯소리가 우습게만 들리지 않을 만큼 퇴직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와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부인이나 가족들에게도 힘겨운 일들이 밀어닥친다. 주변의 지인들이 지나가면서 던지는 "요즘 뭐하세요"라는 질문도 그들을 한없이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는 뭐니뭐니해도 '출퇴근'이다. 그래서 모두들 출퇴근하는 생활을 연장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허겁지겁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도 하고, 스스로 사무실을 차려 새로운 직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보다 몇 년 더 출퇴근이 연장되었다고 해도 그뿐이다. 언젠가는 누구나 직장을 잃고 출퇴근강박증의 포로가 된다. 포로가 된 사람들은 대부분 남들에게 감추고 싶은 우울증이나 좌절감이나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거린다. 직장에서 돈을 버느냐 못 버느냐는 이차적인 문제다. 내 이름 앞에 내세울 직장이 없다는 것, 아침을 먹고 집을 나가 갈 곳이 없다는 현실이 그를 이 사회의 낙오자로 몰고 가는 것이다.

미국의 극작가인 아더 밀러는 '세일즈맨의 죽음'이란 희곡에서 해고당한 아버지가 자동차사고를 위장해 실직자인 백수 아들에게 보험금을 물려주고 죽어가는 비극을 그리고 있다. 그 연극은 1940년대의 미국을 강타하고 지금까지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직장을 잃은 아버지들의 비극이 우리 사회에도 넘쳐나고 있다. 아더 밀러는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세일즈맨의 죽음을 통해 미국의 자본주의에 대해 통렬한 수술용 칼을 들이댔다. 그 칼은 신자본주의가 넘쳐나는 2012년의 한국사회에도 유효하다. 신자본주의의 꽃인 직장인으로 훌륭하게 살아 온 이 사회의 수많은 가장들에게 퇴직 후의 탈출구는 죽음 밖에 없는 것일까.



이 가슴 아픈 고민이 요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지인의 초청으로 지리산 부근을 여행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여행에서 만난 몇몇 분이 그 고민의 해법을 보여주었다. 한 분은 대기업의 임원에서 퇴직한 분으로 수천 점의 옹기를 수집한 취미를 살려 야산에 옹기박물관을 짓고 있었다. 내가 묵은 지리산 산자락의 아담한 펜션에서는 서울시의 공무원이었던 분이 부인과 함께 손님을 맞으며 소박한 산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그는 목각과 서예의 취미를 살리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행복하다고 했다. 섬진강 부근의 화개장터에서는 도시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친이 운영하던 양조장을 이어받아 최고의 막걸리를 만들려는 꿈에 불타는 젊은이를 만났다. 그들은 모두 훌륭하게 자신의 '직업'을 일군 사람들이었고,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만족해했고, 여전히 꿈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 해법은 '직장'이 아니라 '직업'에 있었다. 그 직업이 옹기점 주인이면 어떻고 양조장 주인이면 어떤가. "직장이냐 직업이냐, 이것이 문제로다"하면서 햄릿처럼 회의하고 주저하다가는 출퇴근강박증에 걸려 죽음처럼 불행한 노후를 보내게 될지 모른다. 자신의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찬양 받고 이 사회의 꽃이 되는 날을 꿈꾸어 본다.

(이 글은 1월 20일자 한국일보 '김명곤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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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사의 시청률이 바닥을 맴돌고 있다.

개국 첫날 0.5%대 근처를 오락가락 하더니 주말에도 그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아직 개국 초기이니 ‘종편의 실패’로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상파의 스타 PD들과 화려한 스타들을 대거 영입하며 자신들의 언론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넘치는 의욕을 보였던 개국 전의 노력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성적이다. 종편은 전국의 2000만 유료방송 가입 가구에 모두 송출되는 특혜를 따냈다. 그 중 조선TV는 지상파처럼 전국의 채널 번호를 하나로 통일하는 유리한 조건까지 확보했다.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동안 종편을 반대해 온 사람들은 ‘특혜방송’의 출범이 언론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보수 정권과 보수 언론과 보수 재벌의 언론장악 음모에 의한 합작품이라고 비난하는 주장도 있다. 이에 반해 찬성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위해 종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TBC나 동아방송 등 전국 64개 언론사가 통폐합 당했던 사건을 예로 들며 독재 정권의 부산물을 원상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주장에 힘을 실어 주듯 그 사건의 주모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개국 직전 언론통폐합으로 인해 언론계가 고통을 겪은 데 대해 유감 표명을 하기까지 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31년 만의 유감 표명이다.

종편이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할지 아니면 망가뜨릴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종편으로 인해 광고 시장이 엄청난 회오리를 겪고 있는 현실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나 금융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들에게 광고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각종 '행사'나 '물품협찬'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종편들은 개국하기 전부터 수차례 기업의 임원들이나 홍보 담당자들을 불러 각종 설명회를 가졌다.

그들은 지상파의 70%에 달하는 높은 광고단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케이블의 인기 프로그램보다 훨씬 못한 시청률을 보여 준 종편이 케이블의 10배가 넘는 광고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거절할 경우 종편들이 보유한 신문의 지면이 무서운 무기로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걸 기업의 관계자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의 광고단가는 시청률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 시장의 원칙이고 상식인데, 그 원칙과 상식이 무시되고 강한 무기를 가진 자에 의해 광고 시장이 유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 광고 시장의 여파는 힘이 약한 케이블 사들에게 밀어닥칠 것이다. 특히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상업성이 적은 채널들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한국지역방송협회에 소속된 지역민방 9개사는 25일 밤에 ‘위기의 지역방송,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긴급 좌담회를 공동으로 기획하고 제작하여 함께 방영했다. 그와 함께 광고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방지할 유일한 법률인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법을 아직도 표류시키고 있는 국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 법의 통과를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주말 이외수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바닥치기 시청률로 엄청난 광고료 요구했다는 종편. 콩나물 보여 주면서 산삼값 받아내면 사기행각 아닌가요”라고 조롱했다. 그 조롱이 분노로 변하기 전에 미디어랩법의 국회 통과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 수많은 시청자들을 화나게 하면 ‘종편의 실패’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

(* 이 글은 12월 8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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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도청의혹 사건’이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결정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건의 발단은 KBS의 수신료 인상안이었다. 한나라당의 인상안에 합의해 줬던 민주당이 여론의 질타를 견디지 못하고 합의를 뒤집자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한선교 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회 ‘녹취록’을 공개했고, 그에 대해 도청 공세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KBS 장모 기자를 도청 용의자로 지목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그러나 장 기자는 민주당의 문제제기가 나온 직후인 6월 27일의 회식에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분실했다고 진술했고, 그 후 3차례의 소환 조사에서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한 의원도 국회 회기 중이라는 이유로 계속 소환에 불응하다가 “처음 보는 사람이 문건을 건넸고 지금은 갖고 있지 않다”는 서면 답변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누가 봐도 증거인멸 혐의가 짙은 분실이고, 앞뒤가 안 맞는 황당한 답변이었지만 그들의 진술은 인정되었다. 경찰은 “장 기자의 자백이나 도청 목격자, 녹음기 등 직접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한 의원에게 (민주당 비공개회의 녹취록이) 전달된 경로도 입증하지 못했다”며 수사 종결을 발표했다.
 
참으로 어이없고 무성의한 수사결과다. 촛불집회나 노동자 시위 등 시국사건에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참가자들을 잡아내는 ‘유능한’ 경찰이 이 사건에서는 늑장 수사와 증거확보 실패의 ‘무능한’ 경찰로 변신했다. 애당초 수사의지만 있었다면 증거확보도 가능했고, 관련자들의 조사를 통해 진실을 쉽게 밝혀낼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런 사건이 미궁에 빠진 것은 정치권력이나 언론권력과 관련된 경찰의 눈치보기가 드러난 결과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KBS 사측은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KBS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불법행위에 관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KBS 직원들은 의미심장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7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자체 조사에서도 ‘회사 쪽의 입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응답이 96%에 이르렀다. 여론은 더 싸늘하다.

언론들은 경찰의 부실수사를 질타하고 있다. 11월 2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는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초유의 국회 도청의혹 사건은 의혹만 키워놓은 채 또 하나의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고 했다. 동아일보 역시 3일 ‘기자의 눈’에서 “분명 누군가가 도청을 해 문건까지 만들었는데 도청한 사람은 없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3일 성명에서 “이제 남은 방법은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해 도청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민주당은 7일 ‘국회 민주당 당 대표실 불법도청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해왔지만 행동은 말만큼 강경하지 못했다. 수신료 인상안에 합의했다가 번복하는 과정부터 떳떳하지 못하더니 진실 규명을 위해 거대 언론인 KBS와 싸우는 것에 부담을 느껴 눈치를 본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제 특검법안의 관철과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의혹에서 벗어나 신뢰를 쌓는 길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도 특검법 발의에 지체 없이 응해야 한다. 자기 당 의원이 관련되어 있다고 해서 특검을 가로막는다면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불신과 비판을 받을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잠시 가릴 수는 있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 미국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을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거짓말하는 권력에 분노하여 끈질기게 의혹을 파헤친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 같은 ‘진실의 수호자’가 지금 우리 사회의 어디엔가에서 끈질기게 ‘국회 도청의혹’을 파헤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11월 8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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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 4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엄청난 반향이 일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찬양 일색이다. 이런 인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건 바로 대중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예리한 독설로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 미디어들이 주저하며 건드리지 못하는 문제들을 시원하고 통쾌하게 긁어주고 있는 ‘나꼼수’는 대안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정치풍자는 그동안 케이블이나 라디오에서 종종 다뤄왔다. 하지만 ‘나꼼수’는 다루는 주제부터 형식까지 이전 방송과는 확연히 차별된다. BBK, 무상급식, 청계재단, 반값 등록금, 인천공항 매각, 삼화저축은행, 곽노현 등 현 정권과 관련된 어두운 사건들을 최대한 자신들의 개성을 살려 거침없이 까발린다. 언론에 기사화된 내용들은 물론이고 사건 뒤에 숨겨져 있는 실상이나 그 후의 진행 상황을 파헤쳐서 정치에 관심이 없던 청취자들까지 빠져들게 한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 등장하는 광대처럼 낄낄거리고 비틀면서 정치를 비꼬고 풍자한다. 리어왕은 “금년은 바보가 손해 보는 해/지혜 있는 사람이 바보가 되어/지혜를 쓰는 법도 잊어버려서/그들의 태도가 이상해졌네./금년은 바보가 손해 보는 해”라고 비꼬는 광대의 충고를 듣지 않고 바보처럼 딸들을 믿었다가 그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팟캐스트 국내 정치부문 1위에 이어 세계 정치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계속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나꼼수’는 이 시대 ‘정치 광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이렇게 정치 광대의 인기가 높으면 높을수록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죽이려 드는 권력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연산군 때 공길이라는 광대는 임금의 황음무도함을 풍자하는 놀이를 자주 벌였는데, 그 일이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옥에 갇힌 뒤부터 단식을 하는 이유를 묻는 연산군에게 그는 “논어에 이르기를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어버이는 어버이다워야 하며/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했는데,/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면/비록 창고에 곡식이 가득한 들/내 어찌 먹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대꾸했다. 그 말에 분노한 연산군에 의해 공길은 처참하게 매를 맞고 죽임을 당했다. 그의 이 짤막한 에피소드는 재능 있는 작가와 감독에 의해 연극 「이(爾)」와 영화 「왕의 남자」로 재탄생되어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정치가 죽을지 광대가 죽을지 지나봐야 알 일이지만 이번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보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모 한나라당 의원이 '나는 꼼수다'의 거친 표현에 문제가 있다면서 제재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방통위는 “딴지라디오와 관련해서 민원접수나 신고는 없었다”며 추후에 민원접수 하게 되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마치 누군가에게 빨리 민원 신고를 해야 ‘나꼼수’를 재제할 근거가 생긴다고 힌트를 주는 것 같다. 게다가 앱스토어나 팝캐스트의 심의도 검토하고 있는 게 확실한 듯 하니 리어왕의 광대가 들으면 “지혜를 쓰는 법도 잊어버려서” 그들의 태도가 이상해져 버렸다고 또 한 번 비꼴 듯 싶다. 바보라는 놀림을 받지 않고 현명한 정치를 하려면 ‘나꼼수’ 광대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텐데 눈 멀고 귀 막힌 정치인들이 과연 그렇게 할지 심히 걱정스럽다.

