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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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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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방송 '나는 딴따라다'가 아이튠즈의 인기 오디오 팟캐스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나는 딴따라다'는 영화감독 김조광수, 공연기획자 탁현민, 개그우먼 곽현화씨가 출연하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1회의 '마초 vs 섹시컨셉 여성 vs 동성애'에 이어 2회 '황상민의 '쑈'인가? 김연아의 '쑈'인가?', 3회 '정치인의 스타일, 대선 후보의 패션 감각', 4회 '성희롱 없는 섹쉬한 민주주의'로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네티즌들의 뜨거운 인기가 계속될 지 두고 봐야 알겠지만, 나는 방송의 내용보다 '딴따라'라는 말을 방송의 제목으로 내세운 그들의 의도에 주목하고 싶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딴따라'는 연예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의 어원은 영어의 나팔소리를 뜻하는 의성어인 'tantara'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 때는 곡마단 등의 공연을 할 때 관중을 끌기 위해 단원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홍보를 했다. 그 때 행렬의 앞에서는 나팔을 불고 중간에는 단원들이 깃발을 들거나 북을 치기도 했다. 딴따라는 그 때 불던 나팔소리를 본딴 의성어이다.

 

딴따라와 비슷한 말로 '날라리'가 있다. '날라리'는 본디 우리의 전통 악기인 태평소를 일컫는 말이다. 조선 시대의 광대 무리인 남사당패는 날라리를 불면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전국을 떠돌았다. 남사당패는 천민이었기 때문에 날라리를 부는 사람을 깔보며 하찮게 여기다보니 그 악기 이름 자체가 사람을 깔보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국어대사전에는 '날라리'라는 악기에 대한 해설과 함께 '언행이 어설프고 들떠서 미덥지 못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아직도 일부 식자층에서는 연예인들을 '딴따라'나 '날라리'로 낮추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한류 스타나 연예인들의 성공에 대한 얘기가 우연히 나왔는데 나이 드신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그런 현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발언을 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연예인에 대한 관념은 어려서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은 채 놀기나 좋아하고 여자들은 패션이나 화장에만 관심이 있던 '날라리'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딴따라'가 되려면 기획사 사장이나 피디들에게 몸을 바치는 등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 그러다 인기 좀 얻으면 술과 마약에 찌들어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그런 '날라리'들이 청소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영웅이 되고 공인이 되어 설치는 세태에 대해 개탄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또 그러한 '딴따라' 연예인들이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표현했다. 그들은 연예인들이 대중을 지도할 만한 정치적 식견이나 철학이 없는데도 단순히 인기가 있다고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했다. 아마 대다수의 상식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연예인에 대해 선망하는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 그러한 거부감이 깔려 있을 것이다.

 

'나는 딴따라다'는 그러한 편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방송이다. 요즘은 연예인들이 천대 받는 시대도 아니고, 그들의 지성이나 인격이 무시당할만큼 일반인보다 뒤떨어진다는 근거도 없다. 오히려 요즘은 창의력과 지성이 뛰어난 젊은 인재들이 엄청난 경쟁을 치르면서 연예계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또한 연예인 역시 한명의 국민으로서 자신의 소신과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시대이다.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분야에 그들은 서슴없이 참여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들의 참여 방식도 다양해져서 정치적인 성향을 띤 '폴리테이너'와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소셜테이너'를 구분하기도 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직업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 게 당연하듯 연예인에 대한 편견 역시 변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옛시대의 편견에 사로잡혀 연예인을 무시하고 깔보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용감하게 도전장을 낸 '나는 딴따라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딴따라'나 '날라리'라는 단어를 제자리에 올려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에게 응원의 '날라리'를 불고 싶다.

 

(*이 글은 7월11일자 한국일보 김명곤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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