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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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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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0.09.27
    전주세계소리축제 관계로 블로그 쉽니다. (37)
  2. 2010.09.20
    명절 스트레스 날려버리는 특효약, 배려 (8)
  3. 2010.09.16
    '일하며 도통하자'는 어느 백정의 가르침 (10)
  4. 2010.09.13
    이윤기 선생과 미국 대평원 여행에서 본 것 (8)
  5. 2010.09.10
    공정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14)
  6. 2010.09.06
    천둥 같은 목소리로 '우르릉천둥이 말하다' (6)
  7. 2010.09.02
    신비하고 강렬한 불멸의 '그녀', 동굴의 여왕 (11)

명절 잘 쉬셨나요?

폭우로 범벅이 된 한가위였지만 오랫만에 가족들이 만나 차례도 지내고 정담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겠지요. 

전 저희 집에서 차례를 지낸 추석 날 빼고는 <전주세계소리축제> 관계로 마음 부산한 연휴를 보냈습니다. 이제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소리축제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오늘 전주로 내려가 10월 5일까지 전주에 머무를 계획입니다. 

개막공연의 총감독으로서 연습과 리허설을 진행하고, 조직위원장으로서 리셉션과 공연과 행사 전반을 살펴보려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런 저런 걱정으로 잠을 설치곤 합니다. 소리축제의 김정수 예술감독님은 며칠 전 꿈속에서 축제가 열렸는데, 관객이 한 명도 오지 않아 울다가 깨어났다고 합니다.

이처럼 축제에 오신 관객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담당자들을 엄청난 엄무에 시달리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답니다. 무릇 모든 예술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축제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관객들이 만족 속에 돌아가게 되면 그 모든 고통과 스트레스는 봄눈 녹 듯 사라지고 행복한 성취감을 느끼게 되지요. 바로 그 느낌을 위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위해 뛰고 있답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소리축제 직원들도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명절도 반납한 채 휴일도 없이 밤늦게까지 뛰어 다니고 있답니다.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쳐 너무도 성실히 축제 준비를 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올해는 전주세계소리축제 10년이 되는 해이고, 제가 위원장을 맡은지 2년차에 개최되는 축제이기 때문에 전북 도민들과 주변의 기대도 많고 그에 따른 부담도 많답니다. 최선을 다해서 행사 진행과 공연 하나하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와 응원보내주시면 저와 함께 소리축제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될 듯 합니다.  

전주에 머무는 동안에는 차분히 글을 쓸 여유가 없을 듯 하여 당분간 블로그에 글을 못올릴 듯 싶습니다. 그대신 온라인의 이웃들에게 '트위터'와 '페이스 북'을 이용해서 짧은 소식을 전할까 합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관련 정보는 아래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찾아 보시면 상세하게 나와 있구요, 제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도 링크 걸어 놓을께요.   

전주세계소리축제 홈페이지
 http://www.sorifestival.com
   
김명곤 트위터 
http://twtkr.com/myunggon



김명곤 페이스북(가입안하신 분은 이 기회에 가입해서 친구 맺어주세요)
http://www.facebook.com/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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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창틈으로 스며들더니 어느덧 추석 연휴가 시작됐네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추석에는 누구나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명절을 앞둔 주부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입니다.

올해는 채소값과 과일값이 많이 올라서 장보기할 때부터 주부들의 가슴은 답답해 집니다. 또 음식 준비, 손님맞이, 설거지, 집안 청소, 선물 보내기 등 주부들을 괴롭히는 '명절증후군'이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 쌓였던 남편에 대한 서운한 감정과 시댁 식구들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서울가정법원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말까지 월별 이혼소송 건수를 분석한 결과, 명절을 전후해서 이혼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추석(10월) 전 달인 9월의 이혼소송이 971건에서 1042건으로 늘었고, 같은 달 협의이혼도 633건에서 667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설날 이후도 마찬가지로 2월에 756건이던 이혼 소송이 3월에 1026건으로 늘어났고, 협의이혼도 497건에서 602건으로 증가했습니다.