(10월 19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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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미디어렙(방송광고대행사)법 조속처리’에 합의했다.

처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6인 소위원회를 만들어 6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다. 지난 2년 간 지지부진 끌어 온 미디어렙법이 드디어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일까? 희망 섞인 예측도 있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문방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9월 9일 본회의 처리”를 강조했지만, 허원제 한나라당 법안심사소위원장이 “시한을 못 박을 필요는 없다”는 애매한 말을 한 걸로 보아 또다시 미루기 작전을 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팽배하다. 지금까지 소극적으로 미뤄오던 행태로 봐서 또 다시 흐지부지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미디어렙법은 그동안 여야가 입만 열면 처리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법안이다. 8월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거짓 약속이 되고 말았다. 국민들에게 공언한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종편(종합편성채널)의 방송 광고 직거래를 금지하고 미디어 렙에 포함시키자는 민주당 안과 그 안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온갖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디어렙법의 제정을 미뤄 왔다. 그동안의 행태에 대해 대기업과 보수 신문에 유리한 방송 광고 제도를 통해 재집권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만들려 한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그 비판에 대해 이렇다 할 반박을 못하는 걸 보면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민주당 역시 웬일인지 법안 처리에 뜨뜻미지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다가 지난달 23일 시작된 언론노조의 총파업으로 인해 국회 분위기가 달라졌다. 파행을 거듭하던 문방위가 부랴부랴 법안 심의의 정상화에 합의한 것이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31일의 성명을 통해 “미디어렙법의 제정이 무산되고 조·중·동 방송의 광고 직거래가 허용된다는 것은 이 나라가 심판받지 않는 권력인 조·중·동 족벌의 것이 되고 그들의 존속을 위해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제물’로 바쳐진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또 ‘국회’라는 공론의 장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를 감시하고 언론의 공공성과 다양성이 지켜지는 성과물을 국민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렙법 제정은 한시가 급하다. 종편들의 연말 개국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디어렙법이 9월 국회를 넘겨 거대 신문사들이 만든 방송사가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서게 될 경우, 이 나라의 언론은 종편언론과 막강한 재력을 휘두르는 광고주에 의해 장악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신문과 방송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은 눈에 보듯 뻔하다. 소수의견을 대변해야 될 많은 지역 방송과 종교 방송 등이 생존의 위협을 받음에 따라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과 다양성이 파괴되고 미디어 생태계 전반이 왜곡되는 상황이 가져 올 결과는 참으로 우려스럽다.

그러니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고 매체 간 균형발전을 이루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미디어렙법은 어떤 일이 있어도 9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만에 하나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처리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회의 직무유기이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입장이 바뀌어야 한다. 말로는 미디어의 공생과 다양성을 얘기하면서 속으로는 거대 언론과의 담합을 살피는 정치적 꼼수를 그만둬야 한다. 민주당 역시 당력을 총집중해서 미디어렙법 처리에 대한 실천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입으로만 큰소리칠 게 아니라 사생결단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9월 5일 기자협회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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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 심의위원의 블로그 사진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박 위원은 방통위 심의에서 ‘음란물’로 판정받고 삭제된 성기 사진을 ‘이 사진을 보면 성적으로 자극 받거나 흥분되나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올렸다가 “청소년이나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스스로 삭제했다.

그러나 갈수록 파문이 커지자 이번에는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사진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올리며 “이 작품이 성기 사진과 뭐가 다르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보수 언론들은 본질을 벗어난 비판 기사를 마구 쏟아냈다. 미국 국적을 가진 박 위원이 한국 사회의 이슈에 대해 시비를 걸 권리가 있는지 따지는가 하면 심의위원이 직무 관계로 취득한 자료를 공개한 데다가 자신이 반대했던 사안이라도 다수가 결정하면 승복해야 하는 원칙을 위반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의 진보단체 관련 경력과 함께 그를 추천한 민주당에 대해서도 간접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

그 기세에 힘입어 보수 단체들은 지난달 30일 ‘방통위는 박경신 심의위원을 즉각 제명시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그의 제명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 문제의 본질은 박 위원이 미국인인지 아닌지, 심의위원이 심의 관련 자료를 노출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화가의 성기 그림은 괜찮고 개인의 성기 사진은 안 되는지, 그의 도덕성이 제명 대상인지 아닌지, 그가 좌익인지 아닌지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표현의 자유 규제범위

문제의 본질은 한 개인이 자신의 성기 사진을 자신의 사적인 사이버 공간에 올리는 것을 허용해야 하느냐 규제해야 하느냐 하는 ‘표현의 자유의 규제 범위’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그동안 ‘외설’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수많은 사건들과 함께 우리 사회를 달궈 온 민감한 논쟁거리지만 특히 현 정부 들어 축소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박 위원은 “국가기관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점을 비판하는 것은 심의위원의 직무”라며 “사회적으로 좋고 나쁜 표현을 걸러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그와 같은 주장은 그동안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사회적 관습을 무기 삼아 규제와 제한을 주장하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은 지지를 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박 위원의 이상주의적 주장은 아직도 규제의 벽이 높은 우리 사회에 치열한 논쟁거리를 제공해 줄 중요한 이슈이다.

그런 논쟁은 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해 매우 바람직하고 긍정적이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런 논쟁을 촉발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성기사진 논쟁 아닌 논란으로 변질

그런데 아쉽게도 그가 소재로 삼은 성기 사진 때문에 ‘논쟁’이 아닌 ‘논란’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가 심의위원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본질을 벗어난 논란이 일지 않았을 것이다.

방통위의 심의위원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한 성기 사진을 올린 그의 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기능보다 심의위원 개인의 도덕성, 권한, 책임에 관한 논란을 일으키는 기능을 할 것이고 현재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그것은 박 위원 자신도 원하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진정 표현의 자유를 위한 논쟁을 확대시키고 싶다면 성기 사진 게재 보다 더 본질적인 논쟁의 이슈를 끄집어내야 한다.

그를 비판하는 쪽에서도 본말이 전도된 개인에 대한 시비걸기를 그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마도 그의 비판 세력은 그가 계속 성기 사진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려주길 기대하고 있을 듯하다.

(*기자협회보 8월 2일자에 게재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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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시나리오와 뮤지컬 대본 집필하느라 블로그에 오랫동안 글을 못올렸습니다. 오랫만에 5월 23일자 <기자협회보>에 글을 썼는데, 그 글을 올리는 것으로 벗들에게 인사드립니다.

 
MBC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나는 가수다> 열풍이 뜨겁다.


매주 방송 될 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가수들의 공연은 어느 콘서트나 음악프로그램보다 시청자들을 감동에 빠뜨린다. 나 역시 ‘나가수’의 팬이다. 임재범, 박정현, 김연우, BMK 등 나한테는 낯설었던 가수들의 가창력에 놀라고 그들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한 가지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다. “왜 꼭 꼴등을 탈락시키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시청자들의 관심도 누가 꼴등을 하느냐에 쏠려 있고, 참가하는 가수들의 관심도 꼴등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데 쏠려 있다. 1등을 해봤자 다음 번에 꼴등을 할 수도 있으니 1등은 별스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모두들 죽어라 연습을 하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에너지를 쏟아가며 꼴등을 하지 않으려 기를 쓴다. 참으로 희한한 전대미문의 가수 서바이벌 게임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얼마 전에 노래를 부르는 젊은 국악인에게 국악에도 ‘나가수’ 같은 프로가 있으면 재미있겠다고 얘기를 했더니 “로마의 원형 경기장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 검투사가 되라는 말입니까?”라며 반대하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 보니 검투사들은 싸움에서 승리를 해봤자 노예로부터 풀려나는 것도 아니고 다음 번 싸움에서 더 센 사람에게 죽어 나갔는데, ‘나가수’가 가수들을 그 규칙으로 싸우게 하니 싫다는 것이었다. 말을 듣고 보니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칼과 창으로 피를 흘리며 싸우는 검투사와 성대와 악기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경연이 같을 수는 없지만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가수가 되어 보겠다고 온갖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에 목을 매는 신인들이 아니다.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내로라 한 실력으로 활동을 해 오던 직업 가수들이다. 그런데 자신의 노래도 아닌 남의 노래 한두 곡 부른 결과로 꼴등이 되는 순간에 그동안 쌓아 온 명성과 자존심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한 서바이벌 게임에 자의로 또는 타의로 참가한 것이다. 난 살아남은 가수들의 기쁨과 영광보다 탈락한 가수들이 받았을 수모와 상처가 가슴 아프다. 그 아픈 기억이 평생 낙인이 되어 그들을 괴롭히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그들의 가슴 속 상처가 칼과 창으로 찔린 상처보다 아프지 않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꼴등으로 탈락한 정엽과 김건모와 김연우가 죽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흘린 눈물과 상처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 넘을 것이다.

가수들이 열정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나 역시 엄청난 감동을 받고 행복해 했다. 그러다가 그들을 의자에 앉혀 놓고 순위 발표를 할 때면 노래를 통한 감동은 다 잊어버리고 불안과 초조에 떠는 가수들의 표정을 보며 가학적 취미를 즐기는 자신을 보고서 몸서리가 쳐졌다. 그 순간의 내 마음은 누가 피를 흘리며 죽을지 가슴 졸이는 로마 시민의 잔인한 마음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으리라.
 

꼴등을 뽑지 말고 최고의 감동을 준 가수를 뽑아 그를 떠나보내는 방식으로 바꾸면 어떨까?
 
그에게 국민에게 감동을 준  ‘가수왕’이라는 영광과 찬사도 몰아주고, 상금도 듬뿍 주고, 멋진 고별 공연도 마련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면? ‘누가 누가 꼴등인가’ 라는 부정적이고 가학적인 어둠의 에너지를 긍정적이고 따뜻한 축제의 에너지로 바꾼다면? 시청률 때문에 안 된다고? 시청자들을 ‘잔혹 서바이벌 게임의 공범자’로 만드는 시청률이라면 차라리 무시하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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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생각나는 잔인한 계절입니다.

4대강의 강행, 구제역, 도살, 침출수란 단어들이 우리의 대지를 유린하고 있는 계절입니다. 자신들의 신 앞에는 무릎을 꿇을 줄 알아도, 그 신이 창조한 대지 앞에는 무릎을 꿇을 줄 모르는 예배자들에 의해 대지가 모욕당하고 있는 계절입니다.

