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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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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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해를 보내는 송년 선물로 「인디언의 복음」이란 책에 소개된 '인디언 12계명' 가운데 마지막 계명을 보내 드립니다.

네 인생을 사랑하고 완성하라.
네 삶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라.
너의 힘과 아름다움을 기뻐하라.

이 아름다운 '복음'을 우리에게 알려 준 사람은 「시튼 동물기」로 유명한 어니스트 톰슨 시튼(Ernest Thompson Seton(1860년∼1946년)입니다. 



그는 뛰어난 화가였으며, 소설가였고, 동물연구가였습니다. 영국에서 태어난 시튼은 그의 가족이 캐나다로 이주해 온타리오에 자리를 잡자, 어려서부터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에 매혹되었습니다. 그의 유명한 동물소설인 「늑대왕 로보의 전설」은 그가 추격한 전설적인 늑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튼은 늑대를 가장 영리하고 숭고한 창조물로 생각한 끝에 자신의 별명을 '검은 늑대'라고 지은 뒤, 8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동물연구와 인디언의 삶을 재조명하는 데 일생을 바쳤습니다. 

우리 문명은 실패작이다.
논리적으로 결론을 어떻게 내리든지 그 문명은 한 사람의 백만장자와 백만 명의 거지를 만든다.
그 문명의 재앙 아래 완전한 만족은 없다.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이 여태 보아온 것 중에 가장 영웅적이고, 가장 신체적으로 완벽하며, 가장 영적인 문명을 지닌 사람들을 대표하여 말한다.
우리는 백인들에게 인디언의 메시지, 즉 인간됨의 교리를 내어놓는다.

이처럼 과격한(?) 관점에서 씌여진「인디언의 복음」은 백인들이 야만적이고 폭력적으로 묘사한 인디언들의 삶이 얼마나 훌륭한 것이었는가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백인들이 들어오기 전에 인디언들은 자연의 영들과 교감하며 지극히 종교적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교의 신을 섬기는 백인 선교사들에게 배타적이지 않았습니다. 한 백인 선교사의 설교를 듣고 난 인디언 추장 ‘붉은저고리’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습니다.

형제여, 우리는 당신네 종교가 당신들의 선조들에게 주어졌고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전해졌다고 들었다. 우리 또한 우리의 선조들에게 주어져서 그의 자녀인 우리들에게 전해진 종교가 있다. 우리는 그 방식대로 예배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받은 모든 은총에 감사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하나가 되라고 가르치며, 종교를 두고 다투지 말라고 가르친다. --중략--
형제여, 우리는 당신들의 종교를 말살하거나 그것을 빼앗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종교를 지키기를 원할 따름이다.

그러나 추장의 답변을 듣고난 선교사가 했다는 말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종교와 마귀의 역사 사이에는 어떠한 교제도 있을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손도 잡을 수 없다.

선교사의 눈에 비친 인디언은 우상과 마귀 숭배에 물든 미개한 원시인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인디언이 지상에서 가장 영적인 민족임을 이해했던 시튼은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인디언의 전설, 민담, 노래 등 방대한 자료를 동원했습니다. 그가 소개하는 인디언들의 영적 생활은 무척 고결하고 이타적입니다. 시튼은 ‘이들의 종교는 신학보다 더 건전했고, 이들의 정치는 정치학보다 더 성숙했다’고 탄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자연에 대한 인디언들의 삶의 철학과 태도입니다.

인간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여긴 인디언들에게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닌 자기 몸의 일부이자 형제자매였습니다. 그들은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자연을 이용했습니다. 그들은 그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심지어는 사냥감에게도 형제애를 지녔습니다. 자신이 사냥한 들소나 사슴에게 용서를 구하는 기도의 노래는 참으로 진실하고 경건합니다.

작은 형제여, 너를 죽여야만 해서 미안하다. 그러나 네 고기가 필요하단다. 내 아이들은 배가 고파 먹을 것을 달라고 울고 있단다. 작은 형제여, 용서해다오. 너의 용기와 힘 그리고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하마.

한편 시튼은 인디언의 용맹성도 최고로 꼽았는데, 그가 쓴 위대한 전사와 추장들의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입니다. '검은 매', '미친 말', '앉은 소', '제로니모'.....이 영웅적 전사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험난한 황야를 달렸을까요?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신성한 영혼과 대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시튼은 이 책에서 단호하게 말합니다.

백인의 문명은 실패다.
명명백백하게 돈에 대한 광기가 그 모든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는 이같은 것이 인디언들 사이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시튼의 말과는 달리 인디언의 문명은 자취를 감췄고, 그들을 정복했던 백인의 문명은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시튼의 경고를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는 것은 그가 백인 문명을 향해 던졌던 질문이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인디언을 정복하기 위해 사용한 탐욕과 배타와 파괴의 어두운 이념들이 아직도 우리의 삶 곳곳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둠에 대해 사랑과 용서의 밝은 메시지를 전하는 '인디언의 복음'이 아직도 우리 가슴을 울리기 때문입니다.

조상의 위대한 영이여, 이것이 저의 기도입니다.
저로 하여금 당신의 음성과 인도를 느끼게 하옵소서.
저를 미워하는 사람에게도 제가 바른 사람이 되게 하시고,
언제나 친절한 사람이 되도록 저를 도와주소서.
저의 적이 약하고 비틀거리면 그를 용서할 수 있게 해 주소서.
그가 항복하면 그를 약하고 곤궁한 형제로 도와줄 마음이 들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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