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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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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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11.25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14)
  2. 2010.11.18
    '천안함 사건' 재조명한 '추적60분', 장하다! (19)
  3. 2010.11.08
    술과 시와 자연을 사랑한 시인, 도연명 (20)
  4. 2010.11.03
    왜 나는 행복하지 못할까? (19)
헬렌 니어링(Hellen Nearing)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Loving and Leaving the Good Life)」을 읽었습니다.



헬렌 니어링은 1904년 미국 뉴저지의 중산층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나 예술을 사랑하고 신비주의 성향을 지닌 부모 슬하에서 아름다운 소녀로 성장했습니다. 음악과 문학적 재능을 타고난 헬렌은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의 꿈을 안고 열여섯 살에 유럽으로 건너갑니다.

그곳에서 젊은 인도 철학자 크리슈나 무르티와 만나게 된 헬렌은 그와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유럽과 인도, 호주를 오가면서 6년 동안 이어진 그들의 열렬하면서도 정신적인 사랑은 크리슈나의 동생이 죽은 뒤 서서히 빛을 잃게 됩니다. 그 뒤 크리슈나 무르티는 '세계의 영적 교사'로 이름을 떨치게 되고, 헬렌은 사랑의 상처를 안고 미국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다가 스물네 살인 1928년, 운명의 남자 스코트 니어링(Scott Nearing)을 만납니다.

스코트 니어링은 부유한 광산업자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자본주의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반전과 사회주의 운동의 기수로서 당시 미국의 주류 사회에서 배척당하던 지식인이었습니다. 대학교수였던 그는 대학에서 거듭 해직되고, 가정적으로도 부인과 이혼하기 직전이었고, 스물한 살이나 나이가 많은 중년의 남자였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완벽한 이상형을 발견한 것입니다.
 

군중보다 한 발짝 앞으로 나가면 지도자가 된다. 두 발짝 앞서면 방해꾼이 된다. 세 발짝 나가면 미친 사람으로 의심을 받는다.-스코트 니어링 



군중보다 세 발짝 쯤 앞에 나가 미친 사람 취급을 받으며 고립되었던 스코트는 헬렌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1932년 두 사람은 가난한 뉴욕 생활을 청산한 뒤, 버몬트 숲에 터를 잡고 낡은 농가로 이주하여 직접 농작물을 기르고 돌집을 짓는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탁월한 경제학자이자 사회주의자이며, 교육자이자 생태주의자인 스코트는 스스로의 생각을 삶으로 실천한 보기 드문 사람이었습니다. 다음은 헬렌이 본 스코트의 모습입니다.

그이는 여러 면을 지니고 있었으며, 상반되는 자질로 가득 찼다. 그이는 이상주의자였으나 강인하고 실천하는 일꾼, 곧 실천하는 이상주의자였다. 또 타고난 종교인이었으나, 어떤 교회의 구성원도 아니었고 어떤 종교집단에도 소속 되지 않았다. 학식 있는 사람이었으나 땅벌레 같은 농사꾼이었고, 공적인 인물이었으나 은둔자로서 행복해 했고, 명망 있고 우렁찬 웅변가였으나 일상의 대화에서는 말수가 적었다. 그이는 음악을 이해하거나 느끼는 데는 무디었지만 언제나 바이올린을 연습하고 연주하는 내 뒤에 있었다. 학문적인 주제에 관해 간결하고 사실에 바탕을 둔 글을 썼으나, 일상생활에서는 웃음을 머금게 하는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이는 위대하고 포용력이 있는 영혼이었다.-헬렌 니어링


그들은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했고 겨울에 농사를 지을 수 없을 때는 여행을 떠나고 강연을 하고 저술을 하며 지냈습니다. 그들은 문명의 혜택을 받고 자란 엘리트였지만 문명을 배척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배척이 아니고, 사회에 대한 비판과 인생에 대한 성찰 등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데도 충실한 삶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루 중 최소한의 시간만 노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독서와 명상과 여행 등 자신의 내면을 가꾸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손을 이용해 일을 했으며, 게으름을 철저히 경계했습니다. 식사 또한 통밀빵과 생과일, 소금을 안 친 팝콘처럼 가능한 조리하지 않은 음식을 먹었고, 육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이러한 방식은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반세기 동안 병없이 건강하게 생활한 그들의 몸 자체가 증거가 되었습니다. 