그러나 경칩인 오늘, 봄은 기어코 찾아 왔습니다.

보십시오.
저 피 흘리는 대지의 끝자락에서 솟아나는 풀들의 안간힘을
저 썩은 강의 안개 속에서 들리는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저 망령들이 떠도는 바다 속에서 용솟음치는 물고기의 춤을
저 어두운 하늘가에서 비상하는 새들의 날개짓을

봄입니다.

우리의 어머니 자연이 신음하고 몸살을 앓으면서도 생명과 창조를 향한 몸부림을 펼치는 봄입니다.
이 땅과 이 강과 이 바다와 이 하늘을 정화시키려 온 지구가 용틀임을 하는 봄입니다.
자, 죽음과 파괴와 절망의 겨울을 저 바람 속에 날려보내고 생명과 창조와 희망의 봄을 맞이합시다!
봄노래를 부릅시다!
얼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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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가 정부와 여당에 대해 분노의 사자후를 토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강행'과 '템플스테이 예산 축소'에 화가 난 조계종이 정부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의 사찰 출입을 금지한 것에 대해 제 페이스북에  “아마도 권력자들의 사찰 출입을 반대한 건 천 년 불교 사상 초유의 조치 아닐까요?" 란 내용의 글을 올렸더니 불교계의 입장을 이해하는 답글이 대부분이었지만 뜻밖에 불교계를 비판하는 답글을 보내신 분들도 많더군요. 

“템플스테이 예산 깎였다고 그러는 것 아니냐?, 정부가 왜 특정 종교의 사업에 지원을 해야 하느냐?”는 등 주로 돈 문제와 관련해서 이익집단의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습니다. 정부쪽의 반응도 돈 문제에 집중되더군요. 

템플스테이 예산 185억 원이 122억 원으로 삭감된 것에 대해 "예결위에서 착오로 삭감됐다", "새벽에 급히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깎은 것으로 보인다"라는 등 해명을 하며 예비비를 활용하거나 문화재 관련기금을 전용하는 방안,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습니다.


출처 : http://www.yonhapnews.co.kr/culture/201...005.HTML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불교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불교계에서는 단지 돈 때문에 불교계가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됐다고 해석되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모습입니다.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14일 성지체험 순례 중 로마의 한 호텔에서 "조계종의 최근 움직임은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때문이 아니다"면서 "마치 불교를 예산 지원 여부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의 안이한 인식에 분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이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면이 있는 건 사실인 듯 보입니다. 따라서 불교계가 돈 때문에 발끈한 거 아니냐는 지적이 일면 타당한 듯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밑바닥에는 돈 문제만이 아닌 정권 출범 후 지속적으로 쌓여왔던 여권과 불교계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불교계는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인 2004년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고 기도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공직자들의 종교편향을 지적해왔습니다. 그 갈등은 2008년 6월 정부의 교통정보시스템에서 수도권 사찰 표기가 빠지고, 7월엔 경찰이 촛불집회 수배자를 체포하기 위해 조계종 총무원장의 승용차를 검문하면서 고조되었고, 전국의 스님과 불자 20여만 명이 서울시청 앞에 모여 정권 규탄대회를 열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이 불교계에 유감을 표명하고 경찰청장이 사과하는 등 겉으로는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하다가 2009년 11월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좌파주지’ 발언으로 다시 불붙었습니다. 또 지난 9월에는 KTX 울산역 이름에 '통도사'를 병기하기로 했던 방침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철회하면서 논란을 빚었습니다. 그동안의 상황을 살펴보면 현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해 그동안 쌓인 불교계의 불만이 예산 문제를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 타당한 듯 보입니다.  


그와 함께 사회 현안에 대한 현 정권과 불교계의 입장차도 갈등의 배경으로 분석됩니다.

조계종은 4대강 사업 강행이라는 목적으로 날치기 처리된 예산안이 서민들의 삶을 더욱 질곡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실, 불교계는 조계종 화쟁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 6월부터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국민화합을 통해 해결하자면서 4대강 범국민논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된 것에 대해 22일 동짓날에 전국의 사찰에서 일제히 집회를 갖고 4대강 개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사회를 분열과 대립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고 있는 4대강 사업. 그에 대한 반대와 불교문화재에 대한 예산 지원......이 두 가지 상반된 갈등 요소를 어떻게 조화시켜 가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지 불교 지도자들의 지혜로운 법문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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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추적60분>「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편이 방송 여부 때문에 제작관계자를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올라 쏟아지기 직전'까지 가게 한 끝에 결국 어제밤 방송됐습니다. 

첫 장면은 포항공대 강연장. 윤덕영 전 천안함 합동조사단장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설명과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으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현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포문을 엽니다.


출처 : http://bric.postech.ac.kr/myboard/read....fe000692


이어서 제일 먼저, '물기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초병들이 들었다는 '쿵' 소리, 뭔지 모를 하얀 섬광, 좌우현 견시병의 물기둥을 못봤다는 증언 등을 통해 섬광을 물기둥이라고 봐야할 근거가 희박한 점을 지적합니다. 이어서 천안함 침몰사고 당시 사고해역이 잘 보이는 또 하나의 남쪽 초소가 있었는데, 그 곳에 있던 초병이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는 증언도 중대한 의문점으로 제기합니다.  

제작진은 또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 좌표와 TOD(열상관측장비) 영상 분석을 토대로 침몰 시각으로 최종 판단한 오후 9시22분에 천안함이 북서쪽으로 항진 중이었다는 사실, 최초의 폭발지점과 나중의 폭발지점이 다른 점 등을 들어 폭발원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폭발원점이 정확하지 않다면 모든 조사결과가 처음부터 다시 뒤집어지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의문은 심각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KNTDS 상황실에서는 사건이 발생하면 그 당시까지의 영상본을 별도로 보관을 하는데, 그것을 몰랐다가 나중에 알았다? 이거는 글쎄요.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라는 군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국방부가 천안함의 핵심정보를 축소·은폐했을 수도 있다는 암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어뢰추진체에서 검출된 '흡착물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제작진은 정기영 안동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에게 어뢰 부품에서 발견된 흡착 물질의 성분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분석결과 이 물질은 100도 이하의 온도에서 발생하는 ‘비결정성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AASH)’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합조단이 지난 9월의 보고서를 통해 폭발을 통해 형성되는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Alxoy)’이라고 한 발표를 뒤집는 것입니다.

'비결정성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 생소하고 혼란스러운 화학 용어들이 난무하는 국방부와의 토론 장면은 폭발에 의해 생긴 물질이 아닌데, 국방부가 침몰 원인과 무리하게 연결지으려고 과학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

제작진은 그 외에도 프로펠러의 휘임 현상, 공개하겠다고 했던 천안함의 무기들을 해군에서 이미 '피폭처리'했다는 놀라운 사실 등을 밝혀냈습니다. 사건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무기들을 폭파시켜 없애버렸다는 사실 또한 은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 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특히 제가 주목한 점은 제작인의 의문 제기 방식입니다.

제작진은 결론을 내세우지 않은 채 치밀한 자료 검토, 과학적 분석, 현장 검증, 관계자의 증언 등 오랜 시간에 걸쳐 합리적인 해답을 구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와 진지하고 날카로운 공방을 벌였습니다. 천안함 진실을 향한 제작진의 노력과 신념과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조사단과 국방부 측은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이며 이념적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미 조사가 끝났으니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은 조사단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과학적 분석이 거짓인지, 어뢰의 존재가 허구인지, 여전히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모두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의도로 의문을 제기하는 걸까요? 만약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전 그들의 문제 제기에 반대할 것입니다. 천안함 문제를 정치와 이념의 도구로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천안함 문제의 핵심은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 진실게임은 이제 시작입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는 밝혀져야 합니다. 천안함 사건이 허위와 날조로 점철되어서는 안됩니다. 서해 바다 속에 수장된 푸른 넋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도 천안함의 진실은 남김없이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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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창틈으로 스며들더니 어느덧 추석 연휴가 시작됐네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추석에는 누구나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명절을 앞둔 주부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입니다.

올해는 채소값과 과일값이 많이 올라서 장보기할 때부터 주부들의 가슴은 답답해 집니다. 또 음식 준비, 손님맞이, 설거지, 집안 청소, 선물 보내기 등 주부들을 괴롭히는 '명절증후군'이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 쌓였던 남편에 대한 서운한 감정과 시댁 식구들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서울가정법원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말까지 월별 이혼소송 건수를 분석한 결과, 명절을 전후해서 이혼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추석(10월) 전 달인 9월의 이혼소송이 971건에서 1042건으로 늘었고, 같은 달 협의이혼도 633건에서 667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설날 이후도 마찬가지로 2월에 756건이던 이혼 소송이 3월에 1026건으로 늘어났고, 협의이혼도 497건에서 602건으로 증가했습니다.

명절증후군은 명절을 전후해서 과중한 가사 업무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주부들이 겪는 병증입니다. 심한 스트레스와 피로감, 근육통에서부터 요통, 관절통으로 이어지는 증상이 특징입니다. 어느 척추관절 전문 병원이 주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추석 때 관절이나 허리 통증을 경험했다고 답한 이가 전체의 81%였습니다. 통증의 원인은 ‘전 부치기’가 52%로 가장 높았고, 이 밖에도 ‘설거지’ 32%, ‘음식 만들기’ 29%의 순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주부들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가장들도 명절증후군을 겪는다고 합니다. 선산의 벌초와 관리 문제, 장시간의 귀성길 차량 운전, 명절 음식과 선물과 조카들 용돈 등 특별 경비 마련, 돈 잘 버는 형제나 친척과 비교 당하는 스트레스, 명절증후군을 앓는 아내의 스트레스를 받아내야 하는 스트레스......

이래저래 돈 없고 불안한 서민들에게 명절은 스트레스를 잔뜩 안겨 주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런 날에 그 스트레스를 가시게 하는 특효약은 딱 한 가지, ‘배려’ 밖에 없는 듯합니다.

고생한 며느리나 아내나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따뜻한 말 한 마디의 배려, 상나르기나 설거지와 같은 작은 일이라도 서로 거들어 주려고 하는 배려,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대화는 피하고 서로 덕담을 나누며 헤어지는 배려, 힘든 일을 하는 주부의 어깨나 팔다리를 주물러주는 배려.......

거기에 등 토닥여주기나 다정하게 껴안아주기가 더해진다면 힘들고 서운했던 감정들이 어느덧 스르르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 배려가 넘치는 가족 간의 만남은 명절을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들어 줍니다.

올 추석은 예년 보다 연휴 기간이 길어진 만큼 충분한 배려로 명절증후군을 해소해 보는 건 어떨까요?

좀 더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10월 1일(금)부터 10월 5일(화)까지 전주에서 열리는 ‘시간을 넘는 소리, 세대를 잇는 감동’의 큰잔치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시원한 가족 나들이를 다녀오시는 것도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멋진 방법일 듯 하여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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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오은선 씨의 '칸첸중가 등정 의혹'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8월 21일 <정상의 증거는 신(神)만이 아는가-오은선 칸첸중가 등정의 진실>을 방송했습니다.

