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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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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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헨리 라이더 해거드의 「그녀」는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줄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L. 호레이스 홀리는 길다란 팔에 기형적이고 추한 외모에 돈도 가족도 없이 사람들에게 따돌림받고 외롭게 살아가는 사내입니다.

고생 끝에 대학을 마치고 연구원 자리를 얻어 평생 책 속에나 파묻혀 살려는 그에게 유일한 친구인 빈시 노인이 찾아와 이상한 제안을 합니다. 자신의 어린 아들을 맡아 기른 뒤, 스물다섯 살이 되면 집안의 비밀이 들어있는 철궤를 보여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밤 빈시는 덜컥 죽어버리고, 엉겹결에 그의 아들 레오를 떠맡은 홀리는 정성을 다해 기릅니다. 그리고 마침내 스물다섯이 된 레오와 함께 철궤를 열자, 그속에는 놀랍게도 레오의 선조와 아프리카 늪지대 어딘가에 숨어있는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신비의 여왕에 대한 글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레오의 선조는 칼리크라테스라는 그리스 혈통의 남자로 이천여 년 전 이집트 이시스 여신의 사제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순결의 의무를 어기고, 자신을 사랑하는 이집트 왕녀 아메나르타스와 함께 달아납니다.

아프리카 동부 해안에서 폭풍을 만나 난파한 두 연인은 어느 바닷가에 도착해 그곳을 지배하는 여왕의 구원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하지만 그 여왕이 칼리크라테스를 사랑하게 되어 비극이 싹틉니다. 여왕은 아무리 유혹해도 아내에 대한 사랑이 흔들리지 않는 칼리크라테스를 죽이고 맙니다.

아메나르타스는 간신히 그곳을 탈출해 그리스로 건너가 아기를 낳습니다. 칼리크라테스와 아메나르타스의 후손은 그 후 복수를 꿈꾸며 유럽일대를 떠돌다 마침내 영국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겁니다.

호기심이 동한 레오는 선조의 흔적을 찾아 탐험을 떠나자고 홀리를 설득한 끝에 선조가 조난 당했던 아프리카 동부 바닷가에 표착합니다.

그들은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가 토인 아마하가 족의 환대를 받습니다. 그들은 추장 빌라리로부터 '만물의 복종을 받는 여인'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토인들과 며칠 지내는 사이 레오는 토인처녀 우스텐의 구애를 받고, 레오도 아름다운 우스텐에게 마음을 엽니다. 우여곡절 끝에 일행은 며칠 뒤에 깊은 동굴로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무려 이천 년 동안 젊음을 유지한 채 살고 있는 '그녀'를 만납니다.

그녀는 바로 선조를 사랑했던 그 여왕이었습니다. 남자라면 누구든 얼굴을 보기만 해도 사랑에 빠질만큼 아름다운 '그녀'는 불로불사의 몸과 수천 년의 지혜를 가지고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남자 칼리크라테스의 환생을 기다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기다리던 존재가 바로 레오였음이 밝혀지고, 여왕은 레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겠노라 제안하며 그의 사랑을 원합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여왕은 신비한 불길에 휩싸여 쭈글쭈글한 원숭이의 모습으로 죽게 됩니다.

출처 : http://sc2.ygosu.com/starlife/%3Fm2%3Dm...best%3DY

1886년에 출간되었으니 120년을 훌쩍 넘은 옛날 책이지만, 이렇듯 한 번 손에 들면 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작가 H.라이더 해거드는 1856년 6월에 변호사였던 윌리엄 해거드와 아마추어 작가였던 엘라 해거드의 10남매 중 여섯 번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남달리 신기한 이야기와 문학에 심취하며 청년으로 성장한 해거드는 1875년에 아프리카 나탈의 부총독인 헨리 벌러 경의 휘하로 들어갑니다. 그 무렵에 남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원주민들의 풍습을 체험하고, 원주민 여성과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물섬」보다 더 재미있는 소설을 쓰겠다는 각오로 쓴「솔로몬의 동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통에 그는 일약 유명해졌습니다. 그후 구체적인 구상도 없이 불멸의 사랑을 간직한 불멸의 여인만을 생각하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최면에 걸린 듯한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이 소설을 써나갔다고 하는데 스토리의 초점은 칼리크라테스와의 못다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이천 년을 동굴에 은거하며 기다려 온 '그녀'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아샤'라는 이름의 그녀는 아름답고 재치있고 명석하며 지혜롭습니다. 한 남자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한 채 자아도취, 엄청난 학식과 지혜, 자연의 힘을 부리는 절대적 능력을 한몸에 갖춘 신비의 여인 아샤는 엄청난 카리스마와 아름다움을 과시하며 매혹과 공포의 상반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영원히 젊고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평범한 여성들이 누구나 꿈꾸면서도 이룰 수 없는 욕망이 그녀에게서 거침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그런 여인이 되고 싶다고 꿈꿀 수도 없고, 남성들은 무의식적 욕망 속에서 그런 여성을 원하면서도 두려워합니다. 이 소설은 특히 강력한 여성 지배자에 대한 남성들의 무의식적 욕망을 통찰력 있게 그려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백인 중심, 남성 중심, 유럽 중심의 문명 세계에 들어가 그 질서를 파괴하고 절대적 권위를 갖는 여성으로서의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그녀」라는 원래 제목보다「동굴의 여왕」이라는 우리식 제목이 더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 즉시 각색되어 연극무대에 올랐습니다. 

또 1899년 멜리에스 감독이 「불의 기둥」이란 제목으로 영화화한 이래 여러 다른 버전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 속에 들어 있는 풍부한 상징성 때문에 프로이트와 융에 의해서 재평가되기도 했습니다. 또 C.S. 루이스, J.R.R. 톨킨, 헨리 밀러, 조셉 콘래드, D.H. 로렌스 등의 뛰어난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작가 스스로도 소설 속에 담긴 거대한 비유의 의미를 모두 이해할 수 없다고 고백한 이 소설은 신비하고 강렬한 불멸의 사랑과 아름답지만 두렵고 무서운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잠재된 무의식을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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