명절증후군은 명절을 전후해서 과중한 가사 업무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주부들이 겪는 병증입니다. 심한 스트레스와 피로감, 근육통에서부터 요통, 관절통으로 이어지는 증상이 특징입니다. 어느 척추관절 전문 병원이 주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추석 때 관절이나 허리 통증을 경험했다고 답한 이가 전체의 81%였습니다. 통증의 원인은 ‘전 부치기’가 52%로 가장 높았고, 이 밖에도 ‘설거지’ 32%, ‘음식 만들기’ 29%의 순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주부들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가장들도 명절증후군을 겪는다고 합니다. 선산의 벌초와 관리 문제, 장시간의 귀성길 차량 운전, 명절 음식과 선물과 조카들 용돈 등 특별 경비 마련, 돈 잘 버는 형제나 친척과 비교 당하는 스트레스, 명절증후군을 앓는 아내의 스트레스를 받아내야 하는 스트레스......

이래저래 돈 없고 불안한 서민들에게 명절은 스트레스를 잔뜩 안겨 주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런 날에 그 스트레스를 가시게 하는 특효약은 딱 한 가지, ‘배려’ 밖에 없는 듯합니다.

고생한 며느리나 아내나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따뜻한 말 한 마디의 배려, 상나르기나 설거지와 같은 작은 일이라도 서로 거들어 주려고 하는 배려,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대화는 피하고 서로 덕담을 나누며 헤어지는 배려, 힘든 일을 하는 주부의 어깨나 팔다리를 주물러주는 배려.......

거기에 등 토닥여주기나 다정하게 껴안아주기가 더해진다면 힘들고 서운했던 감정들이 어느덧 스르르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 배려가 넘치는 가족 간의 만남은 명절을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들어 줍니다.

올 추석은 예년 보다 연휴 기간이 길어진 만큼 충분한 배려로 명절증후군을 해소해 보는 건 어떨까요?

좀 더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10월 1일(금)부터 10월 5일(화)까지 전주에서 열리는 ‘시간을 넘는 소리, 세대를 잇는 감동’의 큰잔치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시원한 가족 나들이를 다녀오시는 것도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멋진 방법일 듯 하여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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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者)」<양생주> 편에 어느 백정과 문혜왕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백정이 문혜왕을 위해 소를 잡은 일이 있었다. 그의 손이 닿자마자 어깨를 기대거나 무릎으로 누르는 곳에서 살과 뼈가 발라져 그대로 후두둑 떨어졌다. 칼질이 얼마나 절묘한지 어느 것 하나 음률에 들어맞지 않는 것이 없고, 몸짓 또한 멋진 춤과 같았다.

문혜왕이 감탄하며 “아아, 훌륭하다. 어찌 재주가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는가?” 묻자 백정이 칼을 놓고 대답하였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도(道)'로서 '재주'보다 앞서는 것입니다. 처음 제가 소를 잡을 때는 보이는 게 죄다 소뿐이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나자 소만 보이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요즘 저는 마음으로 소를 만나지 눈으로 보질 않습니다; 감각의 작용은 멈춰버리고, 마음이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일 따름입니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큰 틈을 쪼개고 큰 구멍에 칼을 찌릅니다. 소의 본디 결에 따라 칼을 쓰므로 힘줄이나 질긴 근육에 부닥뜨리는 일이 없습니다. 하물며 큰 뼈에 칼이 부딪치는 일이 있겠습니까?

훌륭한 백정은 1년에 한번 칼을 바꾸는데, 이는 살을 자르기 때문입니다. 보통 백정들은 한달에 한번씩 칼을 바꾸는데, 그들의 칼은 뼈에 닿기 때문입죠. 지금 제 칼은 19년 됐고,그 동안 제가 잡은 소는 수천 마리가 넘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제 칼날은 숫돌에 막 갈아 내온 것 같지 않습니까? 소 뼈마디엔 커다란 틈이 있고 칼날은 얇습니다. 두께가 없는 얇은 것을 틈이 있는 곳에 넣기 때문에 칼을 아무리 휘둘러도 언제나 반드시 여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19년이 지났지만 이 칼날은 방금 숫돌에 갈아놓은 것과 같은 겁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뼈와 살이 엉긴 곳을 만날 때면 저도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럴 때면 조심조심 경계하면서 눈은 그곳을 노려보며, 동작을 늦추고, 칼을 매우 미세하게 움직이지요.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후두둑 뼈와 살이 떨어져 마치 흙이 땅에 쌓이듯 수북하게 쌓입니다. 그러면 칼을 들고 서서 만족스럽게 주위를 한번 둘러본 다음, 칼을 깨끗하게 닦아 잘 간수해 둡니다.”