출처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93069944

정상 등반의 증거로 제시된 사진 2장에 대한 의혹, 지난해 11월 대한산악연맹 주재로 열린 비밀 모임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 셰르파 3명의 엇갈린 증언(누르바는 정상 등반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옹추는 정상 등반을 주장하고, 나머지 1명은 침묵을 지켰다.) 등을 토대로 제작진은 오은선씨의 해명을 촉구했습니다.

방송 이후 논란이 커지자 대한산악연맹은 8월 27일 칸첸중가에 올랐던 박영석, 엄홍길, 김웅식, 한왕용, 김재수, 김창호 등 산악인들의 의견을 토대로 오은선 씨가 칸첸중가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각종 의혹에 대해 오은선 씨는 반박 기자회견을 곧 열겠다고 했습니다. 오 씨 측은 SBS의 방송 내용이나 연맹 회의의 결정에 문제가 있고, 자신은 확실히 정상 등반을 했다는 입장입니다.

작년 5월 6일에 이루어졌던 칸첸중가 등반이 1년도 훨씬 넘은 지금 왜 이토록 문제가 되는 걸까요?

아마도 올해 4월27일 여성 산악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모두 오르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과 함께 논란이 점화된 듯합니다. 오은선 씨는 안나푸르나 정상 등반에 성공하면서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새 역사를 쓴 것으로 보도됐고, KBS는 등반 과정을 생중계했습니다. 이 엄청난 업적에 대해 온 국민들은 열광하고 축하했습니다.

출처 : http://www.etimes.net/service/lucky_200...o_living

그러나 그 이후 의혹이 계속 제기되었습니다. 그녀와 14좌 여성 최초 완등을 다투는 스페인의 파사반이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고, 히말라야 산악인들의 인증 대모인 홀리 여사는 ‘논쟁 중’이란 판단 속에 한국 산악계의 평가에 맡겨 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 산악계에 고산 등정을 인증하는 기구가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인증은 산악인 스스로 해야 합니다. 따라서 칸첸중가 등정 의혹을 해소하는 것도 오은선씨의 몫입니다. 이 의혹에 대한 본인의 기자회견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누구도 그 진위를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 정황이나 여론은 갈수록 의혹이 깊어지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산 등정에 대한 의혹은 뿌리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786년 프랑스의 자크 발마와 미셸 파카르는 몽블랑 등정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발마는 몽블랑 최초 등정의 업적을 독점하기 위해 파카르가 동상에 걸려 오르지 못했고, 자기 혼자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10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진상이 밝혀져 파카르의 등정도 인정됐습니다.

1906년 미국의 프레드릭 쿡이 매킨리 산을 등정했다면서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증거로 내놓았고, 그는 부와 명예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1913년 스턱과 카스턴스가 매킨리 산에 올라 쿡의 사진이 정상이 아니라 낮은 봉우리였음을 밝혀냈습니다.

폴란드의 예지 쿠쿠츠카는 세계 두 번째로 14좌를 모두 올랐는데도 1981년에 오른 마칼루 산의 등정 사진을 못 찍었기 때문에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그 후 1982년 5월에 한국의 산악인 허영호 씨가 쿠쿠츠카가 놓고 간 마스코트를 발견해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세계 산악계에 고봉 등정에 대한 의혹과 조작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 기록이 몰고 오는 엄청난 부와 명예 때문입니다.

미국 기자 마이클 코더스는 「에베레스트의 진실」이란 책에서 돈에 오염된 히말라야의 실체를 밝혔습니다. 베이스캠프엔 텐트 500채에 1000명이 북적이고, 음식과 술을 팔고, 마약에 매춘까지 이루어지는데 2억 원을 내면 대행사가 팀 구성에서부터 장비 운반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주는 등 상행위로 전락한 등반의 실태를 까발리고, 에베레스트는 '인간성의 무덤'이 됐다고 개탄했습니다.



여자의 몸으로 세계 최고의 산봉우리들을 오른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건강한 남성들도 해발 3.000미터부터는 호홉곤란과 체력저하로 한계를 느끼는데, 5.000미터 이상의 고지를 오르는 것은 그야말로 철인 같은 체력을 가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히말라야 8000m급 14개봉 즉 에베레스트(8848m), K2(8611m), 칸첸중가(8586m), 로체(8516m), 마칼루(8463m), 초오유(8201m), 다울라기리(8167m), 마나슬루(8163m), 낭가파르바트(8126m), 안나푸르나(8091m), 가셰르브룸1봉(8068m), 브로드피크(8047m), 가셰르브룸2봉(8035m), 시샤팡마(8027m) 등을 모두 오른다는 것은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위업입니다. 그 위업을 여성의 몸으로, 그것도 14번이나 시도했다는 것은 초인적인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 낼 일입니다.

오은선 씨가 착오로 실수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짙은 안개속의 악천후 때문에 정상의 방향을 잘못 잡았고, 사진에 대한 설명에도 뭔가 착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좀 더 솔직하고 속시원한 해명을 하지 않은 채 의혹에 대해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군요. 제가 지금까지 찬미하고 존경해왔던 극기와 강인함의 화신 같은 그녀의 이미지가 자꾸 무너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어쨌든 기자회견에서 그녀의 실추된 명예가 다시 회복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히말라야 14좌 등반이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입니다. 

그 지옥 같은 싸움을 이기고 '정상에 오른(정복한 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돈과 명예가 쏟아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돈과 명예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이기심과 거짓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인간성의 무덤'이 자꾸 만들어진다면 슬픈 일입니다. 그건 산에 대한 모독이며, 산악인의 정신을 파괴시키는 행위입니다.

칸첸중가 산. 출처 : http://buno.tistory.com/1091

칸첸중가 산의 최정상은 ‘신성(神性)’을 지녔다 해서 밟지 않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자연과 산에 대한 외경심은 뒷전으로 밀어놓고 돈 싸움, 명예 싸움에 혈안이 되어 자신의 숲과 계곡과 바위와 만년설을 더럽히는 산악인들의 행태에 '히말라야 산신'들의 분노가 폭발하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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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서울 서초동 가정법원청사 소년법정에서 있었던 어느 판결의 이야기입니다.

지인을 통해서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너무도 감동적인 판결이라 저 혼자 알고 있기 아까워 전합니다.

피고인 A양(16)은 서울 도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A양은 작년 가을부터 14건의 절도·폭행을 저질러 이미 한 차례 소년 법정에 섰던 전력이 있었습니다. 법대로 한다면 '소년보호시설 감호위탁' 같은 무거운 보호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죄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김귀옥 부장판사는 이날 A양에게 아무 처분도 내리지 않는 '불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가 내린 처분은 '법정에서 일어나 외치기'뿐이었습니다. 김 판사가 다정한 목소리로 '피고는 일어나 봐' 하고 말하자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던 A양이 쭈뼛쭈뼛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김 판사가 말했습니다.

"자, 날 따라서 힘차게 외쳐 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예상치 못한 재판장의 요구에 잠시 머뭇 거리던 A양이 나직하게 "나는 세상에서…"라며 입을 뗐습니다.

"자, 내 말을 크게 따라 해 봐.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큰 소리로 따라 하던 A양은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라고 외칠 때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김 판사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A양이 범행에 빠져든 가슴 아픈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A양은 본래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간호사를 꿈꾸던 발랄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초, 남학생 여러명에게 끌려가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그녀의 삶은 급속하게 바뀌었습니다.

A양은 그 사건의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신체 일부가 마비되기까지 했습니다. 심리적 고통과 죄책감에 시달리던 A양은 그 뒤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했고, 비행 청소년과 어울리면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김 판사는 울고 있는 A양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알면 누가 가해자라고 쉽사리 말하겠어요? 아이의 잘못이 있다면 자존감을 잃어버린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존감을 찾게 하는 처분을 내려야지요."

그 말을 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진 김 판사는 눈물범벅이 된 A양을 법대(法臺) 앞으로 불러세웠습니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중요할까. 그건 바로 너야.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돼. 그러면 지금처럼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러고는 두 손을 쭉 뻗어 A양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마음 같아선 꼭 안아주고 싶은데, 우리 사이를 법대가 가로막고 있어 이 정도밖에 못 해주겠구나."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ol...l_no%3D2

이 재판은 비공개로 열렸지만 서울가정법원 내에서 화제가 되면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법정에 있던 A양의 어머니도 펑펑 울었고, 재판 진행을 돕던 법정 관계자들의 눈시울도 빨개졌습니다. 저도 이 이야기를 읽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법정에서 울음을 터뜨린 소녀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녀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건 보호 감호라는 법적인 처분보다 자존감을 살리는 자신을 향한 외침이었을 거라는 겁니다.

"일어나서 힘차게 외쳐라!"

정말 아름다운 명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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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전쟁 시나리오'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60주년,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전형적인 재래전 틀에서 벗어나 현대전 특성에 맞는, 서울의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발굴하기 위해서" 공모를 한다는 겁니다.

응모의 세부 내용을 보니 "9·11 테러 사건에서 보듯이, 수도 서울은 인구가 밀집되고 산업이 집중된 곳으로, 만약 적이 공격한다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라며 ‘적의 입장에서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상상력과 창의를 발휘하여 자유 형식으로 서술해 달라’고 주문했더군요.

서울시교육청은 재빠르게 지난 6월 18일, 서울 지역 2170여 개 초중고에 "각급 기관에서는 공모에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기 바란다"고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교사와 시민들은 대부분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반공교육을 강요하던 군사정부시대에도 아이들한테 전쟁 시나리오를 쓰도록 하지는 않았다.’, ‘가뜩이나 전쟁 불안에 떠는 시민들에게 전쟁 시나리오를 쓰라는 것은 서울시의 폭력이다’, ‘평화와 화해를 강조해야 하는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전쟁 의식을 부추기는 반교육적 행사를 한다’는 게 대부분의 반응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민방위담당관 관계자는 “시민들이 안보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으니까 안보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공모를 기획했다”며 “안보는 공직자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생각해야 할 것이므로, 공모 대상을 확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전쟁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안보 의식이 높아진다는 논리인데, 반공을 '국시의 제1'로 삼았던 군사정권 시대에도 들어보지 못한 해괴한 논리입니다. ‘70년대나 ’80년대에 유행했던 ‘간첩잡기 포스터 공모’나 ‘반공 글짓기 대회’는 전쟁놀이를 독려하는 이번 공모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스러워 보입니다.

게다가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라니요? 상상력과 창의성을 가진 학생들과 시민들을 전쟁광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요? ‘창의 서울’이니 ‘디자인 서울’이니 떠들며 시민들의 세금을 쏟아 부은 ‘문화도시 서울’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었나요?

천안함 사건 이후 남과 북이 극도로 긴장상태에 있는 이때, 전쟁 시나리오 공모는 불 위에 기름을 붓는 어처구니 없는 행위입니다.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하다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평화와 화해를 위해 전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이 살벌한 판국에, 시민과 학생들에게 군사적 대결 의식을 고취시키려고 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는 당장 중지해야 합니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당장 공모 작업을 백지화하고, 서울 시민과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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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로 인해 정치권의 지형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정치권의 갈등은 만만치 않게 증폭될 것입니다. 
그에 따라 그동안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들의 앞날도 험난해 보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정책이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살리기 사업’입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민주당은 6월 국회에서부터 철회나 수정을 요구할 계획이지만 청와대는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4대강 사업이 현 정부의 핵심정책인 만큼 이를 철회하거나 수정한다는 것은 정책의 기조가 붕괴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는 듯 합니다. 

