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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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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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 4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엄청난 반향이 일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찬양 일색이다. 이런 인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건 바로 대중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예리한 독설로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 미디어들이 주저하며 건드리지 못하는 문제들을 시원하고 통쾌하게 긁어주고 있는 ‘나꼼수’는 대안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정치풍자는 그동안 케이블이나 라디오에서 종종 다뤄왔다. 하지만 ‘나꼼수’는 다루는 주제부터 형식까지 이전 방송과는 확연히 차별된다. BBK, 무상급식, 청계재단, 반값 등록금, 인천공항 매각, 삼화저축은행, 곽노현 등 현 정권과 관련된 어두운 사건들을 최대한 자신들의 개성을 살려 거침없이 까발린다. 언론에 기사화된 내용들은 물론이고 사건 뒤에 숨겨져 있는 실상이나 그 후의 진행 상황을 파헤쳐서 정치에 관심이 없던 청취자들까지 빠져들게 한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 등장하는 광대처럼 낄낄거리고 비틀면서 정치를 비꼬고 풍자한다. 리어왕은 “금년은 바보가 손해 보는 해/지혜 있는 사람이 바보가 되어/지혜를 쓰는 법도 잊어버려서/그들의 태도가 이상해졌네./금년은 바보가 손해 보는 해”라고 비꼬는 광대의 충고를 듣지 않고 바보처럼 딸들을 믿었다가 그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팟캐스트 국내 정치부문 1위에 이어 세계 정치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계속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나꼼수’는 이 시대 ‘정치 광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이렇게 정치 광대의 인기가 높으면 높을수록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죽이려 드는 권력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연산군 때 공길이라는 광대는 임금의 황음무도함을 풍자하는 놀이를 자주 벌였는데, 그 일이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옥에 갇힌 뒤부터 단식을 하는 이유를 묻는 연산군에게 그는 “논어에 이르기를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어버이는 어버이다워야 하며/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했는데,/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면/비록 창고에 곡식이 가득한 들/내 어찌 먹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대꾸했다. 그 말에 분노한 연산군에 의해 공길은 처참하게 매를 맞고 죽임을 당했다. 그의 이 짤막한 에피소드는 재능 있는 작가와 감독에 의해 연극 「이(爾)」와 영화 「왕의 남자」로 재탄생되어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정치가 죽을지 광대가 죽을지 지나봐야 알 일이지만 이번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보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모 한나라당 의원이 '나는 꼼수다'의 거친 표현에 문제가 있다면서 제재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방통위는 “딴지라디오와 관련해서 민원접수나 신고는 없었다”며 추후에 민원접수 하게 되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마치 누군가에게 빨리 민원 신고를 해야 ‘나꼼수’를 재제할 근거가 생긴다고 힌트를 주는 것 같다. 게다가 앱스토어나 팝캐스트의 심의도 검토하고 있는 게 확실한 듯 하니 리어왕의 광대가 들으면 “지혜를 쓰는 법도 잊어버려서” 그들의 태도가 이상해져 버렸다고 또 한 번 비꼴 듯 싶다. 바보라는 놀림을 받지 않고 현명한 정치를 하려면 ‘나꼼수’ 광대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텐데 눈 멀고 귀 막힌 정치인들이 과연 그렇게 할지 심히 걱정스럽다.

(10월 19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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