“오, 훌륭하구나! 나는 백정의 말을 듣고서 양생(養生), 즉 삶을 기르는 방법을 터득했노라.” 문혜왕이 말했다.

장자가 백정의 입을 빌어 우리에게 깨우쳐 주고자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훌륭한 백정은 1년에 한 번, 보통 백정은 한 달에 한 번 칼을 간다고 하는데, 우리는 하루에 한 번 아니 수십 번씩 마음의 칼을 갈아야 할 만큼 노심초사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닐까요? 별것 아닌 '문제(소)'를 앞에 두고도, 이럴까 저럴까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뀌는 것이 범속한 인간의 세상살이 아니겠습니까?

백정은 칼쓰기를 마음에 맡기고 그 자연스러운 운행에 자기 자신을 맡겨 도를 체득했지만, 보통 사람들은 마음 한 자락을 자연의 운행에 맡기고 하루를 살기도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도를 체득한 백정도 살과 뼈가 엉긴 곳에서는 경계하며 미세한 곳까지 마음을 쓴다고 했지만, 정작 도 근처에는 가지도 못한 주제에 욕망에 눈이 어두워 무리하게 허둥대고 덤벙대다가 일이 엉기고 꼬이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습니다.

'마음을 바르게 길러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養生主)', 쉬운 듯하지만 실로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장자의 글은 어떤 일이든 혼신의 힘을 쏟아 지극정성을 다해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일에 몸과 마음의 눈이 열려 도통하는 경지에 다다른다는 희망을 줍니다. 우리는 흔히 도통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수도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일이고, 일반 직업을 가진 생활인과는 거리가 먼 일로 여깁니다.

그러나 장자는 '일 따로 도 따로' 아니라는 걸 우리에게 깨우쳐 줍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치는 모든 일에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마음이 투영되게 되어 있고, 그 마음을 바르게 기르면 도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하며 도통하자!

일하는 것과 도 닦는 것을 하나로 여기며 자신의 일과 직업에 지극정성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마음의 눈이 활짝 열려 삶의 주인이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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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공기가 서늘하게 다가오는 이 아침, 문득 생각나는 분이 계십니다.

지난 8월 27일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소설가이자 번역가 이윤기 선생입니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아주 오래 전인 1990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선생님은 어느 출판사에 편집인으로 계실 때, 무명 연극배우이며 무명 글쟁이인 저의 글들을 모아「꿈꾸는 퉁소쟁이」라는 수필집을 출간해주셨습니다. 

생애 첫 수필집을 만든 저자와 출판인으로 만난 우리는 판소리와 우리말과 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의기투합했습니다. 저보다 다섯살이나 많은 선배셨지만, 동생처럼 허물없이 대하시며 술도 마시고 노래와 판소리도 부르며 종종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책이 나온 얼마 뒤 미시간 주립대학에 비교문학을 연구하러 가시는 통에 한동안 소식이 뜸했습니다. 그러다가 「서편제」가 개봉되고 그 열기가 미국까지 전해지자 선생님의 주선으로 미시간 주립대학의 한국학 대회 행사에 초청 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그곳에서 저와 함께 지내며 겪었던 에피소드가 1999년에 펴내신「어른의 학교」란 수필집 중 <보아야 보이는 것들> 이란 글에 실려 있습니다. 돌아가신 뒤 다시 읽어보니 그분과의 추억에 눈시울이 붉어지는군요.

  

93년 여름, 서편제의 명배우 김명곤이 내가 머물고 있던 미국 중서부로 날아와 통일기원굿, 판소리, 민요판굿 등 아주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준 일이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글은 공연의 성공과 저에 대한 과분한 격려의 말들로 서두를 장식한 뒤, 우리의 여행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공연을 마친 뒤 선생님과 사모님, 아들 가람이, 딸 다희와 함께 봉고차를 타고 미시간에서 시카고, 뉴욕까지 이틀 동안 4천리나 되는 길을 여행했습니다. 비행기로 가면 간단했을텐데 굳이 모텔 방에서 잠까지 자면서 긴긴 자동차 여행을 한 이유에 대해 사실 저는 이해를 못했습니다.