한나라당도 4대강 사업을 전면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반대 여론이 거세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인식한 만큼 개선할 부분은 수정하거나 보완한다는 여지를 남겨 놓고 있습니다.

출처 :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3D60483

세종시 문제의 경우, 민주당 등 야권은 수정안을 폐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종전의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청와대의 입장에 비해 한나라당에서는 수정안 추진 동력이 다소 떨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새로운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옵니다.

출처 : http://www.asiae.co.kr/news/view.htm%3F...6sp%3DEC

이처럼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정치력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소통과 타협과 절충을 일상화해야 할 구조로 변한 것입니다. 이 구조에 적응하기 위한 최선의 비법은 오직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르는 길뿐입니다.

2010년 올해 초에 정치권에서 자주 오르내린 사자성어로 ‘여민동락(與民同樂)’, ‘상하동락(上下同樂)’,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와 같은 말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정치인들의 입에 발린 그 말들이 현실 정치에서 얼마나 무서운 결과로 정치권을 휩쓸었는지 실감하게 해주었습니다. ‘민심과 함께 하지 않고(與民不同樂)’, ‘권력자가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지 않으면(上下不同樂)’ ‘배를 띄워준 민심이 언젠가는 배를 엎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입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권은 민심의 흐름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했을 것입니다. 말로는 언제나 민심을 들먹였지만, 그 민심이 얼마나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잘못 파악된 흐름인지 알고서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여론조사도 믿을 수 없고, 시중에 떠도는 말들도 진의를 알기 어렵고 ,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민심의 흐름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이제 정치권은 그 강물 속 보이지 않는 곳에 흐르고 있는 ‘바닥 민심’이 마치 '어뢰'처럼 다가 와서 자신들이 띄워 놓은 배를 엎어버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민심은 정치인들이 일신의 영달을 도모하거나, 권력욕과 출세를 달성하기 위해 일회용으로 쓰이는 도구가 아닙니다.

이번 선거는 그러한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민심의 매서운 경고이며 심판이었습니다. 정치권은 이 같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기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예전처럼 민심을 자신들 위주로 해석해서 불리한 민심에는 귀를 닫고, 유리한 민심만 귀에 담는 구태를 되풀이한다면 진정한 민심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 민심은 사심을 갖지 않고 진정으로 자신들을 위해 올바르게 일을 할 정치 일꾼을 원하고 있습니다. 강물의 깊은 바닥으로 내려가 바닥 민심을 찾아내어 그것을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일꾼을 원하고 있습니다. 민심과 함께 웃고, 민심과 함께 울고, 민심과 함께 아파하는 일꾼을 목마르게 원하고 있습니다.

민심을 따르지 않는 정치 세력에 대해서는 언제든 그 배를 뒤집어엎을 무서운 흐름이 존재하고 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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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낙동강 제방에서 자신의 몸을 불사른 문수스님은 어떤 분일까요?

스님은 1986년 오대산 월정사에서 시현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文殊) 보살’ 이름을 법명으로 받았습니다. 중앙승가대학교 재학시절에는 의협심이 강하고 대중을 이끄는 힘이 있어 총학생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여러 선원을 떠돌며 용맹정진하는 수도승의 길을 걸었습니다. 2006년에는 청도 대산사의 주지를 잠시 맡기도 했으나, 수행에 걸림돌이 된다며 주지직을 버렸습니다.

그 뒤 경북 군위의 지보사에서 3년 가까이 수행에만 전념했습니다. 스님의 수행이 어찌나 엄격한지 신자들마저 문수스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5월 31일 오전 7시20분 경, 문수 스님은 절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어느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샀습니다.

휘발유 통을 든 채 400m를 걸어서 4대강 사업 구간 중 가장 규모가 큰 낙동강의 제1지류인 위천이 보이는 강둑으로 올랐습니다.

오후 2시20분, 둑길 옆에서 큰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사람들이 가보니 불길 옆에 가지런히 접힌 승복과 흰 고무신이 놓여 있었고, 적삼과 그 옆에 놓인 종이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똑같이 씌어져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文殊

출처 :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3...%3D57040

고적한 선방에서 수행을 하는 동안 스님은 이명박 정권을 화두로 삼은 듯합니다. 자신의 몸을 불 태워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는 충격요법을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 현 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대해 외롭게 명상을 하신 듯합니다.

1963년 6월 11일, 월남 고 딘 디엠 정권의 독재와 불교 탄압에 반대해 사이공 중심가에서 시민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몸울 불태워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당시 73세의 꽝뚝 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3D960206

아침과 점심도 거른 채 오랜 시간 동안 강둑에 앉아서 스님은 생명이 꺼져가는 낙동강과 국토와 뭇생명들에 대해 홀로 고독하게, 무섭도록 뜨겁게 명상에 잠기신 듯합니다.

드디어 볼펜을 들어 승복에 이승의 간절한 마지막 ‘서원(誓願)’ 적고 고무신을 벗어 가지런히 놓은 다음, 휘발유를 자신의 몸에 끼얹고 불을 붙인 뒤 고요히 삼매에 빠지셨을 겁니다. 타오르는 그 육신의 고통을 극한의 수행력으로 참아내시며, 스스로 이 세상을 밝히는 한 줄기 불꽃이 되어 가셨을 겁니다.

문수스님의 산화에 대해 정부는 분신 자살로 몰아가는 분위기이고, 젊은 스님이 너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 아니냐고 못마땅해 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분의 평소 행적을 볼 때, 오랜 명상과 수행에서 나온 결단의 소신공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 4일 오전 10시, 스님의 영결식이 지보사 앞마당에서 거행됐습니다.

시종 장중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조계종 원로의원 월탄 큰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눈 뜬 사람은 똑똑히 볼 것이며, 눈 어두운 사람은 차차 볼 것이다.
뭇 생명을 내 몸 같이 아끼고 아껴서 그 생명들을 살리기 위해 소신공양 올렸으니,
문수여 장하고 장하도다…”

스님의 시신은 다비장으로 향했고, “문수야, 불 들어간다”라는 외침과 함께 다시 한 번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그렇게 타들어간 불길은 못내 아쉬운 듯 다비장 주변을 휘휘 맴돌았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스님이 남기고 간 서원 때문일 것입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3D960206

스님의 영혼은 지보사를 떠나 강둑을 지나 낙동강으로 달려가, 4대강과 한반도 주변을 빙빙 맴돌며 가난하고 소외되고 죽음을 눈앞에 둔 수많은 생명들을 위해 간절한 기원을 올리고 계실 것이 분명합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앨프리드 화이트헤드는 이런 명언을 했습니다.

보통 교사는 지껄인다.
좋은 교사는 잘 가르친다.
훌륭한 교사는 스스로 해 보인다.
위대한 교사는 가슴에 불을 지른다.

이 말에 나온 교육자를 스님으로 바꿔 봤습니다.

보통 스님은 지껄인다.
좋은 스님은 잘 가르친다.
훌륭한 스님은 스스로 해 보인다.
위대한 스님은 가슴에 불을 지른다.

우리 ‘가슴에 불을 지른’ '위대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에 답하는 것은 이제 온전히 우리들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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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는 뜻밖의 결과로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요? 가장 커다란 원인은 국민과의 소통을 무시한 채 각종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에도 많은 통로를 통해 국민들은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과 반대의 의견을 표시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 의견을 무시했습니다. 오히려 여론몰이를 위해 언론을 장악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짓밟는 일에 매진했습니다. . 

선거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그 시도는 성공하는 듯 보였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압승'이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여론조사의 반대로 나왔습니다. 여론조사 기관도 파악하지 못하는 '무서운 민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천안함을 침몰시킨 서해 바다의 검은 물결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비밀의 민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비밀의 민심은 6·2 지방선거를 통해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분출되어 선거판을 휩쓸었습니다. 그들은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라고 알려진 국민들입니다. 그들이 이번 선거에서 거대한 위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그 '부동층'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 내지 분노의 정서를 가진 '무서운 침묵의 다수'였던 것입니다. 정권의 지나친 오만과 독선에 대해 심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들이 투표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시한 것입니다.

이처럼 이번 선거의 바탕에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민심을 무시한 '불통 정책' 대한 분노가 깊게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수없이 많은 불통 정책 중 다음 네 가지는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정책들임을 이번 선거는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첫째, '4대강 죽이기'인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진정한 '4대강 살리기'로 전환해야 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생명의 강을 콘크리트 인공 수로로 만드는 것입니다. 생태와 환경과 생명을 무시한 4대강 사업은 많은 국민들과 성직자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급기야 한 스님이 자신의 몸을 불태우면서까지 반대하는 엄청난 저항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이런 비판과 저항을 무시하고 계속 강행하는 것은 민심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이 정책을 계속 밀어붙인다면 강 죽이기, 국토 망가뜨리기를 넘어서서 경제 죽이기로까지 귀결되고 말 것입니다.

둘째, 천안함 사건을 이용하여 '북풍'을 부추기지 말아야 합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와 군의 대응에 대해 오바마 미 행정부와 일본 정부가 지지를 표명하자, 정부와 여당과 보수 언론은 신이 나서 북한에 대한 강경 정책을 밀어 붙였습니다. 거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국민들에게 위기 의식을 불어넣었습니다. 

거기에 발을 맞춰 선거 전에 진행된 여론조사나 전문가 분석에서는 천안함 사건이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런 상황에 고무되어 그들은 천안함 사건이 정치적 '횡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던 모양입니다만, 민심은 정부의 대북한 강경 노선에 급제동을 걸었습니다. 북한과의 긴장 상태에 대한 반대, 천안함 사건의 조사 과정과 결과 발표에 대한 의혹 등이 ‘침묵의 다수’를 투표소로 향하게 했던 것입니다.

그 민심은 정부에게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추구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대북한 정책의 기조에 있어서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짚어보라고 따끔한 회초리를 든 것입니다.

세째,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합니다.

세종시 문제는 충청 지방의 민심을 듫끌게 했습니다. 여당 내에서도 강한 반대 세력이 있어서 정책에 균열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였습니다.

정운찬 총리의 두서없는 말실수나 행동에도 말없는 다수는 실망하고 분노했습니다. 그 실망과 분노는 앞으로 세종시에 대해 변화된 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째, 교육및 복지 정책을 수정해야 합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보수 일색이던 시·도교육감에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포진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학생들이나 학교 간의 경쟁을 강화해서 교육경쟁력을 높인다는 '무한 경쟁' 교육 정책이 '보편적 창의성과 인성교육 강화' 정책으로 상당 부분 변경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전교조 교사 169명의 대량 파면과 해임 방침도 철회해야 합니다. 한나라당과 관련된 교사들은 처벌하지 않고, 전교조 교사만 처벌하는 불공평한 정책에 대해 민심은 매섭게 제동을 걸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지금 선거 패배의 후폭풍에 쌓여 있습니다.

당대표와 비서실장이 사퇴를 선언하고, 비상대책회의를 꾸리고, 대대적인 쇄신과 개각설이 난무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인적쇄신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정책의 쇄신입니다. 


보이지 않는 '침묵의 다수'가 앞으로도 정부 정책의 향방을 날카롭게 주시할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한편 민주당과 야권은 이번에 자신들을 기사회생시켜준 '침묵의 다수'가 이전 선거에서는 자신들을 철저하게 몰락시켰던 장본인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선거는 야당의 승리가 아닌 '침묵의 다수'가 일구어 낸 승리라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 '침묵의 다수'는 야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리더쉽과 비전을 가진 집단인가에 대해 여전히 매서운 비판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음도 두려운 마음으로 깊이 새겨야 합니다. 

