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블로그 이미지
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 2,588,917Total hit
  • 4Today hit
  • 1,545Yesterday hit


며칠 전에 "탐인 정운현의 역사와의 대화 http://tamin.kr/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정운현님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고 답변한 글이 그 분의 블로그에 올랐습니다. 그동안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블로그에 관한 인터뷰는 처음이라 기념 삼아 퍼왔습니다. 답변 내용은 바뀐 게 없고, 그 분이 쓴 글이나 질문 내용, 사진이나 편집 등은 그 분 블로그에 실린 그대로 입니다.


우리 옛 속담에 '늦게배운 도둑질에 날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흔히 늦게 시작했지만 어떤 일에 푹 빠져 지내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죠.
이 말 속엔 부정적인 뉘앙스도 없진 않지만,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러는 사랑을, 더러는 취미를 이렇게 시작하는 분들이 없지 않죠^^  

가로늦게 블로그를 시작한 후 요즘 블로그에 푹 빠져지내는 어떤 이가 있습니다.
그것도 2, 30대 청년도 아니고, 또 이름없는 무명거사도 아닙니다.  
예상을 깨고 전례없는 대히트를 친 '서편제'의 주연배우로는 물론이요,
국립극장장, 문화부장관 등 문화계 고위관료를 지낸 유명인사입니다.
김명곤(57)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김명곤의 세상이야기'(http://dreamnet21.tistory.com/)라는 블로그를 운영중입니다. 지난 5월 3일 첫 글을 올렸으니 시작한 지 아직 채 두 달도 되지 않습니다.
6월 30일 현재 41건의 글을 올렸으니 3일에 2편 씩 쓴 셈입니다.
초보블로거 치고는 대단한 열정입니다. 미쳐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글도 좋습니다. 화려한 경력과 연륜의 무게가 묻어나고 있습니다.
초보 치고는 방문자도 많고, 댓글도 재밌습니다. 한마디로 시끌시끌합니다.

처음 이 블로그의 등장한 후 저는 예의주시를 해왔었죠. 잘 할까? 하면서요.
오프라인의 명사들이라고 해서 온라인에서 꼭 안착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조기에 안착을 하고 그 열정 또한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지난주말에 이메일로 인터뷰 질문지를 보냈더니 오늘 아침 답장이 왔군요.        
답변도 시원시원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블로그를 하고싶답니다.

그럼, 그와의 문답 한번 보실래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편제'에서 배우로 활동하던 시기의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


- 먼저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주요 경력과 가족사항, 그리고 취미나 관심사 등을 자유롭게 소개해 주십시오.

" 자기 소개를 해 본 지가 오래되니 무척 쑥스럽군요. 고향은 전주구요. 연극과 판소리에 미쳐서 젊은 시절을 보낸 탓에 아리랑 극단의 대표도 하고, <서편제> 출연과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고, 국립극장장과 문화부장관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문학과 음악과 공연 예술과 영상 예술을 두루두루 좋아합니다. 남들이 취미로 하는 일들을 직업으로 삼아 살고 있는 행복한 사나이입니다."

-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이왕이면 이것도 좀 자세하게 소개해주시길^^

"우선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조직위원장을 맡아서 9월 23일부터 27일 사이에 전주에서 열리는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구요. 강연을 하러 전국을 떠돌아다니기도 하고, <햄릿>의 한국판 뮤지컬 대본을 쓰느라 머리를 쥐어 뜯기도 하지요. 참, 요즘은 무엇보다 블로그에 푹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
무주 구름샘 마을의 딱따구리 가족들도 잘 있나요?
"지난 번에 가서 사진 찍고 온 뒤로 못 가봤는데요, 마을 아저씨 얘기로는 잘 지내고 있다고 하네요. 정말 보고 싶습니다."

- 밖에 나가면 요즘 호칭을 뭐라고 부릅니까? 아직도 ‘김 장관’이라고도 부릅니까?

"사람마다 다릅니다. 장관, 선생님, 선배, 친구야, 아저씨, 오빠...."

- 문화부장관 시절을 회고할 때 가장 잘 한 것과 가장 아쉬운 것 하나씩을 소개한다면요.

"가장 잘 한 것은 사라져버렸던 전통예술과를 새로 만들고 전통예술진흥 정책 발표하고 예산 만들어 낸 것을 꼽고 싶구요. 가장 아쉬운 것은 '바다이야기' 사건 처리하느라 초반전에 진을 너무 많이 소모한 점을 꼽고 싶네요."

- 참여정부에서 각료를 지내셨는데, 노무현 대통령과의 개인적 일화나 기억 같은 게 있으면 한두 가지 소개해주세요.

