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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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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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10.29
    법정스님이 산속에서 ‘사철가’를 불렀다니 (12)
  2. 2010.10.25
    <스웨이>, 사람의 마음은 왜 자꾸 흔들릴까? (23)
  3. 2010.10.22
    술에 취해 공연 못한 주인공, 어찌할 것인가? (20)
  4. 2010.10.20
    '가을의 기도'로 포스팅을 시작하며 (18)

요즘 지방에 다닐 일이 많다보니 고속도로 휴게실의 할인서점에서 4,000원이나 5,000원에 좋은 책을 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얼마 전에도 법정스님의 산문집 <오두막 편지>를 발견하곤 얼른 샀습니다. 하얀 책 표지에 까만 글씨, 붓선으로만 그려진 조촐한 공양 그릇 하나, 마치 스님의 편지 한묶음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강원도 산골, 전기도 들지 않는 깊은 오두막에서 스님은 개울물을 길어다 밥을 해먹고 장작을 패서 불을 지피고 차를 달입니다. 그리고 예불하고 참선하는 틈틈이 책을 읽고 세상을 향해 편지를 썼습니다. 단순하고 충만한 삶을 산 스님이 순수한 정신과 영혼의 언어로 쓴 편지들은 시처럼 아름답습니다.


오두막의 일상을 그릴 때는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우리 사회에 쓴소리를 던질 때는 열정적이고 서슬이 퍼렇고 패기가 넘치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부드럽고 감성적인 어조로 우리의 가슴을 파고듭니다.
 

예불을 마치고 뜰에 나가 새벽달을 바라보았다. 중천에 떠있는 열여드레 달이 둘레에 무수한 별들을 거느리고 있다. 잎이 져버린 돌배나무 그림자가 수묵으로 그린 그림처럼 뜰 가에 번진다. 달빛이 그려 놓은 그림이라 나뭇가지들이 실체보다도 부드럽고 푸근하다.



스님은 이처럼 아름답고 소박한 오두막 생활을 통해 우리를 정화시킵니다. 어지럽고 혼탁한 세속에 발을 담고 살아가는 우리의 눈을 자연과 우주로 넓혀 줍니다.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참된 인간의 모습을 일깨워 주는 엄하면서도 자애로운 스승의 모습이 글 속에 오롯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스님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노래 부르는 스님의 모습이었습니다.
 

별밤 아래서 나는 밤이 이슥하도록 노래를 불렀다. 곁에 들을 사람이 없으니 마음 놓고 18번, 19번을 죄다 쏟아 놓았다. 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즉흥적으로 작사, 작곡을 해서 부른다. 그날 있었던 일을 오페라 가수처럼 노래로 부르고 있으면 아주 즐거워진다. 반주는 시냇물 소리가 알아서 해준다......<뜰에 해바라기가 피었네> 중


이어서 스님이 ‘오두막이 들썩거리도록’ 창을 부르곤 했다는 대목에선 추임새가 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영화 <서편제>를 보고 나서 한때는 입버릇처럼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는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로 시작되는 <사철가>를 불렀다. 한참을 부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슬퍼져서 목소리가 촉촉이 젖을 때도 있었다......



별빛 쏟아지는 산속의 암자에서 독경이나 염불이 아닌 유행가나 창을 목이 터져라 불러대며,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스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저는 너무도 스님이 그리워졌습니다. 이런 줄 진작 알았으면 돌아가시기 전에 불원천리 찾아가서라도 스님과 마주 앉아 밤새도록 판소리를 부르다 올 걸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젖어 들었습니다.


왜 사람들이 아직도 법정스님의 글을 그리워 할까요? 바로 이런 스님의 인간적인 빛과 향기가 우리를 감동시키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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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건대 해롤드 켈리 교수의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합니다.

경제학 수업을 듣는 MIT 공대생들에게 조교가 들어와 교수님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신입강사가 수업을 할 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강사소개서를 주며 수업 후에 평가서를 작성해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을 몰래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강사소개서를 주었습니다.