게다가 그때 저는 운전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자동차 여행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굳이 그 길을 택한 이유를 선생님의 글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상당히 토종적인 분위기를 가진 그의 체험에다 미국 중서부 대평원의 어쩐지 막막한 느낌, 한 개인의 경험 속으로 쉽게 편입되지 않을 느낌 하나를 억지로 더해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저에게 새로운 느낌 하나를 더해 주려는 선생님의 깊은 배려로 막막한 미국 중서부 대평원을 '억지로', '신물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제가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걸 '좋은 버릇'이라 칭찬하기도 하고, 엄청나게 큰 스테이크를 준 어느 식당을 '장모집'이라고 이름 짓기도 하며 엉터리 영어로 웨이트리스와 얘기도 나누는 제 모습을 신기한 눈으로 관찰하신 모양입니다. 

......그는 영어를 하기는 해도 유창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그는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동안 50대의 웨이트리스를 친구 삼는 것은 물론, 배를 잡고 웃게 만들기까지 하는 걸 보니, 연기하는 것이 저런 것이구나 싶더군요. 언어 너머에 존재하는 의사소통의 원초적인 수단 같은 것을 깨치지 않은 바에 그러기 쉬운 것 아니지요......

정말 하루종일 가도가도 끝이 없는 평원을 달리는 차안에서 우리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저는 공연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탓에 조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채 조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깨어 있을 때는 선생님이나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 중 저는 잘 기억하지 못했는데, 선생님의 글을 통해 멋지게 되살아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자동차 안에서 내 아들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무대에서 절름발이 연기를 하자면 (다리를) 저는 사람을 잘 관찰하고, 절뚝절뚝 저는 시늉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저는 사람이 어디 흔하냐? 어느날 나는 저는 사람을 관찰할 생각으로 종로 2가에 가서 기다렸다. 그런데 세상에.......저는 사람이 어찌 그렇게도 많으냐?  종로 바닥이 저는 사람 천지로 보일 지경이더라. 큰 수 하나 배웠다. 그런데 저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것이 없게 되고 보니, 종로에 나가도 저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마음에서 멀어지니까 눈에서도 멀어진 것이다. 나는 큰 수를 또 하나 배웠다. 나는 연습 때마다 단원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한다. 보아야 보인다고,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고.....'

김명곤의 메시지는 명약관화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깨어 있자는 것이겠지요. 깨어 있어야 보인다는 것이겠지요.

김명곤의 이야기는 이렇게 계속됩니다.

'.....소리를 하든, 연기를 하든, 연출을 하든, 자기가 하는 일에 깨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 아니다. 나는 직업상 많은 사람들 만나고 다니는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더라. 자기 하는 일에 깨어 있더라는 것이다. 저금하는 놈과 공부하는 놈에게는 못 당한다는 옛말이 있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조금씩조금씩 쌓아가는 전문성, 그걸 무슨 수로 당하겄냐....'

깨어 있는 상태에서 보아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보이는 것은 그 깨어 있는 상태에서 쌓아가야 한다....오하이오 주의 평원을 지나면서 그가 한 이 말이 그 뒤로도 우리 집에서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울리게 됩니다. 내 아들딸에게 김명곤의 말은 한동안 화두 노릇을 너끈하게 하더라구요.

출처 : http://songrea88.egloos.com/3081557
 
사실 저의 평범한 말들은 선생님의 생각과 글을 통해 멋지게 되살아났습니다. 

선생님은 글로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 그 생각을 실천하셨으니까요. 선생님은 '깨어 있는 전문성'으로 번역과, 소설 창작과, 신화학에 관한 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신 분이니 무슨 수로 당하겠습니까?
 
온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파안대소하며 흘러간 노래도 열창하고, 도저한 이야기의 강물 속으로 좌중을 익사시키시던 선생님의 달변과 흥과 신명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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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정사회'란 단어가 화제입니다.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앞으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언급한 뒤, 곳곳에서 '공정사회'란 말이 횡행합니다. 총리-장관 후보자 3명의 낙마와 현직 외교장관의 경질 사건에도 공정사회란 꼬리표가 따라다닙니다. 