삶의 매 순간을 명료한 의식과 치열한 각성 속에서 살아갔던 그들의 사랑은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조화로운 삶'을 평생 실천한 그들의 삶은 전세계적으로 귀농과 채식 붐을 일으켰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이루어 낸 업적보다도 삶을 대하는 그들의 진지성, 그 태도에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다.-스코트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은 100세 되던 해에,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 곡기를 끊어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1983년 8월 24일 아침, 헬렌 니어링은 스코트의 침상에 앉아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나는 그이에게 중얼거렸다. ”여보, 이제 무엇이든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요. 몸이 가도록 두어요. 썰물처럼 가세요. 같이 흐르세요. 당신은 훌륭한 삶을 살았어요. 당신 몫을 다했구요.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세요. 빛으로 나아가세요. 사랑이 당신과 함께 가요. 여기 있는 것은 모두 잘 있어요.”


마치 동양 어느 고승의 죽음과도 같은 모습으로 남편이 떠난 뒤, 헬렌은 하늘에 있는 스코트에게 마지막 편지를 썼습니다.


사랑하는 스코트,
우리는 50년 동안 사랑과 동지애 속에서 같이 살아왔습니다. 결혼 생활은 결코 그 사랑의 본질이 아닌 듯합니다. 우리는 관심과 목표와 행동이 일치하는 두 사람으로서 함께 연결되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면서 또한 함께 해온 많은 것들을 좋아했습니다. 지적이고 훈련된 당신의 소양은 나보다 훨씬 위였고, 기술은 더 뛰어났으며, 경험도 더 넓었지만, 우리는 만나서 당신이 나의 부족한 능력을 뛰어넘도록 이끌어준 이해와 협력의 바탕 위에서 같이 일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신비로운 작용으로 평등하게 되었고, 우리로 하나의 삶을 살았습니다. 감사드려요, 그리고 영원히 당신에게 최상의 찬사를 보냅니다.


헬렌은 이 책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몇 년 후인 87세 무렵에 썼는데, 그들이 쓴 다른 책들과 달리 평생을 함께 한 두 사람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녀의 예술적이고 문학적인 글들은 그들의 사랑을 한층 아름답고 숭고하게 만들어줍니다. 그 사랑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둘 중 누구도 상대방을 소유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랑은 서로를 마주 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쳐다 보는 데에 있다"고 말한 생텍쥐베리의 말을 이들은 평생에 걸쳐 실천했습니다.



헬렌 니어링은 남편과 같은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고자 했지만, 불행히도 그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92세가 된 1995년 9월 17일, 차 사고로 인해 그녀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명예와 돈과 권력과 수많은 욕망을 쫓는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그들의 삶은 매우 독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산업주의 체계와 그 문화의 야만성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스코트와 헬렌이 평생을 함께 한 ‘땅에 뿌리박은 삶’은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또 그들이 실천한 삶의 방식과 죽음에 대한 태도, 남녀의 경계를 뛰어 넘은 동반자적 사랑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이 문명의 산소호흡기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저는 금욕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채식주의, 명상, 자연, 노동 등의 단어는 제가 참으로 좋아하고 꿈꾸는 말들이지만 막상 몸으로 실천하기에 너무나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들입니다. 이 책은 제가 얼마나 많은 현대 문명의 이기들과 욕망과 소유욕의 노예가 되어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채찍과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헬렌 특유의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따뜻함과 명랑함으로 저의 몸과 영혼을 어루만져 줍니다.

저는 이 책을 닫으며 죽어가는 스코트의 머리맡에서 헬렌이 불러 주었다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옛노래를 소리내어 읊조리는 것으로 그들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 대해 경의를 표했습니다.

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네 심장에 여름날의 온기를 간직하라.
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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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추적60분>「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편이 방송 여부 때문에 제작관계자를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올라 쏟아지기 직전'까지 가게 한 끝에 결국 어제밤 방송됐습니다. 

첫 장면은 포항공대 강연장. 윤덕영 전 천안함 합동조사단장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설명과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으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현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포문을 엽니다.


출처 : http://bric.postech.ac.kr/myboard/read....fe000692


이어서 제일 먼저, '물기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초병들이 들었다는 '쿵' 소리, 뭔지 모를 하얀 섬광, 좌우현 견시병의 물기둥을 못봤다는 증언 등을 통해 섬광을 물기둥이라고 봐야할 근거가 희박한 점을 지적합니다. 이어서 천안함 침몰사고 당시 사고해역이 잘 보이는 또 하나의 남쪽 초소가 있었는데, 그 곳에 있던 초병이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는 증언도 중대한 의문점으로 제기합니다.  

