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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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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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건대 해롤드 켈리 교수의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합니다.

경제학 수업을 듣는 MIT 공대생들에게 조교가 들어와 교수님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신입강사가 수업을 할 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강사소개서를 주며 수업 후에 평가서를 작성해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을 몰래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강사소개서를 주었습니다.

1. "OOO씨는 MIT 경제사회과학과의 대학원생이다. 그는 다른 대학에서 3학기 동안 심리학을 가르쳐본 적이 있으나 경제학을 가르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6세로 군대를 제대했으며 기혼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마음이 따뜻하고 성실하며 비판적이고 실무에 밝으면서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2. "OOO씨는 MIT 경제사회과학과의 대학원생이다. 그는 다른 대학에서 3학기 동안 심리학을 가르쳐본 적이 있으나 경제학을 가르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6세로 군대를 제대했으며 기혼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마음이 차갑고 성실하며 비판적이고 실무에 밝으면서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두 강사소개서의 차이는 '따뜻하고'와 '차갑고' 단 하나의 단어였습니다. 수업이 끝난뒤 학생들로부터 강사평가서를 받았는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강사를 '따뜻한' 사람으로 소개받은 그룹은 대부분 그를 마음에 들어했고 '친절하다, 타인을 배려한다, 격의 없다, 사교적이다, 인기 있다, 유머감각이 있다, 인간적이다' 등의 단어로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차가운' 사람으로 소개받은 그룹은 대부분 그를 좋아하지 않았고 '자기중심적이다, 딱딱하다, 붙임성이 없다, 화를 잘 낸다, 유머감각이 없다' 등의 단어로 묘사했습니다.

단어 하나에도 생각이 흔들릴 수 있는 이런 심리적 취약성에 대해 심리학자 프란츠 엡팅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진단적 안경'(diagnostic glasses)'을 낀다.

학생들은 소개서를 읽자마자 강사에 대한 진단을 했고, 그 후에는 자신이 쓴 '안경'에 맞지 않는 사실들은 아예 보지도 못한 겁니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은 선입견이나 이미지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에 의해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스웨이(Sway)’- '동요하다, 흔들리다, 지배하다, 권력을 휘두르다' 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거나 판단을 내릴 때 자신도 알지 못하는 심리적인 힘에 흔들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게 바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입니다.



이 책에서는 '스웨이'를 일으키는 여덟가지의 심리적 유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손실회피'입니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손실을 봤을 때 따르는 고통을 훨씬 더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그 경험을 피하려 한다는 겁니다.

두번째는 '집착'입니다. 한번 판단이 내려지면 거기에 강하게 집착하는 일명 '똥고집'을 말합니다. 이 집착은 개인의 선택 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과 같은 국가 단위의 의사결정에서도 작용합니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가치귀착'과 '진단편향'입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취향이 객관적 사실보다 우선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여러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고 남성들에게 설문을 한 결과, 예쁜 여성 사진을 본 남성 참가자들은 '붙임성 있고 침착하며 유머 감각이 있고 사교적 수완이 있는 여성'이리라 진단했습니다. 그보다 인물이 떨어지는 여성의 사진을 본 남성 참가자들은 '내성적이고 대화를 어색해하며 지나치게 진지하고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람일 거라고 진단했습니다. 남성 참가자들은 일단 선입관을 굳힌 다음에는 그 여성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다섯번째는 '피그말리온 이팩트'로 더 자주 불리는 '카멜레온 효과'. 이 단락의 부재는 "가슴이 뛰어서 사랑인가, 사랑이라서 가슴이 뛰는가"입니다. 보통은 사랑에 빠지면 가슴이 뛰지만, 가슴을 뛰게 만드는 상황을 먼저 만든 다음 대상을 만나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마인드 콘트롤과 같은 자기 암시를 통해 긍정적 자기 계발을 하는 것도 이런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여섯번째는 '절차적 정의'. 사람들이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정의와 공정성에 큰 비중을 둔다는 것입니다. 정의에 관해선 제 블로그에서도 얼마전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일곱번째는 '이타중추'와 '쾌감중추'의 줄타기. 조건 없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발적 봉사를 요청하는 것과, 거기에 대해 물질적 보상을 연계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집단동조'. 집단이 의사 결정을 할 때 반대자가 없으면 나서지 않고 동조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집단에는 아이디어를 내고 분위기를 이끄는 '주도자(initiator)'와, 부정적 의견을 내는 '차단자(blocker)'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집단은 차단자를 싫어하지만, 그 차단자가 주도자의 의견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나 집단동조되어 의견이 한쪽으로 편중되는 것을 막아주는 긍정적 역할도 한다는 겁니다.

이 책의 저자인 오리 브래프먼과 론 브래프먼 형제는 순간순간 인간이 선택하는 많은 것에는 이러한 심리적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풍부한 사례분석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을 흔들어대는 '스웨이'의 힘은 개인은 물론이고 인간의 역사와 문화, 정치 상황까지 바꿔버릴 정도로 강력합니다. 이렇게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는 최고의 전략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존재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진단적 안경'으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차분히 ‘대기 시간’을 갖는 것,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결정을 내리거나 선택을 할 때 ‘당사자를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 또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 못지않게 ‘반대자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쉴 새 없이 마음이 흔들리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에 그 선택이 '스웨이'에 이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 있다면, 잘못된 흔들림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와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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