'공정'을 우리말 사전에서 찾아보니 '공평하고 올바름'이라 설명되어 있고, 한영사전에는 'Justice' 또는 'Fairness'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Justice 정의란 무엇인가(What’s the Right Thing to Do?)」란 책의 열풍도 만만치가 않네요. 그 책은 정의론 분야의 세계적 학자로 꼽히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학 강의를 발전시킨 책입니다.

하버드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업으로 꼽히는 이 강의에서 학생들은 “정부는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거둬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진실을 말하는 게 잘못된 경우도 있는가?”, “살인이 도덕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는가?”와 같은 까다로운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학생들은 신문에 보도되는 뉴스들이 정의에 대한 다양한 철학이나 사회학의 이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공정한 사회'의 개념에 대해 지난 7일 청와대 대변인이 개념을 설명했더군요.

그에 따르면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회,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사회적 책임을 지는 사회'였습니다. 또 공정한 사회가 이뤄지면 이명박 정부는 無 게이트 , 無 스캔들, 無 매너리즘 즉 ‘삼무(三無) 정권’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정사회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은 다분히 관념적이고 수사적입니다.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할 수가 없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넘어 갈까요?

이 책에도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은 없습니다. 이 책의 목표는 미리 만들어진 해답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이나 독자들에게 무책임하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저자는 미국 사회 내에 자리 잡고 있는 정의롭지 못한 현상들에 대해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먼저 미국 사회의 가치를 규정해온 것은 ‘공리주의’와 ‘자유주의’인데 저자는 공리주의와 자유주의가 다른 가치를 너무 압도적으로 지배하기 때문에 정의의 불균형이 생겼다고 지적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자유시장 경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유시장 사회’로 변화했습니다. 따라서 시장이 요구하는 가치가 공정성과 정의에 바탕을 둔 여러 가치들을 압도했습니다.

이 때문에 상품화될 수 없는 가치나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가치들이 미국 사회에서 경시되고 있다는 점을 저자는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또 미국 사회의 지나친 개인주의가 공동체 의식의 쇠퇴를 가져 오고, 그 때문에 개인과 국가와 공동체 사이에 불균형이 생긴 점도 비판합니다.
 
저자는 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좋은 삶’과 ‘공동선’, 칸트의 ‘정언명령(定言命令·categorical imperative)’ 등을 동원합니다.

이 책의 미덕은 관념적이거나 수사적이지 않고 현실 사회에서 선택된 사례를 간결히 제시하고, 그 논점에 한해서 집중적으로 토론한다는 점입니다. 그 범위 또한 방대해서 소수집단 우대정책, 대리 출산, 낙태, 동성혼, 징집, 지원군 등 사회 전반에서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정의로운 사회'란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하는 사회'라는 뜻입니다.

자, 다시 공정사회로 돌아가 볼까요?

그동안 MB 정부는 4대강사업, 언론악법, 고위 공직자의 부패, 전 정권 기관장들에 대한 강제 해고, 부자감세, 빈부격차의 심화, 공권력 집행과정에서의 인권침해, 과거사 바로잡기 외면, 천안함 의혹, 세종시 문제 등 수많은 이슈들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들과 첨예한 대립으로 일관했습니다.

이 모든 이슈들은 우리 사회의 불공정함에 대한 사례들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자유주의 가치관이 몰고 온 부작용들입니다. 이 문제들에 대한 속시원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에 대한 응급처방으로 '공정사회'란 개념을 꺼냈다면, 최소한 그 사회로 가기 위한 청사진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청사진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면 저자가 독자들에게 질문을 하듯이 최소한 국민들에게 질문을 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통한 저자의 말을 직접 들어 볼까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일반인 사이에서 정의와 공동선에 관련된 질문에 배고픔과 갈증이 있다고 본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윤리적, 도덕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건전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다양한 가치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이를 통해 공공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내야 한다.....
의견 불일치를 받아들이고, 도덕적 분쟁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첫번째 단계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정을 독점하려 들지 말고 무엇이 공정한 사회인지 서로 다른 의견들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그 '도덕적 분쟁'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공정사회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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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곤파스’는 강풍으로 우리를 떨게 하더니 ‘말로’는 천둥과 번개로 떨게 하네요.