제작진은 또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 좌표와 TOD(열상관측장비) 영상 분석을 토대로 침몰 시각으로 최종 판단한 오후 9시22분에 천안함이 북서쪽으로 항진 중이었다는 사실, 최초의 폭발지점과 나중의 폭발지점이 다른 점 등을 들어 폭발원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폭발원점이 정확하지 않다면 모든 조사결과가 처음부터 다시 뒤집어지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의문은 심각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KNTDS 상황실에서는 사건이 발생하면 그 당시까지의 영상본을 별도로 보관을 하는데, 그것을 몰랐다가 나중에 알았다? 이거는 글쎄요.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라는 군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국방부가 천안함의 핵심정보를 축소·은폐했을 수도 있다는 암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어뢰추진체에서 검출된 '흡착물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제작진은 정기영 안동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에게 어뢰 부품에서 발견된 흡착 물질의 성분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분석결과 이 물질은 100도 이하의 온도에서 발생하는 ‘비결정성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AASH)’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합조단이 지난 9월의 보고서를 통해 폭발을 통해 형성되는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Alxoy)’이라고 한 발표를 뒤집는 것입니다.

'비결정성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 비결정성 알루미늄산화물.....' 생소하고 혼란스러운 화학 용어들이 난무하는 국방부와의 토론 장면은 폭발에 의해 생긴 물질이 아닌데, 국방부가 침몰 원인과 무리하게 연결지으려고 과학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

제작진은 그 외에도 프로펠러의 휘임 현상, 공개하겠다고 했던 천안함의 무기들을 해군에서 이미 '피폭처리'했다는 놀라운 사실 등을 밝혀냈습니다. 사건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무기들을 폭파시켜 없애버렸다는 사실 또한 은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 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특히 제가 주목한 점은 제작인의 의문 제기 방식입니다.

제작진은 결론을 내세우지 않은 채 치밀한 자료 검토, 과학적 분석, 현장 검증, 관계자의 증언 등 오랜 시간에 걸쳐 합리적인 해답을 구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와 진지하고 날카로운 공방을 벌였습니다. 천안함 진실을 향한 제작진의 노력과 신념과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조사단과 국방부 측은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이며 이념적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미 조사가 끝났으니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은 조사단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과학적 분석이 거짓인지, 어뢰의 존재가 허구인지, 여전히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모두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의도로 의문을 제기하는 걸까요? 만약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전 그들의 문제 제기에 반대할 것입니다. 천안함 문제를 정치와 이념의 도구로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천안함 문제의 핵심은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 진실게임은 이제 시작입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는 밝혀져야 합니다. 천안함 사건이 허위와 날조로 점철되어서는 안됩니다. 서해 바다 속에 수장된 푸른 넋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도 천안함의 진실은 남김없이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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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도 사랑하는 시인을 소개합니다.

도연명, 그는 지금으로부터 1600년 전쯤 중국의 동진이란 나라에 살았습니다. 하급 귀족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어려서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가난하게 살았지만 글을 좋아했습니다. 입신출세하려고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급제를 못한 채 29살 무렵에 처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 지방의 하급관리로 벼슬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출처 : http://pppfc.tistory.com/391


그후 13년 간 5번이나 집을 떠나 떠돌면서 지방의 벼슬살이를 했지만 부패하고 어지러운 관리 생활이 전혀 그의 기질에 맞지 않았습니다. 평택이란 현의 현령을 할 때 군에서 행정시찰차 지방 관리가 내려오자, 고을 관리들이 관복을 차려 입고 그를 뵈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내가 5두미의 봉급 때문에 몸을 굽히고 향리의 소인에게 절을 해야 하느냐?"고 하며 사표를 던지고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때가 41살 때입니다. 결국 그는 몸에 맞지 않는 관리 생활을 때려치우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기쁨을 노래한 시가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입니다.


<귀거래사>

돌아가자!
전원이 황폐해지고 있는데 어찌 아니 돌아갈소냐.
지금껏 내 마음은 내 몸을 위해 함께 했었는데,
무엇때문에 혼자서 고민하고 슬퍼하는가?
......
......
혼자서 좋은 계절 즐겨 보며,
지팡이 꽂아 놓고 풀뽑기 하고,
동쪽 언덕에 올라 휘파람 불어 보기도 하고,
맑은 시냇물 대하고 시를 읊기도 하네.
자연에 순응하며 살다보면 목숨 다할텐데,
나의 삶, 주어진 운명을 즐김에 의심할 게 무언가!

이 시에 그려진 자연은 청아하고 선명합니다. 짧으면서도 구성과 표현이 정연한 걸작으로 후세의 시인들에게 절창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고향의 전원 생활을 즐기는 댓가로 가난에 시달렸습니다.
 