민주화와 평화통일에 몸을 바치던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올바른 정책을 개발하고, 혼신의 힘을 다바쳐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헌신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만약 이번 선거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고, 분열과 오만과 나태의 모습을 되풀이한다면 또다시 철저한 '몰락의 쓰나미'가 몰려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견제'와 '균형'을 택한 국민들의 선택은 참으로 현명하고 지혜로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국민들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게 꾸려져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정치 세력들은 이런 국민들의 숨은 민심을 두려워해야 할 것입니다.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 세력에 대해서는 언제든 '충격적인 표의 쓰나미' 휩쓸어버릴 '침묵의 다수'가 존재하고 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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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이 정부 개최 7년 만에 두 동강이 나고 말았습니다.

국가보훈처가 기념식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기로 한 데 따른 반발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국가보훈처 주관의 '5.18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망월동 구 묘역'에서 별도로 기념식을 치른 것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기념식.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32449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은 기념식.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3282141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도청에서 전사한 윤상원 열사와, 1979년 겨울에 노동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박기순 열사의 '영혼 결혼식'을 다룬 노래굿 「넋풀이」에서 처음 불려졌습니다.

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에서 가사를 따와 황석영씨가 가사를 쓰고, 광주지역 작곡가였던 김종률씨가 작곡을 했지요. 그 뒤, 1982년에 제작된 음반 <넋풀이-빛의 결혼식>에 수록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80년대 군부 독재의 살벌했던 시절, 이 노래는 거리에서 술집에서 무대에서 광장에서 젊은이들과 시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고, '새 날'을 향해 흔들리지 않게 '맹세'를 다져주고, '깨어나서' 외치게 해주었습니다.

그후 민주화운동은 물론이고 각종 시민사회단체나 노동단체나 학생단체의 집회에서 '민중의례'의 일부로서 널리 불리며 애국가 만큼이나 많이 합창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대부분 집회에서는 이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랬던 이 노래가 이제는 찬밥 신세가 되어가나 봅니다.

국가보훈처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에서도 최근에 공무원 노조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 포함된 민중의례를 하지 못하도록 각 지자체에 공문을 내려보냈으며, 공무원 노조의 5·18 성지순례를 금지시키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기념사도 총리 명의로 축소되었습니다. 5.18단체들은 정부가 5·18민주화운동을 홀대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한 평생 나가자’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할 사람이 또한 얼마나 되겠으며, ‘깨어나서’ ‘뜨거운 함성’을 외칠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동안 5·18은 그 용어에서부터 역사적 굴곡을 겪어 왔습니다. 

80년대 초에는 '광주사태', '광주반란' 등의 용어가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민주화를 열망하던 시민과 학생들은 '광주 민중 항쟁' 혹은 '광주 민주화 운동'이란 용어를 썼지만 군부의 무서운 통제와 억압 때문에 지하에서나 은밀하게 사용되던 용어였습니다. 그 말을 쓰던 사람들은 수배되거나, 감옥에 가거나, 갖은 수난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총을 든 공수부대원이 도망치던 시민을 쫓아 곤봉으로 내리치고 군홧발로 밟고 있다. | 5·18기념재단 제공

지금 우리는 5·18을 '광주 민주화 운동'이나 '광주 민중항쟁'이나 '광주 성역화' 등의 용어로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고,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도 2004년부터 정부가 직접 주관해 오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다시 5·18과 <임을 위한 행진곡>이 광주와 한국 민주주의의 또 다른 상처가 되어가는 역사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진 것입니다. 30년 동안 5·18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추진해 왔던 각계의 노력도 두 동강이 났습니다.

이제 이 노래와 더불어 5·18은 급속도로 우리 사회의 찬밥 신세가 되어 갈 것입니다. 아마 내년 행사는 행사의 규모나 예산이나 참여폭도 줄어들 것이고, 해가 지날수록 우리 사회에서 점점 그 의미가 축소될 것입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뒤로 돌아가는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5·18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운명은 어떻게 되어 갈까요? 노래 하나를 부르지 않으려고 행사를 두 동강 낸 정부의 옹졸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앞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운명은 어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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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관련 조사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5월 20일의 한·미합동조사단 결과 발표를 앞두고 수많은 추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보도들을 종합해 보건대 '원인을 알 수 없는 외부폭발', 또는 '어뢰에 의한 폭발' 정도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원인인지 또는 어떤 어뢰인지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의 조사가 필요하다며 미뤄 놓는 동안, 언론들은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기사를 써대겠지요. 

그동안 
천안함의 연돌에서 화약성분이 검출되고, 해저의 모래와 자갈에서 화약흔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을 때 군은 어뢰 파편일 '가능성'만 언급을 했을 뿐인데도 언론들을 앞다투어 '북한 어뢰의 버블제트 폭발'로 단정 짓는 기사를 써댔습니다. 참으로 교묘하고 손발이 잘맞는 여론 조작의 놀이판에 국민들은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3265102

지난 5월 5일 KBS 추적 60분 <천안함, 무엇을 남겼나?>는 그 놀이판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천안함 침몰의 의문점들을 조목조목 파헤친 파격적인 방송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공감을 했습니다. 저 역시 그동안 KBS가 보여준 입장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에 공감을 했기 때문에 그 방송을 중심으로 의문점들을 되짚어봅니다.

먼저 생존 장병 중에 버블제트로 인한 물기둥을 본 사람이 없고, 물에 젖은 사람도 없고, 죽은 물고기떼와 같은 폭발 흔적이 없는 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또 버블제트로 인한 폭발이라면 사고 때 관측된 인공지진파가 시차를 두고 두 번 나타나야 하는데 한 번밖에 나타나지 않은 점도 설명되어야 합니다.

▲ 천안함 침몰 당시 지진파는 일반적인 버블제트 소리 파형과 다르게 나타난다. ⓒKBS <추적 60분> 캡쳐

또 폭발이 있었다면 화상이나 고막이나 장기에 상처가 있어야 되는데 희생자나 생존자들 중 그런 상처가 한 명도 없는 점, 함미 바닥에 배가 긁힐 때 나타나는 스크래치의 흔적이 나타난 점, 스크류의 날이 안쪽으로 크게 휘어있는 점, 인양할 때 함미 밑바닥에 구멍이 뚫려서 물이 샌 점도 설명되어야 합니다.


▲ 인양되고 있는 천안함 함미의 모습. 바닥에 상처가 거의 없고 뚫린 구멍으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KBS <추적 60분> 캡쳐

사고 다음날 희생자 가족들 앞에서 공개한 작전상황도에 표기된 '최초 좌초 6.4'라는 글씨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해군 관계자는 그 글씨가 유족 가운데 한 명이 작전상황도를 뺏어가 임의로 써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왜 그런 중대한 자료에 멋대로 그런 글씨를 썼는지, 또 군은 왜 그런 글씨가 써진 지도를 공개했는지도 함께 설명되어야 합니다.


▲ 군이 사고 발생 즉시 '최초 좌초' 지점을 표시했다고 해 뒤늦게 주목을 받았던 작전상황도. ⓒ아시아경제신문

이 의문들은 군에서 몇 가지 기록만 공개하면 금방 풀릴 수 있는 문제입니다.

먼저 'TOD 영상 기록'입니다. 군에서는 9시 4분 무렵에서 9시 24분 무렵까지의 20분간만 영상 기록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TOD 담당 병사의 증언도 있어야하고 영상장비에 대한 재점검도 필요합니다. ㅣ

다음은 '교신기록'입니다. 군에서는 사고 당일 9시 15분에서 22분까지는 군 통신망을 통해서 교신한 기록이 없다고 하는데,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 설명입니다.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기록'도 공개해서 천안함이 정확히 어느 위치에서 어떤 사고를 당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거물인 '인양된 선체'를 공개해야 합니다.

이런 증거들이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좌초설', '미군오폭설', '미잠수정과의 충돌설' 등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동안 조사단의 활동과 조사에 대한 모
든 사항이 철저한 비밀에 싸여 있는 통에  더욱 큰 억측과 가설들을 양산해 냈습니다. 불필요한 혼선을 막기 위해 일부는 보안에 붙인다고 하더라도 조사단의 구성이나 조사 과정이나 최소한의 진행 상황은 공개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온 국민에게 슬픔을 안겨준 비극적인 사건의 진상 조사를 하면서 그토록 철저히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것은 스스로 국민들에게 불신을 자초한 처사입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희생 장병들을 위한 영결식에서 '국민에게 고통을 준 세력을 끝까지 찾아내서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접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고통을 준 세력’을 북한으로 이해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세력의 제1순위는 군과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이해 할 수 없는 보고 지연과, 구조 과정의 난맥상과, 비밀에 싸인 조사과정까지 그 무엇 하나 고통을 주지 않는 부분이 없습니다. 군의 위기관리에 커다란 허점이 드러났고 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는데도, 군은 자신들의 문제를 반성하기보다 북한에 책임전가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버블제트 어뢰를 발사해서 침몰한 것이라면, 그 또한 군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잠수정이 한·미훈련중인데도 백령도 깊숙이 침투해서, 수중음향탐지기인 '소나'에도 걸리지 않은 채 빠르게 이동 중인 천안함을 버블제트 어뢰를 쏘아 명중시킨 후 몰래 북으로 귀환했다는 얘긴데, 참으로 신출귀몰한 북의 침입에 대해 우리 해군은 왜 그토록 무기력했단 말인가요.

막대한 국방비를 써서 최신예 무기들로 무장한 우리 해군이 그토록 무능하고 직무에 태만했다는 얘긴가요. 만약 그렇다면 북한에 비해 그토록 전력이 뒤떨어진 군을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믿고 살란 말인가요. 이처럼 도저히 믿을 수도 없고 이해도 되지 않은 이 사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천안함은 영원히 역사의 '미궁'으로 침몰하고 말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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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한반도를 누비며 흐르는 강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강은 살아 있다」
의 저자인 최병성 목사는 책을 쓰는 내내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가슴이 메어 글을 쓸 수 없을 때도 있었답니다. 그는 왜 그렇게 우는 걸까요? 강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살리기'란 이름으로 전 국토를 유린하는 광란의 삽질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4대강엔 포크레인 바퀴에 죽어 가는 생명의 신음이 흐릅니다.
강변 정화라는 이름으로 쫓겨나는 농민들의 탄식이 흐릅니다.
수자원 확보라는 미명 아래 댐과 저수지 건설로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산골 주민들의 절규가 강물이 되어 흐릅니다.
지금 4대강엔 죽음의 행진곡이 가득할 뿐입니다.
(「강은 살아 있다」 머리말 중)



그는 울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4대강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찍어 기록으로 남기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고, 수많은 자료를 분석하여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을 밝혀냈습니다. 특히 자신의 주장만을 담기보다 정부의 주장을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 국민의 저항에 막히자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그러다 다시 ‘4대강 살리기’ 바꾼 뒤 그 사업을 통해 강이 살아나고 수질이 회복되고 홍수와 가뭄에서 해방된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출처 : http://www.korea.kr/newsWeb/pages/brief...S0106006

그런 주장에 맞서 이 책에서는 우리보다 150년이나 앞서서 강을 '정비' 독일과 스위스가 다시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강 살리기' 하는 이유는 뭔지 살펴보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사례를 보면 선진국에서는 운하나 수로를 위해 강을 정비한 결과, 심각하게 죽어 간 강을 되살리느라 난리더군요. 그런데 우리는 그들의 뒤를 좇아 강을 죽이지 못해 난리를 떨고 있다는 것을 너무도 명확하게 알 수 있더군요.