마침 「우르릉 천둥이 말하다」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이 있어 천둥소리 들으며 읽었습니다.


늑대와 함께 춤을, 주먹 쥐고 일어서, 수다쟁이, 푸른천둥, 곰이 노래해, 까만물고기, 꼬리의 뿌리, 붉은매, 빗속을 걷다, 흰사슴, 까마귀왕, 미친곰, 푸른늑대, 어디로 갈지 몰라, 겁 안나, 독수리 날개를 펴는 자, 우르릉천둥.....

이름 짓기에는 세계 어느 민족도 따를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인디언입니다. 하기야 제 이름 '명곤(明坤)'도 풀어 쓰면 ‘밝은 땅’이니 우리 이름도 인디언식으로 풀어 쓰면 재미있는 이름이 많을 듯 합니다.

'우르릉천둥(Rolling Stone)' 평생을 인디언 치유자로서의 삶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인디언 치유자는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영적인 힘과 인디언 부족의 비밀을 전수하는 주술사이자 의사이며 영적 스승입니다.

이 책에는 그가 치유자가 되기 위해 걸었던 길, 기도로 악령을 막는 법, 약초요법, 인디언들의 역사, 업보에 관한 이야기, 인디언들이 겪어야 했던 정치적 현실과 미래에 대한 예언 등 그의 영적인 삶이 풍부하게 담겨 있습니다. 

우르릉천둥에 따르면 인디언들은 함께 살아가고 함께 일하고 함께 노래하며 '어머니 지구'와 '아버지 태양'과 '할머니 달'을 모시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백인들의 인디언 말살 행위와 오늘날에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인디언 문화파괴에 의해 인디언 문화는 죽어가고 인디언 정신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우르릉천둥은 우리가 어떻게 이 세상에서 평화를 이룰 수 있는지, 어떻게 환경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천둥 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 평화, 단순한 삶, 자유, 조화와 균형, 어머니 대지....이것은 우르릉천둥을 포함한 모든 인디언들의 독특한 세계관이자 우주관입니다.

이러한 인디언들의 영적인 삶은 1960년대 후반에 일어난  미국의 히피 운동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반전, 반권력, 반공해, 반체제, 자연보호, 생태 등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으며, 그런 분위기를 타고 우르릉천둥은 영적인 스승으로서 미국의 젊은이들 특히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밥 딜런, 존 바에즈, 영화배우 존 보이트,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전 세계 히피들에게 영향을 끼친 록 그룹 '고마운 죽음(Greateful Dead)' 등이 우르릉 천둥에게 영적인 가르침을 받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특히 록 음악의 대부 격이었던 밥 딜런은 우르릉천둥을 만난 후, 히피들의 대부이자 시인인 알렌 긴스버그나 존 바에즈 등과 함께 2년에 걸쳐 '우르릉천둥 리뷰(Roolling Stones Review' 콘서트 투어를 미국 전역에서 가지기도 했습니다. 비틀즈에 맞선 전설적인 팝 그룹 '롤링 스토운즈(Rolling Stones)'도 우르릉천둥을 정신적으로 숭배했다고 합니다.

'백인의 자식들이 인디언 옷을 입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들은 긴 머리를 하고, 구슬을 달고, 머리띠를 할 것이다. 인디언들은 처음으로 진정한 백인 친구를 얻게 될 것이다' 라는 호피족의 예언처럼 히피 운동 이후 인디언과 백인들과의 영적 만남이 활발해졌습니다.

그런데 오래 전에「구르는천둥」이라는 제목으로 동일인에 대한 책이 나왔더군요. 칼 메닝거 재단의 연구원인 더글라스 보이드가 1971년 캔자스 주의 작은 숲 모임에서 구르는천둥을 처음 만나 그의 놀라운 치유의 힘과 깊은 영성에 감동 받아 쓴 책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구르는천둥’ 보다 ‘우르릉천둥’이라는 이름이 더 마음에 드네요.