1. "OOO씨는 MIT 경제사회과학과의 대학원생이다. 그는 다른 대학에서 3학기 동안 심리학을 가르쳐본 적이 있으나 경제학을 가르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6세로 군대를 제대했으며 기혼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마음이 따뜻하고 성실하며 비판적이고 실무에 밝으면서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2. "OOO씨는 MIT 경제사회과학과의 대학원생이다. 그는 다른 대학에서 3학기 동안 심리학을 가르쳐본 적이 있으나 경제학을 가르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6세로 군대를 제대했으며 기혼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마음이 차갑고 성실하며 비판적이고 실무에 밝으면서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두 강사소개서의 차이는 '따뜻하고'와 '차갑고' 단 하나의 단어였습니다. 수업이 끝난뒤 학생들로부터 강사평가서를 받았는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강사를 '따뜻한' 사람으로 소개받은 그룹은 대부분 그를 마음에 들어했고 '친절하다, 타인을 배려한다, 격의 없다, 사교적이다, 인기 있다, 유머감각이 있다, 인간적이다' 등의 단어로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차가운' 사람으로 소개받은 그룹은 대부분 그를 좋아하지 않았고 '자기중심적이다, 딱딱하다, 붙임성이 없다, 화를 잘 낸다, 유머감각이 없다' 등의 단어로 묘사했습니다.

단어 하나에도 생각이 흔들릴 수 있는 이런 심리적 취약성에 대해 심리학자 프란츠 엡팅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진단적 안경'(diagnostic glasses)'을 낀다.

학생들은 소개서를 읽자마자 강사에 대한 진단을 했고, 그 후에는 자신이 쓴 '안경'에 맞지 않는 사실들은 아예 보지도 못한 겁니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은 선입견이나 이미지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에 의해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스웨이(Sway)’- '동요하다, 흔들리다, 지배하다, 권력을 휘두르다' 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거나 판단을 내릴 때 자신도 알지 못하는 심리적인 힘에 흔들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게 바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입니다.



이 책에서는 '스웨이'를 일으키는 여덟가지의 심리적 유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손실회피'입니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손실을 봤을 때 따르는 고통을 훨씬 더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그 경험을 피하려 한다는 겁니다.

두번째는 '집착'입니다. 한번 판단이 내려지면 거기에 강하게 집착하는 일명 '똥고집'을 말합니다. 이 집착은 개인의 선택 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과 같은 국가 단위의 의사결정에서도 작용합니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가치귀착'과 '진단편향'입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취향이 객관적 사실보다 우선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여러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고 남성들에게 설문을 한 결과, 예쁜 여성 사진을 본 남성 참가자들은 '붙임성 있고 침착하며 유머 감각이 있고 사교적 수완이 있는 여성'이리라 진단했습니다. 그보다 인물이 떨어지는 여성의 사진을 본 남성 참가자들은 '내성적이고 대화를 어색해하며 지나치게 진지하고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람일 거라고 진단했습니다. 남성 참가자들은 일단 선입관을 굳힌 다음에는 그 여성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다섯번째는 '피그말리온 이팩트'로 더 자주 불리는 '카멜레온 효과'. 이 단락의 부재는 "가슴이 뛰어서 사랑인가, 사랑이라서 가슴이 뛰는가"입니다. 보통은 사랑에 빠지면 가슴이 뛰지만, 가슴을 뛰게 만드는 상황을 먼저 만든 다음 대상을 만나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마인드 콘트롤과 같은 자기 암시를 통해 긍정적 자기 계발을 하는 것도 이런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여섯번째는 '절차적 정의'. 사람들이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정의와 공정성에 큰 비중을 둔다는 것입니다. 정의에 관해선 제 블로그에서도 얼마전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일곱번째는 '이타중추'와 '쾌감중추'의 줄타기. 조건 없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발적 봉사를 요청하는 것과, 거기에 대해 물질적 보상을 연계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집단동조'. 집단이 의사 결정을 할 때 반대자가 없으면 나서지 않고 동조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집단에는 아이디어를 내고 분위기를 이끄는 '주도자(initiator)'와, 부정적 의견을 내는 '차단자(blocker)'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집단은 차단자를 싫어하지만, 그 차단자가 주도자의 의견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나 집단동조되어 의견이 한쪽으로 편중되는 것을 막아주는 긍정적 역할도 한다는 겁니다.

이 책의 저자인 오리 브래프먼과 론 브래프먼 형제는 순간순간 인간이 선택하는 많은 것에는 이러한 심리적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풍부한 사례분석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을 흔들어대는 '스웨이'의 힘은 개인은 물론이고 인간의 역사와 문화, 정치 상황까지 바꿔버릴 정도로 강력합니다. 이렇게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는 최고의 전략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존재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진단적 안경'으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차분히 ‘대기 시간’을 갖는 것,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결정을 내리거나 선택을 할 때 ‘당사자를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 또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 못지않게 ‘반대자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쉴 새 없이 마음이 흔들리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에 그 선택이 '스웨이'에 이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 있다면, 잘못된 흔들림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와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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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어느 극단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공연 첫날,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공연 1시간 전까지 나타나지 않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집으로 전화를 걸고 사방으로 수소문을 해보아도 도무지 간 곳을 알 길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고 있을 때, 어떤 배우가 자신이 주인공의 대사를 모두 외우고 있으니 대신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단장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으나 어찌됐든 막은 올려야 되겠기에 급히 역할을 바꿔 막 올릴 준비를 했습니다. 드디어 막이 오르고 모두들 숨 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대역배우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배우는 대사 하나 동작 하나 틀리지 않고 주인공의 역할을 아주 잘 해냈습니다. 오히려 선배 주인공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았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박수가 터지고 단원들이 새 주인공을 둘러싸고 칭찬의 말을 나누고 있을 때, 진짜 주인공이 무대 뒤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더니 후배에게 달려가 뺨을 후려갈겼습니다.