<걸식>

배고픔이 나를 내몰았지만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
가다보니 어느 마을에 이르러
한 집 문 앞에서 어색한 말투로 말을 건넨다.
그 집주인 나의 말뜻 알아듣고,
먹을 것을 내주니 헛걸음은 아닐세.
얘기하다 서로 뜻이 맞아 저녁 무렵까지 보내니,
술 주는 대로 잔 기울이네
.....


그는 술을 무척 좋아하였고 30대 후반에는 술을 끊으려 결심하기도 하였으나, 결국에는 평생 술과 함께 했습니다. 가난하여 술을 살 수도 없을 정도였지만, 세속의 욕망을 멀리 하고 자연과 더불어 고매한 정절을 지키며 살았습니다.

 
<음주>

사람들의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움막을 지었더니,
시끄럽게 수레나 말을 타고 찾아 오는 이 없네.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그러할 수가 있는가?
마음이 먼 경지에 있으니 사는 땅도 자연 편벽되게 되네.
동녘 울타리 아래 국화 꺾어 들고
어엿이 남산을 바라보노라면
산 기운은 날 저물며 아름답기만 한데
나는 새들은 어울리어 둥지로 돌아가고 있네.
이런 가운데 참된 뜻 있으니
이를 설명하려다가도 문득 할 말을 잊네.


이러한 그도 자식들에 대해서는 학문을 열심히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였습니다. 아들들이 학문에 게으른 것을 탄식하며 수없이 편지를 보내어 경계했으니 제아무리 훌륭한 시인도 자녀를 향한 마음은 범인과 다를 게 없나 봅니다. 저 역시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으로 글을 읽으니 참으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자식을 책망함> 

백발은 양 귀밑머리 뒤덮고
살갗도 다시 실하지 못하네.

비록 아들 다섯 있어도
모두 종이 붓을 좋아하지 않는다네.

서(舒)는 벌써 열여섯이지만
게으르기 짝이 없고,

선(宣)은 열다섯이 되지만
학문을 좋아하지 않네.

옹(雍)과 단(端)은 열세 살인데
여섯 일곱을 알지 못하며,

통(通)은 아홉 살이 되지만
배(梨)와 밤(栗)을 찾기만 하네.

하늘이 내린 운세 실로 이러하니
또다시 술이나 들이킨다오.


부모로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녀들을 볼 때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하늘의 운세를 빗대어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고민하지 않는 넉넉함이 보입니다. 현실적 기준으로 볼 때 그는 실패한 관리요, 무능한 가장이요, 무책임한 아버지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현실에 대해 분노하거나 자책하지 않습니다. 가난으로 인한 현실적 고통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에 순응하며 몸을 맡기는 지혜를 발휘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시인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무릉도원'이라는 이상향을 그려냈습니다.
 

<도화원기>  

진나라 태원 연간에 무릉의 한 어부가 시냇물을 따라 길을 가다가 어디로 얼마나 왔는지 길을 잃었다. 갑자기 복숭아나무 숲을 마주치게 되었는데, 양편 언덕을 끼고 수백 보 넓이의 땅에 잡목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으며, 향기로운 풀들이 싱싱하고 아름다운 위에 떨어지는 꽃잎들이 어지러웠다. 
......
집들이 멋지게 늘어섰고, 좋은 밭과 아름다운 연못이 있고, 뽕나무와 대나무 같은 것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사방으로 길이 뻗어 있고 닭소리 개소리가 들렸으며, 그 속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씨뿌리고 일하는 남녀들의 입은 옷들은 모두가 외계 사람들 같았다. 노인과 아이들도 모두가 즐거운 듯 함께 즐기고 있었다......  


술과 시와 자연을 사랑하며 살았던 그는 나이 6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살았을 때는 명성을 날리지 못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 진가를 발휘해서 그의 시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송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었던 소동파는 '고금독보(古今獨步)의 시인'이라는 말로 그를 찬미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제가 동서고금을 통하여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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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최윤희씨의 자살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행복에 관해 책을 쓰고 매스컴과 수많은 강연을 통해 행복을 설파하던 행복전도사, 온갖 불행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은 듯한 환한 웃음으로 희망을 나누어 주던 분이 병고를 이기지 못하고 남편과의 동반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이의 글과 말을 통해 행복의 희망을 찾았던 수많은 사람들은 실망과 당혹감을 느꼈을 겁니다.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행복, 마침내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병마가 괴롭히자 어느새 목숨을 앗아간 채 저 멀리 달아나버리는 행복. 인간은 정말 행복해지기 어려운 존재일까요?