"전 그 분의 정치활동과는 인연이 없이 옆에서 지켜만 보는 입장이었습니다. 제가 국립극장장을 하던 어느 일요일, 갑자기 부부동반하셔서 극장에서 창극을 보시고 저녁에 청와대에서 만찬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식사 내내 판소리와 풍물과 민요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지요. 그러고서 얼마 뒤 극장장 임기가 끝나 연극 연습을 하고 있는 데, 청와대에서 연락이 와서 장관 제의를 받은 겁니다. 주변에 정치 동료도 많고 입각을 꿈꾸는 측근들도 많았을 텐데 오로지 자신의 판단만으로 저에게 장관직을 제안하신 그 분의 결단은 두고두고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 노 전 대통령 장례식 때 ‘노제’ 총감독을 맡으셨는데요, 블로그에 쓰신 ‘뒷얘기’를 보니 좀 씁쓸합니다. 혹 더 보탤 얘기가 있으시면 몇 자 언급해주세요.

"전 국립극장장을 할 때 광복 60주년 기념 행사 총감독과 APEC세계정상회의 개막공연 총감독등을 해봤기 때문에 행사 관련 관료들의 비협조와 문제점에 대해 어느 정도 경험이 있었습니다. 참여정부의 행사를 할 때도 힘들었는데, 정권이 바뀌었으니 힘든 건 당연한 일이었겠죠. 어쨌든 모든 난관을 뚫고 노제가 큰 탈없이 진행된 점 모든 분들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때 '노제' 총감독을 맡아 크레인을 올라 타고서 노제 시작에 앞서 "해동조선 대한민국 제 16대 노무현 대통령 복~복~복~"을 외치는 초혼 의식을 하고 있는 김 전 장관


- 장관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행정가라고 생각합니다. 후임 유인촌 장관도 같은 연극배우 출신인데요, 예술인 출신들의 입각을 어떻게 보세요?

"예술인들이 정치인이나 행정가보다 현장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과 인맥이 풍부한 점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장점이 단점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현장의 나무들에 빠져 숲을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예술가 중에 경영과 행정력과 리더쉽을 두루 갖춘 인재가 나와서 장관직을 수행한다면 더 말 할 나위가 없겠죠."

- 대학에서는 독문학을 전공하셨는데, 연극 쪽으로는 어떻게 인연이 맺어졌나요?

"독어과 2학년 시절에 우연히 서울 사대 연극반 연습하는 걸 구경하러 갔다가 연극의 덫에 빠져버린 겁니다."

- ‘서편제’ 이후 전통문화를 테마로 한 대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그런 작품을 하겠다는 제작자나 투자자가 없구요, 액션이나 멜로나 코믹 같은 장르 영화에 비해 아직 장르가 형성되지 않은 테마를 다룰 수 있는 작가가 부족하구요, 임권택 감독님처럼 오랫동안 전통에 천착한 감독도 부족하기 때문일 겁니다. 아, 가슴속에서 슬픔이 솟구치는군요."

- 평소 글을 많이 쓰십니까? 그간 주로 어디에, 어떤 성격의 글을 쓰셨나요?

"연극하기 전엔 열렬한 문학지망생이었습니다. 그동안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열심히 썼구요. 연극으로 벌이가 없을 땐 국악이나 전통문화 관련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구요, 신문, 잡지 등에서 청탁을 받아 간간이 글을 쓰곤 했습니다."

- 기존에 쓰시던 글과 블로그 문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호흡이 짧아지고 흐름을 중요시 하게 되더군요. 지나치게 문학적 수사를 꾸미거나 현학 취미의 문장도 줄어지구요."

- 대박을 낸 번역서도 하나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죠.

"직장을 그만 두고 벌이가 없을 때 모 출판사 선배의 요청으로 이태리 소설가의 <돈 까밀로와 빼뽀네>라는 연작 소설의 영문판을 번역했는데 출판사가 그 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합니다. 물론 저에게는 가장 싸게 책정된 번역료 말고는 국물도 없었지요."

-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노래에 꽂히신 것 같은데, 그 노래의 무엇 때문에 눈물까지 흘리셨나요? 혹 가사 중의 ‘구멍난 가슴’ 같은 사연이라도 있으신지???

"그 노래는 백지영씨나 작곡자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오로지 노래만으로 제 가슴에 들어 와 꽂힌 케이스입니다. 제 개인적 사연과 연관이 되었다기 보다는 대화체의 가사, 짧은 호흡, 시작하는 것 같지 않게 시작했다가 끝나는 것 같지 않게 끝나는 독특한 곡의 흐름, 백지영씨의 음색과 가창력, 하다못해 반주의 적절한 울림까지 모든 것이 제 가슴 속에 들어왔습니다. 그 노래 관련된 블로그의 글 덕분에 작곡가인 방시혁씨를 만나 둘이서 의기투합하여 뮤지컬 작업까지 하게 됐으니 저하고는 참으로 기이한 인연으로 맺어진 노래입니다."