고함을 지르며 펄펄 뛰는 그의 말을 종합해보니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전 날, 총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주인공에게 후배 배우가 다가와서 술을 한 잔 하자고 했답니다. 주인공은 평소에 술을 무척 즐기던 터라 두말없이 따라갔답니다. 

그들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마셨는데, 이야기는 주로 주인공 연기에 관한 것이었답니다. 그는 후배가 선배의 연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비평하는 게 화가 나서 술을 자꾸 마시고, 술에 취한 그들은 서로 다투었답니다. 

그러자 후배가 죄송하다고 하며 자기가 2차를 사겠다고 했답니다. 그는 후배와 함께 2차를 가서 화해한 뒤, 곤드레만드레 취하게 마셨답니다. 그리고  나서 3차를 가는 동안에 그는 점점 정신을 잃어 갔답니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깨어보니 이미 공연 시간이 지났고, 어딘지도 모르는 낯선 여관방에 드러누워 있더랍니다. 허겁지겁 택시를 잡아타고 달려 왔으나, 이미 공연은 시작되고 있었답니다. 그는 객석에 앉아서 울분을 삼키다가 공연이 끝나자마자 무대 뒤로 달려 온 겁니다. 그는 후배를 가리키며 "저 놈이 계략을 써서 내 자리를 뺐었다!"고 울부짖는 것이었습니다.

모두들 선배 주인공을 진정시키고, 후배 주인공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대본을 받아든 때부터 주인공 역할이 자기에게 오리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러나 배역 발표를 하는 날, 보잘 것 없는 역할이 자기에게 맡겨지자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답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을 했답니다. 그의 역할은 잠깐 나오기 때문에 하루종일 남의 연습을 지켜보는 게 일이었답니다. 그는 연습하는 동안 선배의 연기를 열심히 지켜 보았다가 연습이 끝난 뒤 혼자 남아서 연습해 보았답니다. 그러기를 두 달 내내 계속하는 동안, 그는 선배보다 주인공을 더 잘해낼 자신이 생겼답니다. 

총연습이 끝나는 날, 그는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답니다. 그는 선배의 연기에 대해 평소 자기가 느낀 점을 이야기했답니다. 그러자 선배가 화를 내며 후배가 건방지다고 따귀를 때렸답니다. 그는 사과를 하고, 주머니를 털어서 술을 샀답니다. 그러나 그는 다음날의 공연이 걱정되어 술을 마시지 않고 술상 밑에 있는 접시에 부었답니다. 

술에 취한 선배는 집으로 가려하지 않고 3차로 끌고 갔답니다. 그는 술을 마시면서 선배가 술에 취해 내일 나오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건 사실이라고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선배를 여관에다 모셔 놓고 집으로 돌아왔을 뿐, 그 외의 다른 행동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은 팽팽히 맞서서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어려웠습니다. 

단장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단원들에게 의견을 구했습니다. 그러자 단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게 갈렸습니다.
 
1. 아무리 공연에 참가하지 못했더라도 고의가 아니니 그동안의 경력을 참작해서 선배 배우에게 계속 주인공을 맡겨야 한다.

2. 주인공을 맡은 사람이 공연을 앞두고 남이 술을 사준다고 술에 취해 공연에 늦은 것은 배우로서의 자세가 잘못된 것이니 후배에게 주인공을 시켜야 한다.  

3. 두 사람 다 조금씩 문제가 있지만 공연은 계속해야 하니 두 사람을 교대로 주인공으로 출연시켰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는  제가 조금 윤색을 하긴 했지만 어느 단체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결론을 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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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가 끝날 때까지 당분간 블로그를 중단한다고 했는데, 행사 끝나고 심한 몸살 감기를 앓는 통에 20일이 넘게 블로그를 쉬었네요. 그동안 보내주신 관심과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스킨도 새로 손질하고,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로 포스팅을 시작합니다.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김현승


출처 :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1009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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