언젠가 한 방송에서 <당신은 얼마가 있으면 행복 하겠습니까>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습니다. 병원에 누워 있는 신생아들의 머리 위에 움직이는 모빌을 처음에는 1개를 달아놓은 후, 다음에는 2개, 그 다음에는 3개를 보여줍니다.

모빌의 수가 늘어날 때마다 아이들은 방긋방긋 웃으며 적극적인 관심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3개의 모빌을 보여준 후 다시 1개만 보여주자 아이는 금세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만족하는 모빌은 3개가 됐기 때문에, 1개는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너무 부족해진 것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도 드러나듯이 이 세상에 절대적인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행복은 상대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냥 행복하고 싶다면 그 소원은 쉽게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남보다 '더' 행복하고 싶다면 그건 쉽지 않은 문제가 됩니다.

하이코 에른스트의 「왜 나는 행복하지 못한가?」는 이처럼 어렵고 복잡한 행복에 대해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공식, 논문, 심포지엄, 자기계발서, 갖가지 종교까지 두루 동원해 가며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한다.
그런데 그 처방들이란 것이 신기할 만큼 하나같이 어디서 많이 보던 것들이다.
단순소박한 사람의 행복, 세련된 향유의 기술, 수천 년 전부터 있어온 실용철학과 처세술이 우리 앞에 등장한다.
거기에 덧붙여 호르몬이니, 감정이니, 뇌의학이니 하는 과학적인 행복 관리, 즉 행복 테크놀로지까지 생겨났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 마치 행복 이데올로기의 빅 브라더처럼, 어딜 가나 우리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달라이 라마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머리말


돈 많은 부자들은 모두 행복한가요? 권세와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행복한가요? 인기있고 유명한 사람들은 행복한가요? 행복과 성공에 대해 책을 쓰고 가르치는 사람들은 행복한가요? 쾌락주의에 빠져 향락을 찾는 사람들은 행복한가요? 

이 질문에 자신있게 그렇다고 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성공한 사람,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자살을 하고 고통에 빠지고 마약에 의지하는 사례들을 매스컴에서 접할 때마다 우리는 회의에 빠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에 회의와 절망을 느낍니다. 게다가 기쁨을 느끼는 능력을 잃은 사람,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은 더욱 늘어만 갑니다. 수많은 인류의 스승들이 행복에 대해 설파했지만 공허하게 들리기만 합니다. 
 

프로이트는 행복의 가능성을 아주 낮게 보았고, 오히려 인간이 불행해질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과, 정신과 마음의 뒤틀린 모습들에 집착했다.
루소는 “행복이란 두둑한 지갑이며, 솜씨 좋은 요리사이고, 굉장한 소화력을 지닌 것”이라고 정의했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너무 뻔하게 들린다. “행복한 사람의 세계는 불행한 사람의 그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압권은 영국 철학자 A. J. 에이어다. “행복이란 꾸준히 만족스러운 만족이다. 더 나은 설명이 있다면 여러분이 찾아보시오!”
볼테르는 심지어 잔뜩 비꼬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확실한 것을 알고 싶다면 철학자들에게 물어라!”


저자는 심리학, 사회학, 철학, 역사를 두루 섭렵하며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행복의 법칙이 얼마나 위험한지,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알려줍니다. 그와 함께 저자의 깊은 통찰력으로 행복을 얻기 위한 쉽고도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합니다.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와 방법, 자신의 인생을 한 편의 이야기로 바라보고 서술하는 법, 가정이나 일터에서 스트레스와 정보의 함정으로부터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 타인과의 관계 맺기와 용서하고 화해하는 법 등 단순한 ‘행복’을 뛰어넘어 진짜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행복은 살벌한 세상에 맞서는 처방전이나 해독제 같은 것이 아니다. 행복이란 인생의 마땅한 목적지이지만 오직 순탄하고 곧은길만 걸어서는 도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행복은 하나의 프로젝트라기보다는 거기서 나오는 부산물 같은 것, 이를테면 잘 산 인생의 잉여물 같은 것이다. 행복이란, 인생 전체에 퍼져 있는 행복한 순간들을 단순히 합산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현대인에게 행복의 가치와 기준은 너무도 다양해서 주관적으로 측정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불안과 의심은 계속 우리를 괴롭힐 겁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삶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행복’입니다. 영국의 런던타임즈가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을 조사했는데 아주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더군요.
 

1위, 바닷가에서 멋진 모래성을 완성한 어린이
2위, 아기를 목욕시킨후 아기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는 어머니
3위, 멋진 공예품을 완성하고 손을 터는 예술가
4위, 죽어가는 생명을 수술로 살려 낸 의사


행복은 어쩌면 신기루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위의 결과처럼 행복은 의외로 단순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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