인간이 한 장소를 더럽히면 그 더러움은 전체로 퍼진다.
마치 암세포가 온몸으로 번지는 것과 같다.
대지는 지금 병들어 있다.
인간들이 대지를 너무도 잘못 대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많은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큰 자연 재해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런 현상은 대지가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 대지 위에 세워진 많은 것들은 대지에 속한 것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신체에 침투한 병균처럼 대지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이물질들이다.
당신들은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대지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시도로 크게 몸을 뒤흔들 것이다.

개발론자들은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려 합니다. 그 결과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와 균형은 무너지고, 오늘날의 지구는 온갖 환경 재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들은 개발이라는 '욕망의 문명'이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입니다.

우르릉천둥의 예언에 따르면 인간들의 탐욕에 의해 자연 재앙이 일어나고, 현대 사회는 붕괴될 것입니다. 새로운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곡물은 자라지 않을 것이며, 기아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그 예언의 징후들은 지금 지구의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암울한 미래에 대한 우르릉천둥의 예언은 사람들이 이기심을 극복하고 모든 생명체가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렇게 바뀝니다.

사람들은 마음과 정신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어머니 지구 위에서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
평화를 원하는 사람이 충분히 많아지면 그때는 평화가 올 것이다.
영적인 사람들이 힘을 합치고, 사물들을 올바른 질서 속으로 되돌려놓으면 그때 예언은 바뀔 수 있다.

우르릉천둥의 모습. 출처 : http://shindonga.donga.com/docs/magazin...40500026

우르릉천둥은 1997년 1월 영혼들의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떠나기 전 그의 40년 동반자였던 사랑스런 아내 ‘얼룩새끼사슴’이 저 세상으로 떠나자 그는 슬픔을 못이겨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술은 그의 당뇨병과 심장병을 악화시켰습니다. 그의 건강이 나빠져 더 이상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그의 가르침을 얻고자 그가 살고 있던 오두막으로 찾아왔습니다.

그중에 우르릉천둥이 죽기 전까지 몇 년 동안, 그의 아내로서 동반자로서 함께 한 ‘카르멘 해뜨는 포프’가 수년 동안 그의 구술을 받아 펴낸 책이 바로 「우르릉천둥이 말하다」입니다. 이 책은 천둥 같은 목소리로 진정한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는 인디언의 영혼과 그의 삶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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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헨리 라이더 해거드의 「그녀」는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줄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L. 호레이스 홀리는 길다란 팔에 기형적이고 추한 외모에 돈도 가족도 없이 사람들에게 따돌림받고 외롭게 살아가는 사내입니다.

고생 끝에 대학을 마치고 연구원 자리를 얻어 평생 책 속에나 파묻혀 살려는 그에게 유일한 친구인 빈시 노인이 찾아와 이상한 제안을 합니다. 자신의 어린 아들을 맡아 기른 뒤, 스물다섯 살이 되면 집안의 비밀이 들어있는 철궤를 보여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밤 빈시는 덜컥 죽어버리고, 엉겹결에 그의 아들 레오를 떠맡은 홀리는 정성을 다해 기릅니다. 그리고 마침내 스물다섯이 된 레오와 함께 철궤를 열자, 그속에는 놀랍게도 레오의 선조와 아프리카 늪지대 어딘가에 숨어있는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신비의 여왕에 대한 글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레오의 선조는 칼리크라테스라는 그리스 혈통의 남자로 이천여 년 전 이집트 이시스 여신의 사제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순결의 의무를 어기고, 자신을 사랑하는 이집트 왕녀 아메나르타스와 함께 달아납니다.

아프리카 동부 해안에서 폭풍을 만나 난파한 두 연인은 어느 바닷가에 도착해 그곳을 지배하는 여왕의 구원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하지만 그 여왕이 칼리크라테스를 사랑하게 되어 비극이 싹틉니다. 여왕은 아무리 유혹해도 아내에 대한 사랑이 흔들리지 않는 칼리크라테스를 죽이고 맙니다.

아메나르타스는 간신히 그곳을 탈출해 그리스로 건너가 아기를 낳습니다. 칼리크라테스와 아메나르타스의 후손은 그 후 복수를 꿈꾸며 유럽일대를 떠돌다 마침내 영국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겁니다.