모래톱이 아름다운 낙동강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한 가족의 사진과, 익사 위험 지역을 알리는 한강의 접근 금지 표지판 사진은 4대강 사업이 실현됐을 때 우리나라 강들이 어떻게 될지 미래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보를 설치하고 강을 깊숙하게 팜으로써 불러올 재앙을 저자는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서 설명합니다. 

그 사례 중의 하나로 도심의 휴식공간, 녹색을 도심에 끌어들인 친환경사업, 서울의 르네상스로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고 있는 청계천을 들고 있습니다. 청계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면 4대강의 앞날도 명확하게 보일 거라는 겁니다. 

준공된 지 5년도 채 안 된 청계천은 이미 '지반침하' 시작되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물길을 시멘트로 덮어버리고 인공적으로 낸 수로이기 때문에 청계천으로 흘러들던 자연의 물이 시멘트 옹벽에 막혀 흐르는 바람에 땅이 가라앉고 지반이 갈라지는 겁니다. 그래서 인도의 보도블럭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인공으로 만든 하천엔 녹조가 빽빽이 끼어있습니다.   

지반침하가 시작된 청계천.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01342241

저자는 또 ‘물 부족 문제의 해결’이라는 주장의 허구를 들춰내면서, 오히려 4대강 사업이 계속되면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물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식수가 부족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미 낙동강에 지어진 부산과 경남 지역의 취수원을 진주 남강댐으로 옮기는 작업이 추진 중입니다. 왜 취수원을 옮기는 걸까요? 수질오염 때문입니다.
수질오염으로 인한 부작용의 우려 때문에 취수원을 옮기면서도 정부는 수질 오염이 없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이 책에는 1982년에 '정비'되기 전의 한강을 찍은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그 한강에선 놀랍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헤엄을 치면서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 사진 속의 한강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자연 그 자체였습니다.  

그랬던 한강이 어떻게 변했나요? 이제는 그저 깊고 시커먼 강물이 흐르는 '인공의 강'으로 변했습니다. 유람선과 모터보트를 탄 사람들만이 물살을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현재의 한강이 바로 우리가 바라볼 4대강의 미래 모습일 것입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은 깊이가 낮기 때문에 대운하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대운하는 아닐지 몰라도 4대강 사업은 7m 깊이로 강바닥을 다듬는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 강이 만들어지면 수많은 배가 깊고 검푸른 물결 위로 엔진을 돌리며 지나다닐 것이고, 수많은 물고기들이 수질오염으로 죽어 갈 것입니다.

출처 : http://cafe.daum.net/sand5/3e0C/62?docid=1Goak|3e0C|62|20090313002758

정부는 4대강이 철새의 낙원이 될 것이고, 관광 명소로 개발되어 주변 경제가 살아나고, 34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물고기의 죽음과 습지의 실종으로 철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질 것이고,
관광 명소 개발은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을 부추기며, 4대강 사업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대부분 일용노무직일뿐라고 주장합니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22조의 돈을 보건과 복지에 투자한다면 제조업의 3배 이상 되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으며, 그 돈들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사회 복지를 확충하는 데 들어가야 할 돈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반대에 조금도 개의치 않고 정부는 4대강 '정비'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대부분 이에 대해 침묵하거나 외면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4대강에서는 중장비의 굉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마치 군사작전을 치르듯 환경영향평가를 넉 달 만에 마치고, 거침없이 강을 파헤치고 물길을 막아 보를 쌓고 있습니다. 

4대강 공사 중인 낙동강 하류.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page%3D9

4대강 사업은 강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강을 죽이는 참 몹쓸 사업입니다.
국민이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아는 날, 4대강의 광기는 멈출 것입니다.
4대강의 생명들이 우리가 도와주기를 기다립니다.
우리는 유람선만 떠다니는 죽음의 수로를 원치 않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여울에 발을 담그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명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생명을 노래하는 맑은 여울의 속살거림이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하길 마음 모아 기도합니다.
(책의 머릿말 중)

책을 읽는 내내 우리 국토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슴이 답답해 오고 절망감이 물밀 듯 밀려 왔습니다.

그러나 저자
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합니다. 생명을 향한 절박함으로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맑음으로 생명을 끊임없이 잉태케 하는 여울은 여호와의 영광이 이 땅에 영원히 지속되게 하는 거룩한 성소요, 여울 물소리는 생명의 노랫소리입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을 준설하고 보를 세워 모든 여울을 사라지게 하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이 생명의 강을 파괴하는 잘못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여울을 파괴하여 수로로 만드는 건 물고기만이 아니라 한국을 찾아 오는 철새들을 내쫒는 생명 파괴의 재앙입니다.
(경향신문 2010년 5월 4일 기고글 <4대강 사업은 '권력의 테러'> 중에서) 


여울이 반짝이는 강. 출처 : http://blog.naver.com/barbara59/130051395470

아이들과 함께 여울에 발을 담그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명의 추억을 만들고 싶은 꿈, 생명을 노래하는 맑은 여울의 속살거림이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하길 바라는 꿈, 바로 그 꿈을 위해 저자는 강이 죽어가고 있는 걸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눈물로 외칩니다.

"강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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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미스터리'를 다룬 4월 17일자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정말 놀라운 방송이었습니다. 

군은 함미가 인양된 뒤부터 천안함 침몰 원인을 내부폭발이나 피로파괴가 아니라 외부폭발로 유도하는 분위기고, 여당과 보수 언론들은 한 술 더 떠서 북한 어뢰의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고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날카롭고도 준엄한 질문을 용기있게 던진 것입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천안함 함미 구조물의 변형 정도와 사건 당시의 정황 등을 바탕으로 침몰 사고의 미스터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쳤습니다.

먼저 
어뢰 공격을 받았다면 화염이나 화약 냄새가 있었을 텐데 왜 천안함 생존자들의 부상 상태가 경미하고, 화염을 본 사람도 없고, 화상 환자도 없고, 화약 냄새를 맡은 장병이 한 명도 없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어뢰가 선체 하부에서 폭발하여 '버블제트'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선체가 두 동강 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만약 버블제트라면 엄청난 물기둥이 솟아야 하는데 생존자들은 물기둥을 보지 못했고, 구조를 담당했던 해경관계자의 증언에서도 옷이 젖은 생존자를 보지 못했다고 한 것을 볼 때 어뢰 공격으로 단정짓기는 무리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 정도의 폭발이라면 TNT 150kg 규모의 파괴력이니 선체 내부에 있던 장병은 그 소리에 고막이 터지는 것이 정상인데 증언을 통해 볼 때 그 정도의 큰 소리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같은 조건으로 호주에서 실행된 실험 결과, 선체 갑판이 크게 파괴된 모습을 보인데 비해 천안함의 함미 선체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인 점도 버블제트의 가능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미국 버클리대 선박구조 전문가인 알라 만수르 교수와의 인터뷰도 그 의혹에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그는 아무도  연기나 물기둥을 보지 못했고 물에 젖지도 않았다는 건 수중폭발이라는 주장과는 모순이 된다며 "폭발 이외의 다른 원인으로 배가 반파 될 때도 큰소리를 들을 수 있다. 피로 파괴나 전단 파괴가 일어나도 아주 큰소리가 난다"며 어뢰 공격에 의한 폭발 외에도 큰 소리가 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백령도 인근 경계초소에서 촬영된 '열상감지카메라(TOD)' 영상 자료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군당국이 영상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일관성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 점, 사고 전의 영상과 사고 직후의 영상으로 조각을 내서 보여 주는가 하면 사고 시점의 영상은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TOD 촬영을 담당했던 전역자의 증언에 따르면 TOD 촬영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는 것이 규정인데 중간에 끊어졌다는 군의 설명이 납득이 안가고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밖에 기뢰로 인한 폭발 가능성도 낮다는 전문가의 증언과, 초계함이 백령도 근처까지 접근하지 않았다는 백령도 주민들 증언 등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들도 제기했습니다.

그와 함께 마지막으로 희생된 장병들과 그 유족들의 가슴 찢어지는 슬픔을 생각해서라도 무능한 정부나 거짓말하는 군이나 정부가 되지 않으려면 진실을 밝히라고 준엄하게 촉구했습니다. 



아마도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방송하기까지 제작진에게는 적지 않은 어려움과 고통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프로그램을 방송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 여러분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군사기밀과 북한의 개입이라는 빌미를 가지고 자꾸만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가려는 정부와 군과 여당과 보수 언론에 맞서 방송에서 이렇게 과감하고 직접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천안함 미스터리의 황사 바람이 부는 사막에서 맑은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미국 영화 중에는 군대 내부의 비리나 음모를 소재로 다룬 영화가 많습니다. 그 중 관타나모 기지의 비리를 은폐하려는 해병에 맞서 진실을 밝힌 <어 퓨 굿맨>과 이라크 전쟁중에 발생한 비리를 밝혀낸 <커리지 언더 파이어>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그 두 영화는 미국 군대 내부의 비리를 파헤쳤지만, 그로인해 오히려 미국 군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침몰 미스터리 말고도 천안함 사건은 아직 풀리지 않은 수많은 미스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천안함이 사고로 침몰하는 상황에서 속초함은 왜 천안함 장병을 구하지 않고 북상했는가?

-새때로 추정되는 물체를 향해 76mm 함포를 쏘았다는데 과연 우리 군의 장비가 새떼와 잠수정도 구별 못할만큼 낡고 부실한가? 

-사고 관련 핵심내용이 들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천안함과 속초함끼리의 교신내용이나 천안함과 속초함이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와 교신한 내용을 왜 공개 안 하는가?

-백령도 어부들 말을 들으면 그동안 천안함같이 큰 배나 함정이 그렇게 가까이 온 것을 본 적이 없었다는데, 왜 수심도 낮고 위험한 그곳으로 갔는가?

-폭발이나 침몰시간의 정확성은 왜 그리도 낮으며, 군의 위기대응 체계는 왜 그리도 미숙하고 엉성한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단 한 가지도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국군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볼 때, 우리에게도 오로지 진실을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무장한
'진실한 소수(어 퓨 굿맨A Few Good Man)' 필요한 때입니다.

유가족들은 천안함 침몰 미스터리에 대해 40여 가지의 질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생을 마친 꽃 다운 장병들과 유가족들의 피맺힌 절규를 진무하기 위해서도 그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내 아들을 삼켜 버린 잔인한 바다를 바라 보며
만신창이가 된 어미는 숨조차 쉴 수가 없구나
네 눈빛을 바랄 볼 수 없고 네 몸을 만질 수도 없고
네 목소리 조차 들을 수 없기에
피맺힌 눈물이 흐르는구나

미안하다 아들아
칠흙 같은 바다에 있는 너를 구해 주지 못해
어미의 육신이 찢기는 듯 아프구나

사랑한다 아들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새끼
그 누구도 용서하지 마라
너를 구해 주지 못한 어미도
진실을 밝히지 않는 대한민국도

오늘도 이 어미는 애타게 네 이름을 불러 본다.

