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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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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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작가의 중앙일보 7월 3일자 인터뷰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군요.

그 기사 중 특히 인터넷에 대해 언급한 말들이 네티즌들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 문제를 언급하던 중에 이런 말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출처 : http://akdong2k.tistory.com/242

“사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의 ‘쌍방성’에 대해 집단적 오해가 있는 것 같다........쌍방성을 누리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다수는 일방적인 선전 선동의 대상으로만 존재한다.......(그 극소수는)
이데올로기를 가진 소수, 메커니즘을 잘 이용하는 소수다.......흔히 인터넷이 집단지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오히려 집단최면이다. 심하게 말하면 집단사기, 집단선동이다.”

그러한 집단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그들이) 부메랑을 맞게 될 때 정화 효과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흥기와 패퇴는 상당 부분 인터넷 때문이다. 그가 죽은 이유도 인터넷 때문이라고 본다. 신문 시대였다면 그렇게까지 안 됐다고 본다. 부메랑에 맞은 거라고 생각한다.”

노전대통령의 사망이 인터넷의 부메랑을 맞았기 때문이고, 모두들 그 부메랑을 당해봐야 정화가 될 것이라는 얘기죠. 그런데 그렇게 정화되기를 기다려 왔는데 아직 정화되지 않고 있으니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재 인터넷에 적용되는 모욕죄, 명예훼손죄 등은 만들어질 때의 상황이 지금과 전혀 다르다.......내 경우 인터넷으로 명예가 훼손됐을 때 매번 고소했다면 19번쯤 됐을 거다. 하지만 변호사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소송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소송을 통해 받아낼 수 있는 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소송을 하고 싶지만 소송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에 대한 그의 원망은 계속됩니다.

“적대감이 상승하면 적 개념이 확대된다. 예전에는 나하고 직접 치고받은 사람만 적이었다면, 나중에는 내 편에서 함께 싸우지 않고 가만히 있던 사람도 적이 된다.”

이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보면 그는 네티즌들을 집단사기나 집단최면에 능한 몇몇 극소수의 농간에 놀아나는 어리석은 군중으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게 놀아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적이며, 자기가 당한 만큼 복수를 해서라도 정화시키고 싶은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가 왜 이처럼 인터넷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가진 걸까요?

그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 지성인이자 인기소설을 쓰던 소설가로서 오랫동안 최고 문인의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7, 80년대의 젊은이들은 그가 썼던 수많은 소설들에 열광하고 그 저자를 찬미했습니다. 7,80년대 문인 사이의 진보와 보수 논쟁이 있었지만 그것은 지식인들끼리의 문학적 논쟁이니 그에게 깊은 상처나 증오심을 심어주지는 않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그를 따르는 수많은 애독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독자들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책 장례식' 사건 아니었나 추측해 봅니다. 하루아침에 독자들에게 외면 받으며 자신의 책이 불 태워지는 충격적인 사건은 존경받는 소설가였던 그에게는 너무도 견디기 힘든 상처였을 겁니다.

실제로 그는 2004년도에 <신들메를 고쳐매며>란 산문집의 출간을 다룬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 책을 불태운 놈들은 사람도 산채로 땅에 묻을 수 있다”고까지 증오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 책에서 그는 오늘날의 일부 지식인들을 ‘하류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로 규정하고, 인터넷을 ‘타락한 광장’으로 비유했습니다. 그 ‘타락의 광장’을 조종하고 있는 사람들을 '탈레반'에 견주기도 했습니다.

이번의 인터뷰 발언은 그가 여전히 네티즌들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극도의 증오심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본인의 책이 불태워지는 끔찍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그런 감정에 휩쓸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만을 토대로 인터넷 문화 전체를 집단사기나 집단선동으로 평가하는 것은 너무도 비이성적 발언입니다. 자신의 아픔과 분노는 개인적인 것입니다. 내가 당했다고 모든 네티즌들이 극소수 선동분자들에게 놀아나는 어리석은 군중들이며, 이성적이지 않은 집단최면에 걸린 무리이며, 그들을 끌고 가는 것은 사기꾼들 아니면 선동꾼들이라는 표현은 지나칩니다.

물론 인터넷은 완전한 공간이 아닙니다. 스펨메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사생활 침해, 인격모독, 명예훼손, 해킹, 온라인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메일, 인터넷 뱅킹, 전자상거래, 블로그, 포털, 메신저, 트위터, 페이스북 등 현대 생활에 필수불가능한 기능과 새로운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것은 정보화 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전세계적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입니다.

인터넷은 개방성이 생명입니다. 소수 언론의 정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대중들이 이제는 수많은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정보를 얻고, 판단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네티즌들은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기만 하는 어리석은 군중이 아닙니다. 

독자적으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분석하고, 스스로의 생각으로 토론도 하고, 댓글을 달기도 하고, 글이나 동영상을 퍼나르기도 하며 참여를 하는 것이 인터넷 세대의 특징입니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누구의 선동에 끌려 다니는 최면 걸린 군중이 아닙니다.

저도 최근에 인터넷의 세계에 뛰어들어 블로그도 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하면서 수많은 네티즌들과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서 제가 느낀 것은 너무도 많은 네티즌들이 각각의 영역에서 너무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발견이었습니다.

그들은 극소수의 선전에 놀아나는 우매한 '집단'이 아니라 각자의 지식과 전문성을 가지고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통해서 삶을 풍성하게 가꾸고 자신의 사회적·문화적 욕구를 표현하고 있는 '개인'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고, 새로운 소통의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들 중에는 저와 의견이 다른 분들도 있었고, 때로는 욕설과 과도한 표현으로 저를 화나게 한 분도 있었지만 그 경험 또한 저의 생각을 되짚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네티즌들 중 이문열씨의 생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 중에 과도한 표현으로 님에게 깊은 상처를 준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의견이 맞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집단적인 목소리를 낼 수도 있었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들 모두를 ‘타락한 광장’의 전체주의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인터넷 문화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발언입니다.

권유하건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의 풍부한 감성과 지성인의 성찰로 디지털 문화를 다시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을 열고 네티즌들과 직접 소통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여전히 님을 괴롭히고 있는 '무력감'으로부터 벗어나, 이 시대의 문인으로서 독자들의 사랑을 되찾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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