호기심이 동한 레오는 선조의 흔적을 찾아 탐험을 떠나자고 홀리를 설득한 끝에 선조가 조난 당했던 아프리카 동부 바닷가에 표착합니다.

그들은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가 토인 아마하가 족의 환대를 받습니다. 그들은 추장 빌라리로부터 '만물의 복종을 받는 여인'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토인들과 며칠 지내는 사이 레오는 토인처녀 우스텐의 구애를 받고, 레오도 아름다운 우스텐에게 마음을 엽니다. 우여곡절 끝에 일행은 며칠 뒤에 깊은 동굴로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무려 이천 년 동안 젊음을 유지한 채 살고 있는 '그녀'를 만납니다.

그녀는 바로 선조를 사랑했던 그 여왕이었습니다. 남자라면 누구든 얼굴을 보기만 해도 사랑에 빠질만큼 아름다운 '그녀'는 불로불사의 몸과 수천 년의 지혜를 가지고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남자 칼리크라테스의 환생을 기다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기다리던 존재가 바로 레오였음이 밝혀지고, 여왕은 레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겠노라 제안하며 그의 사랑을 원합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여왕은 신비한 불길에 휩싸여 쭈글쭈글한 원숭이의 모습으로 죽게 됩니다.

출처 : http://sc2.ygosu.com/starlife/%3Fm2%3Dm...best%3DY

1886년에 출간되었으니 120년을 훌쩍 넘은 옛날 책이지만, 이렇듯 한 번 손에 들면 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작가 H.라이더 해거드는 1856년 6월에 변호사였던 윌리엄 해거드와 아마추어 작가였던 엘라 해거드의 10남매 중 여섯 번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남달리 신기한 이야기와 문학에 심취하며 청년으로 성장한 해거드는 1875년에 아프리카 나탈의 부총독인 헨리 벌러 경의 휘하로 들어갑니다. 그 무렵에 남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원주민들의 풍습을 체험하고, 원주민 여성과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물섬」보다 더 재미있는 소설을 쓰겠다는 각오로 쓴「솔로몬의 동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통에 그는 일약 유명해졌습니다. 그후 구체적인 구상도 없이 불멸의 사랑을 간직한 불멸의 여인만을 생각하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최면에 걸린 듯한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이 소설을 써나갔다고 하는데 스토리의 초점은 칼리크라테스와의 못다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이천 년을 동굴에 은거하며 기다려 온 '그녀'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아샤'라는 이름의 그녀는 아름답고 재치있고 명석하며 지혜롭습니다. 한 남자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한 채 자아도취, 엄청난 학식과 지혜, 자연의 힘을 부리는 절대적 능력을 한몸에 갖춘 신비의 여인 아샤는 엄청난 카리스마와 아름다움을 과시하며 매혹과 공포의 상반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영원히 젊고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평범한 여성들이 누구나 꿈꾸면서도 이룰 수 없는 욕망이 그녀에게서 거침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그런 여인이 되고 싶다고 꿈꿀 수도 없고, 남성들은 무의식적 욕망 속에서 그런 여성을 원하면서도 두려워합니다. 이 소설은 특히 강력한 여성 지배자에 대한 남성들의 무의식적 욕망을 통찰력 있게 그려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백인 중심, 남성 중심, 유럽 중심의 문명 세계에 들어가 그 질서를 파괴하고 절대적 권위를 갖는 여성으로서의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그녀」라는 원래 제목보다「동굴의 여왕」이라는 우리식 제목이 더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 즉시 각색되어 연극무대에 올랐습니다. 

또 1899년 멜리에스 감독이 「불의 기둥」이란 제목으로 영화화한 이래 여러 다른 버전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 속에 들어 있는 풍부한 상징성 때문에 프로이트와 융에 의해서 재평가되기도 했습니다. 또 C.S. 루이스, J.R.R. 톨킨, 헨리 밀러, 조셉 콘래드, D.H. 로렌스 등의 뛰어난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작가 스스로도 소설 속에 담긴 거대한 비유의 의미를 모두 이해할 수 없다고 고백한 이 소설은 신비하고 강렬한 불멸의 사랑과 아름답지만 두렵고 무서운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잠재된 무의식을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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