어머니 하며 달려올 것 같은 내새끼
어미의 귀가에 들리는 네 목소리
한 번만이라도 네 얼굴을 만져 보고 싶구나
미안하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내 아들아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0135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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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20대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군요.

그동안 대한민국의 20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세대라고 치부되어 왔지요. 정치보다는 텔레비전의 오락물이나 스포츠나 명품 핸드백에 열광하는 세대라고 폄하되기 일쑤였습니다.

물론 아직도 정치에 관심이 많은 20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70년대나 80년대의 젊은이들을 휩쓸었던 변화와 개혁의 정치적 열풍이 다시 불기를 기대하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새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봄을 맞아 터져 나오기 시작한 20대들의 발언과 움직임은 앞으로 커다란 변화를 예감하게 하는군요.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에너지를 뿜어낼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유권자 운동’을 통해서 20대의 권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한국대학생연합, 시민주권 대학생모임, 대학생 YMCA, 원불교대학생연합 등은 가칭 ‘2010 지방선거 대학생유권자연대’를 결성하고 전국의 대학 단체 등에 공동행동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20대를 위한 정책을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묻는 질의서를 발송하고,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들을 캠퍼스에 초청해 청년정책 토론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20대의 정책을 얼마나 수용하고 있는 지 대학생들에게 공개하고, 이를 기준으로 투표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정책을 수용한 정당이나 후보들과는 협약식을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각 대학들이 위치한 지역으로 전입신고를 해서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역의 대학에 대한 정책을 내놓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고, 이를 통해 ‘학자금 이자조례 제정’이나 ‘시도립 기숙사 건립’ 등의 정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올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30%선에 머물러왔던 20대의 투표율을 ‘88만원 세대’라는 호칭에 맞게 88%까지 높이겠다는 당찬 계획을 내걸고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투표참여를 선언하는 30만 댓글운동을 벌이고, ‘대학생 정치참여 권리선언 대회’도 열고, 전입신고를 통해 선거구 내 대학생 유권자의 수를 높이고, 전국 주요 대학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운동도 활발하게 전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출처 :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rank%3D9

이런 유권자 운동뿐만이 아니라 직접 선거에 출마하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지방선거에 직접 출사표를 낸 20대의 선언이 줄을 잇고 있어 4월 11일까지 선관위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20대 후보자는 26명입니다. 이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전과 다르게 20대들이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준비하고 있어 선거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그동안 우리 젊은이들은 정치에 실망하고 냉소적인 태도로 정치를 바라봤습니다.

그들은 극심한 경제난과 취업난 속에서 미래에 희망을 갖지 못하고 불안에 떨며 방황하고 자포자기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 젊은이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고, 지금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방황이나 자포자기에 머무르지 않고 일어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얼마 전 스스로 고대를 퇴교한 김예슬양의 비통하면서도 울분과 절규에 가득 찬 대자보에 대학생들의 관심이 폭발되고 뒤따라서 자퇴 선언을 하는 학생들이 나타난 것을 보면 현재 20대들의 분위기가 어떠한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들은 이제 암담한 현실에 대한 절규를 넘어서서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른 세대뿐만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선거는 그들의 권익과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선거를 통해 정책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교육제도를 바꾸고,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사회변혁이 어렵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것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지자체를 변화시키고, 정치를 바꾸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법을 찾고자 뭉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뭉친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개혁을 시작하고 자신들의 현실을 바꾸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보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그 울림이 천둥이 되어 6월의 선거를 통해 꿈과 희망의 미래를 개척해 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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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반절도 지났는데 아직 봄을 느끼지 못하겠네요.

지독한 꽃샘추위 때문에 강원도에서는 다시 얼음이 얼고 고드름이 열렸답니다. 여의도에 벗꽃이 피었지만 지독한 추위 때문에 꽃구경할 여유도 없습니다. 

벗꽃이 외면 당하는 여의도 벗꽃길.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4&aid=0002281840

게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을씨년스러운 뉴스들은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꽁꽁 얼어 붙게 하고 있습니다.  

위기관리의 문제점을 드러낸 천안함 사건으로 한동안 총체적 국가 위기상황이 전개되더니 인양 사진의 공개 여부와 사건의 진상을 둘러싸고 한동안 지난한 공방이 예상되고, 그 결과가 언제 어느 순간 폭풍이 되어 온 나라를 강타할지 모릅니다.

그 사이 일본은 슬그머니 독도 문제로 시비를 걸어 오고 있습니다.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가 30일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하고, 하토야마 총리는 공식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언급하고, 여기저기서 그 주장이 펼쳐지고 있어 우리 마음을 얼어붙게 합니다.  

한동안 주요 쟁점이었던 '세종시'와 '무상급식' 문제는 여전히 수면 아래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고, 쉴새없이 터져 나오는 교육계의 비리는 이 나라 교육이 교육자에 의해서 운영되는지 범죄자들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는지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만듭니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MBC의 인사 문제에 대해 "큰 집으로 (김재철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는 발언으로 정부의 방송장악 야욕이 얼마나 심각하고 저급한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현실을 알게 해줬고,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뇌물수수 재판은 1라운드에서 검찰이 패배하더니 새로운 건수를 가지고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 산하 기관장인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의 해고에 대해 1심에서는 위원장 손을 들어줬다가 2심에서는 문화부 손을 들어주고,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대해서는 1심에서는 문화부 손을 들어줬다가 2심에서는 김관장의 손을 들어주는 등 일관성 없는 판결로 문화예술계에 혼란을 가중시키더니, '회피 연아' 동영상을 유포한 네티즌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서 온라인 세상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습니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 ‘현 정권에 비판적인 스님을 강남 부자 절에 그냥 놔두면 되겠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정권초기의 불교탄압 논란에 이어 권력 핵심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사안이라 불교계와 정권 사이의 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4대강 사업은 천주교 주교회의에 이어 불교 조계종과 수많은 종교인, 문화인, 환경단체, 시민들의 반대가 점점 거세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팔당에서 '생평화미사'를 봉헌하는 천주교 사제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2&aid=0001959477


이 중 많은 사건들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의 정책 추진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불관언의 자세로 여전히 소명 의식에 가득 차서 그 정책들을 밀어 붙이고 있습니다. 

'살얼음을 밟듯 위태로운(如履薄冰)' 오늘의 현실, 이 지겨운 꽃샘추위는 언제나 끝날까요? 

하늘이여

하늘의 포악한 위세
땅에 펼쳐졌구나
하는 일마다 간사로워
언제나 그치려나
좋은 계획 따르지 않고
나쁜 것만 도리어 따르는구나
(중략)
안타까워라, 계획을 행함이여
성현의 길 아니고
원대한 계획 본받지 않는구나
오직 눈앞의 말만 듣고
오직 눈앞의 말만 다투는구나
집짓는 일, 지나가는 사람과 의논하는 것 같아
시작해도 아무것도 이루어지 못하리라
(중략)
사람들은 하나만 알고
그 밖의 것은 알지 못하는구나
두려워하고 조심하기를
깊은 못에 임하는 듯 하고
살얼음 밟는 듯이 조심하여라

 『시경』 소아 편, <소민(小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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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앞바다에서 반토막 난 천안함 사건으로 온 나라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하루하루 슬픔과 분노와 충격의 폭풍이 나라를 뒤덮고, 날마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수많은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고, 국회를 열어 긴급 현안 질의를 벌였지만 진실은 여전히 짙은 안개에 쌓여 있습니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3192308

오늘 열린 국회에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내부 폭발과 암초 충돌의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답했습니다. 포탄은 발포되지 않으면 안전장치가 풀리지 않으며, 유류 사고의 가능성도 거의 없고, 사고 지점에는 암초가 없으며, 암초와 충돌해서 배가 두 동강 난 사례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함정이 낡아서 '피로 파괴'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지난 2월의 정비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고, 지금까지 '피로 파괴'된 함정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럼 외부폭발 가능성이 남는데 기뢰와 어뢰를 비교하자면 우선 천안함의 절단면이 C자형인 걸 봐서 어뢰 폭발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이 매우 적지만 연계가능성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는 애매한 답으로 혼란을 키웠습니다.

속초함이 새떼를 오인사격했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레이더에 잡힌 미확인 이동목표를 사격했다는 것이고,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이나 교신일지 등을 전면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군의 작전활동을 적에게 노출키기 때문에 부분 공개할 수밖에 없으며, 함미의 발견이나 구조함의 도착이 늦었고 구조 장비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결국 우리 군은 천암함이 왜 반토막이 났는지 아직 모르지만 초기 대처도 잘했고, 구조작업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토록 공개하라고 아우성인 생존자들의 '증언'이나 '교신일지'를 철저한 보안 속에서 분석한지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원인을 밝히지 못하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변합니다.

그런데 왜 군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국민들 가슴에는 분노와 슬픔의 쓰나미가 몰려 올까요?  

젊은 해군 병사 46명의 실종 때문입니다. 새파란 젊은 생명들이 바닷속에 수장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 각 한 각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서 울부짖는 가족들의 고통을 온 국민이 함께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군 전우로 알려진 김덕규씨가 지난 3월 29일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이 누리꾼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폭풍우 이는 차가운 해저에서 희미하게 꺼져가는 전우들의 생환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절규하는 그의 외침은 저마저도 울리고 말았습니다.
 

[전문] 7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



772 함(艦)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

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 함 나와라

가스터어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

디젤엔진실 장진선 하사 응답하라


그대 임무 이미 종료되었으니

이 밤이 다가기 전에 귀대(歸隊)하라.


772함 나와라


유도조정실 안경환 중사 나오라

보수공작실 박경수 중사 대답하라

후타실 이용상 병장 응답하라

 

거치른 물살 헤치고 바다 위로 부상(浮上)하라

온 힘을 다하며 우리 곁으로 돌아오라.


772함 나와라


기관조정실 장철희 이병 대답하라

사병식당 이창기 원사 응답하라


우리가 내려간다

SSU팀이 내려 갈 때까지 버티고 견디라.


772함 수병은 응답하라

호명하는 수병은 즉시 대답하기 바란다.


남기훈 상사, 신선준 중사, 김종헌 중사, 박보람 하사, 이상민 병장, 김선명 상병,

강태민 일병, 심영빈 하사, 조정규 하사, 정태준 이병, 박정훈 상병, 임재엽 하사,

조지훈 일병, 김동진 하사, 정종율 중사, 김태석 중사, 최한권 상사, 박성균 하사,

서대호 하사, 방일민 하사, 박석원 중사, 이상민 병장, 차균석 하사, 정범구 상병,

이상준 하사, 강현구 병장, 이상희 병장, 이재민 병장, 안동엽 상병, 나현민 일병,

조진영 하사, 문영욱 하사, 손수민 하사, 김선호 일병, 민평기 중사, 강준 중사,

최정환 중사, 김경수 중사, 문규석 중사.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전선(戰線)의 초계(哨戒)는 이제 전우(戰友)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命令)이다.


대한민국을 보우(保佑)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아직도 작전지역에 남아 있는

우리 772함 수병을 구원(救援)하소서


우리 마흔 여섯 명의 대한(大韓)의 아들들을

차가운 해저(海底)에 외롭게 두지 마시고

온 국민이 기다리는 따듯한 집으로 생환(生還)시켜 주소서

부디

그렇게 해 주소서.




출처 :
"마지막 명령이다,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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