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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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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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7개월 만에 2백만 부를 돌파하며 프랑스와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분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레지스탕스 출신의 인권·환경 운동가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화제다.
 
“불법체류자들을 차별하는 사회, 이민자들을 의심하고 추방하는 사회, 퇴직연금제도와 사회보장제도의 기존 성과를 새삼 문제 삼는 사회, 언론 매체가 부자들에게 장악된 사회, 국가의 최고 영역까지 금권의 충복들이 장악한 사회, 금권이 전에 없이 거대하고 오만해진 사회, 은행의 주주와 경영진이 고액 배당과 연봉에나 신경 쓸 뿐 일반 대중의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회, 극빈층과 최상위 부유층의 격차가 역사상 가장 크게 벌어진 사회, 돈을 좇아 질주하는 경쟁을 극도로 부추기는 사회….”
 



권력에 영혼 판 일부 언론에도 분노해야
그가 분노하라고 외치는 프랑스 사회의 병폐들은 우리 사회의 병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거기에 덧붙여 최근 우리 대학생들의 최대 현안인 대학등록금과 청년실업, 열악한 보육환경, 고령화에 따른 노년 복지, 후퇴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 도덕적 해이를 넘어 불법과 타락의 극치를 보여주는 금융 사태가 그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공무원들의 부패와 비리, 재벌광고주와 권력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일부 언론 등 한국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갖가지 이슈들에 대한 분노가 전국 도처에서 들끓고 있다.
분명 이 책은 공정 사회를 향한 ‘정의’의 열망에 휩싸인 우리에게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무엇’에 대해 ‘어떻게’ 분노할 지 가장 중요한 화두를 적절한 시기에 던져 주었다.

최근 프랑소와 피용 프랑스 총리는 이 책에 대해 저자가 말하는 분노는 ‘분개를 위한 분개’라고 평가절하하며 선동성을 띤 책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사회에도 이 책을 그런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현 정권과 유착된 일부 보수 언론이나 정권의 친위대 역할을 하는 방송에서는 이 책에 대해 교묘하고도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저자가 얘기하는 분노가 우리 사회의 잠재된 폭력성을 유발시키지 않을까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 기존 질서의 수호자들이나 그 질서로부터 수혜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분노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또 다른 시각으로 분노하고 증오하고 적개심을 품기까지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폭력을 부추기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저자는 “폭력을 멈추게 하는 좀 더 확실한 수단”인 비폭력을 통해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그것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얘기한 분노란 저항을 품은 분노, 생산적인 분노, 창조적인 분노이다. 따라서 불의에 저항하는 분노란 불의의 대상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사회서 분노해야할 것 선명하게 제시
이처럼 민주주의의 가치와 비폭력 투쟁을 이야기하는 이 책이 2011년의 한국 사회에서 왜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을까?
아마도 분노의 표적을 잃은 채 혼란스러운 증오에 휩싸여 있는 우리에게 진정 분노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선명하게 얘기해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존 언론 매체들이 제때에 제대로 분노해 주었더라면 바뀌었을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94세의 외국인 노투사가 진지하고도 뜨거운 글로 우리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대안매체를 뜨겁게 달구던 수많은 이슈들에 대해 침묵하고 애매한 태도를 취했던 기존 언론매체를 대신해서 간단명료한 해법도  제시하고 있다.

분노해봤자 바뀔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시대상황이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잃지 않는 저자의 낙관성은 우리에게 일말의 희망을 준다. 과연 “분노하라, 그러면 바뀔 것이다”라는 희망은 유효한 것일까?

(*2011년 6월 22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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