- 블로그는 “탐진강님의 전적인 권유와 가르침과 후원으로 시작한 도전”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이전에는 블로그를 전연 모르셨나요?

"블로그와 홈페이지의 차이점도 몰랐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던 저에게 탐진강님이 직접 등록을 해주시고 블로그의 기초를 모두 전수해 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된 겁니다."

- 직접 해보시니까 블로그 글쓰기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이 살아 숨쉬고, 나도 모르는 공간에서 살아 떠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블로그의 가장 큰 매력인 듯 합니다."

- 블로그 글쓰기를 두고 “나 혼자 수필을 쓰거나,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쓰거나,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를 하기 위해 자판을 두드릴 때는 느끼지 못했던 현상”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인가요?

"미지의 블로거들이나 네티즌들에게 내 글을 띄운다는 설레임,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내 글을 읽고 보내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는 기쁨, 그들과의 따뜻한 소통이 이루어질 때의 행복감...등등 많은 현상들이 생겨났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표작 '서편제' 중의 한 장면. 맨 앞이 김 전 장관이다


- 하루 일과 중에서 블로그 글쓰기는 우선순위 몇 번째 정도인가요?

"일 없는 날은 첫 번째, 일 할 땐 두 번째, 작품 쓸 땐 세 번째."

- 블로그의 글감은 주로 어디서 찾습니까?

"책, 신문, 인터넷, 운전 중, 친구와의 술자리, 아이들과의 대화, 때론 꿈속에서도..."

- <'존나'라는 단어는 욕일까, 욕이 아닐까?>라는 글은 어떤 상황에서 착안하신 건가요?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다가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소재를 얻고, 몇 가지 글에서 자료를 얻어서 쓴 겁니다."

- 블로그를 시작한 지 보름만에 올린 <50대 후반의 컴맹인 내가 블로깅을 해보니>라는 글에서 "늦었지만 시작하기 너무 잘했고, 너무 즐겁다"고 하셨는데, 그 즐거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십시오.

"전 본래 글쓰기를 좋아했는데 남의 청탁 없이, 아무 제약 없이, 쓰고 싶으면 쓰고 쓰기 싫으면 안 쓰고, 내 맘에 맞게 디자인하고 편집한 글을 올린다는 게 너무도 즐겁습니다."

- 블로그 하시는 걸 두고 주변 지인들은 뭐라고 하십니까?

"부러워하고 대단하다고들 하지만 제 또래 지인들 중에 블로그가 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조금 외롭습니다."

- 주변분들 가운데는 블로그 하시는 걸 부러워는 하면서 막상 자신들은 시작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글쓰기의 어려움, 또는 글쓰기의 두려움 아닐까요?"

- 블로그 하시느라고 잠을 제대로 못주무시나 본데요, 하루에 블로그에 얼마나 시간을 쏟으시나요?

"아직 모르는 게 많고 자판 솜씨도 서툴러서 모든 게 느리다보니 어느 땐 서너 시간이 휙 지나가더군요."

- 사진은 남의 것이 많아 보이는데요, 사진 찍는 솜씨는 어떠세요?

"사진, 동영상, 음악 파일...모든 게 서툴러서 부끄럽습니다. 후배들한테 하나하나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 블로그 오른쪽에 보면 ‘링크(link)'가 적지 않던데요, 얼마나 자주 들르세요?

"자주 들러야겠다는 생각에 링크해 놨는데 미안하게도 자주 못들립니다. 이웃 여러분, 미안해요! 사랑해요!"

- 블로그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소통’을 꼽으시던데요, ‘소통’을 해봤더니 어떻던가요?

"너무도 다양한 세계를 가꾸고 계신 블로거들과의 소통은 저를 자꾸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줍니다. 그들과의 소통은 저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 댓글에 답글을 거의 다 다시던데요, 재밌나요, 아니면 그거 귀찮나요?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때로 지나가다 욕설을 하거나 무성의한 댓글을 남기는 분에게까지 답글을 남기기는 힘들더군요."

- 블로그는 언제까지 하실 건가요?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 끝으로, 긴 질문에 답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트랙백 1 AND COMMENT 35

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306)
예술이야기 (55)
세상이야기 (52)
나의 이야기 (57)
책이야기 (50)
신화이야기 (6)
문화이야기 (46)
명인명창이야기 (40)

CALENDAR

«   2018/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