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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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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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1.05
    추운 겨울날 , 아들을 군대에 보내며 (94)
어제, 아들을 군대에 보냈습니다. 

전부터 군대는 빨리 갔다 오는 게 좋다고 얘기를 했더니 마음 속에 담아 두었다가 대학교 1학년 말에 스스로 신청을 하더군요. 보름 동안 거의 매일같이 친구들과의 환송회로 바쁘더니 그제 밤에는 머리를 빡빡 깎고 들어 와서 "아빠, 어때요?"하고 깎은 머리를 보여주더군요.

"와, 우리 아들 잘 생겼다!"

하는 아빠의 대답에 멋적게 씩 웃으며 자기 방에 들어가 코를 골며 자는 아들의 모습이 웬지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어제 아침,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아침 밥상에서 "이제 이 맛있는 엄마 밥을 당분간 못 먹겠네요"하며 맛있게 밥을 먹는 아들의 모습은 무척 어른스러워 보였습니다.

아들과 엄마와 함께 의정부로 향했습니다. 

<306 보충대>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군 부대 안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녹지 않은 눈길을 한참 걸어가려니 유난히 추위가 느껴지더군요.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생긴 부대 입구에 수많은 입영자와 가족들이 모였습니다. 국민의례를 하고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지키는 영광에 살았다......"는 군가를 합창할 때 웬지 가슴이 울컥하더군요. 

사실 전 젊은 시절 몸에 병이 있어서 방위 4개월 하다가 중도 탈락한 사람이기 때문에 군 생활에 대한 경험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떤 군가도 저에게 추억을 주거나 특별한 의미로 다가 온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내 아들이 앞으로 매일 저런 군가를 부르며 지낸다고 생각하니 곡조와 가사 하나나하가 새롭게 다가 오더군요. 

대대장의 짤막한 인삿말 끝에 가족과 헤어져 부대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엄마는 내내 아들의 손을 잡고 아쉬워하더니 아들이 운동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눈물을 보이더군요. 절대 울지 않고 웃으며 보낸다고 아들하고 약속했다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 엄마의 마음을 아들은 알고 있겠지요. 



내가 잘 모르는 세계로 첫 발을 내딛는 아들의 모습은 제게 묘한 기분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더욱이 남북 관계가 갈수록 불안해지는 시기라서 괜한 걱정이 들 때면 가슴이 조여오기도 하더군요. 제발 저 젊은이들이 동족 젊은이들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습니다.

"전쟁이 나면 저런 어린애들만 총알받이로 죽는 것 아녀? 저 애들이 뭘 안다고 죽어야 돼?"

손자를 보내는 어느 할머니가 큰소리로 외치더군요. 엄마 역시 전쟁을 상상만 해도 겁이 나는 모양입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제발 전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빌 뿐입니다.    

집에 돌아와 텅빈 아들의 방을 보니 비로소 아들의 빈자리가 실감이 났습니다.

엄마는 새벽까지 잠을 못이루며 뒤척이더군요. 저 역시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아들의 빈 방을 바라보며 이 글을 씁니다. 우리가 따뜻한 집에서 보내는 동안, 아들은 낯선 밥을 먹고 낯선 사람들과 낯선 숙소에서 잠을 자고 있겠지요. 오늘부터 차가운 겨울 바람 아래 눈밭을 뒹굴며 고단한 훈련병의 생활이 시작되겠지요. 잠꾸러기 아들이 새벽 기상 시간에 잘 적응이나 할 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아들에게 보냅니다.  
 
아들아,

아빠에게는 아직도 철부지 어린이로만 생각되던 네가
어느새 성년이 되었구나. 

이제 비로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네가 자랑스럽다. 
 
넌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응력이 뛰어나니 
군 생활도 즐겁고 씩씩하게 잘 해내리라고 믿는다. 
 
네 인생의 소중한 한 고비,
너의 꿈을 향한 도약의 세월이라 생각하고 
늠름한 청년이 되어 다시 만나자~

널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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