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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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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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밤,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오는 순간 TV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잠시 넋을 잃었습니다.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 흘러 나오는 <네순 도르마 Nesun Dorma>란 노래 때문이었습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타타르의 왕자 칼라프가 부르는 노래. <공주는 잠 못이루고>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아리아. 핸드폰 판매원이었던 폴 포츠가 불러서 전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고, 그를 일약 유명한 성악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노래죠.

내 가슴을 파고 든 노래의 주인공은 올해 서른세 살의 김승일 씨. 7년간 야식을 배달하던 청년이었습니다.


동영상 출처 : http://netv.sbs.co.kr/sbox/sbox_index.jsp?uccid=10000590960

그의 온몸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저는 한동안 TV 앞에 멈춰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연자들의 성악 지도를 위해 출연한 김인혜 교수도 할 말을 잃은 듯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마침내 그를 끌어안더군요. 그리고 ‘세계적인 음색이다, 놀랍다, 살이 떨린다!’며, ‘가르치는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장차 성악의 라이벌로서 바라본다.....내 제자와 라이벌을 붙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랑 라이벌을 해보자는 것이다'는 말로 최대의 찬사를 보냈습니다.

소녀시대의 윤아 역시 “들을 때부터 소름이 돋았다. 이유 모르게 눈물이 난다”며 눈물을 흘렸고, 수영은 “소녀시대 연습생을 거쳐 이 자리에 왔는데, 지금 이 순간 김승일 씨를 보니 너무 쉽게 가수가 된 것 같아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저 역시 그의 노래를 듣는 순간 가슴에서 알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이 치솟아 오르더니 ‘빈체로~ 빈체~로~’하면서 아리아의 마지막 소절을 부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토록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와 재능을 가진 그는 왜 그런 재능을 뒤로한 채, 야식배달을 해야만 했을까요?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해 성악가가 되려는 꿈을 안고 한양대 성악과 1학년을 다니던 그는 갑작스런 어머니의 뇌출혈로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성악하는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늙고 허약한 몸인데도 일을 계속해야만 했고, 결국 무리한 나머지 뇌출혈로 사망한 것입니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는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대학교를 중퇴한 뒤 그는 택배, 퀵 서비스, 노점상, 나이트클럽 삐끼 등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다 지금은 야식배달 업체에서 7년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혹시라도 노래가 다시 하고 싶어질까봐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모태신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에도 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슴에 남아 있는 음악에 대한 한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남 앞에서는 절대 노래를 부르지 않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달릴 때나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는 노래를 불러 가슴의 한을 쏟아냈습니다. 

그 한은 야식집 사장님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그의 핸드폰에 녹음된 노래를 우연히 듣고 감동을 받은 사장님이 <스타킹>에 신청을 해서 숨겨져 있던 그의 목소리를 우리가 듣게 된 것입니다. 

<스타킹>에는 수많은 사연을 지닌 예능인들이 나옵니다. 그들은 숨겨져 있던 춤과 노래와 갖가지 재능을 펼쳐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울리고 웃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출연자 중에서 김승일 씨처럼 저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아프게 한 출연자는 없었습니다. 

제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린 이유는 꿈을 포기하고 10여 년이나 노래를 부르지 않고 살아 왔다는 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도 오로지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는 그의 효성스런 마음이 제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자기와 함께 노래를 부르던 친구나 선후배들은 화려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어두운 거리를 헤매며 반주도 없이 홀로 소리치며 노래를 불렀을 그의 아픔이 제 가슴을 찔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숨기려해도 아름다운 꽃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 타고 난 예술가의 재능은 만리를 갑니다. 전 김승일 씨가 어느 성악가보다 뛰어난 목소리와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다고 봅니다. 다만 그 좋은 연장을 오랫동안 묵혀 두었으니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갈고 닦으면 금새 빛나는 수확을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어머님이 정말 원하시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승일씨가 기가막힌 재능을 활짝 피우는 것이다."는
김인혜 교수의 말씀처럼 돌아가신
어머니는 승일씨가 성악가로써 무대에 서는 모습을 하늘나라에서도 응원하고 계실 겁니다. 

김승일씨가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벗어던지고, 성악가의 꿈을 향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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