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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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연극, 영화의 예술현장에서 배우로, 작가로, 연출로, CEO인 국립극장장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살아 온 제가 예술과 인생에 대해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는 만남의 공간입니다.
by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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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하다보니 많은 분들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배웁니다. 얼마전에 IT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가 소개해 준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고?(Is Google Making Us Stupid?)>라는 도발적인 부제가 붙어 있는 <인터넷이 인간 두뇌에 저질러 놓은 것들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이라는 글입니다.   

  IT산업의 붕괴를 에언한「빅스위치(Big Switch)」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가 미국의 
시사잡지인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의 2008년 여름호에 게재한 글인데, 아주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합니다. 

그 글에서 저자는 
인터넷이 수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찾을 수 있도록 인간에게 도움을 주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사고력이 감퇴한다는 점을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 경고의 주인공으로 세계 제일의 검색 엔진인 '구글'을 선택했습니다. 

구글은 세계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해 누구나 쉽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의 모든 정보를 인간의 뇌나 인공두뇌에 직접 연결시키는 차원의 인터넷 혁명을 꿈꾸고 있습니다.





저자는 구글로 대표되는 인터넷의 위험성은 인간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을 오로지 기계적 과정의 산출로만 보는 데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인터넷은 인간의 두뇌를 '초고속 정보처리 기계' 정도로 본다는 겁니다.

미국 미시간 의대 병리학과 교수인 브루스 프리드먼은 인터넷이 어떻게 자신의 사고 습관을 바꾸어 놓았는지 고백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짧은 문장의 자료들을 훑다보니, 사고가 '스타카토'(staccato :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것)형이 되어버렸다.

나는 이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같은 장편소설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잃었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예로 들면서,
구글이 이끄는 세계에는 깊은 사색에서 나오는 '경계의 모호함' 따위는 들어설 여지가 없다주장합니다. 컴퓨
터 프로그램에서 '모호함'은 사색의 통로가 아니라, 고쳐야 할 결함으로 간주된다는 것입니다.

또 구글을 비롯한 수많은 인터넷 업체들은 이용자가 인터넷 망을 옮겨 다니는 속도가 빠를수록, 즉 우리가 더 많은 링크를 클릭하고 더 많은 페이지를 찾아 볼수록 수익이 커지고 고객에 대한 통제력도 높아집니다.

저자는 "이들이 제일 꺼리는 것은 한가롭게 한곳에 머물러 천천히 읽어내려 가거나. 골똘히 사색에 잠기는 사람"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 인터넷에 길들여지다보면 '팬케이크형 인간'(pancake people)'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즉 인터넷을 통해 폭넓은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사고의 틀이 얇고 납작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겁니다.
 




이 글을 보면서 '
나는 어떠한가?' 하고 돌이켜봤습니다.

예전의 저는 서가에 책들을 쌓아 놓고 독서를 했습니다. 노트나 백지를 앞에 놓고 '사유'하고 '성찰'하며 글을 쓰고, 수많은 '모호한' 문제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친구나 가족에게 자필로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기도 했지요. 

하지만 인터넷이 저의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저도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를 켜는 일입니다. 일을 하거나, 메일을 하거나, 뉴스를 보거나, 글을 쓸 때도, 언제나 인터넷은 제 곁에 있습니다.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일도 컴퓨터를 끄는 일이지요.  

뒤늦게 배운 인터넷을 통해 세상의 모든 지식을 검색해서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료를 찾으러 힘들게 도서관이나 서점을 찾아 해매야 했던 몇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해졌습니다. 자필로 쓴 편지 대신 이메일을 보냅니다. 10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었던 현상입니다.

저는 이러한 편리함 때문만이 아니라 '블로그'를 하면서 더욱 인터넷과 가까워졌습니다. 인터넷은 저에게 지식과 정보의 강력한 힘을 줄 것이고, 블로그를 통한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경고한 인터넷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무관심할 수가 없군요.
 지식과 정보력을 얻었지만, 저도 모르게 '사유'나 '성찰'이라는 단어로부터 멀어진 건 아닐까 반문해 봅니다.


전에 나는 '언어의 바다'를 탐색하는 스쿠버 다이버였다.

헌데 지금은 제트 스키를 타고서 '정보의 바다'를 스치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저자가 경고했듯이 저도 언젠가 이런 탄식을 할 '바보'가 되지 않을 거라고 누가 보장하겠습니까?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제트스키를 타고 이곳 저곳 스치고 다니기만 하고, '언어의 바다' 깊이 잠수하는 '사유'와 '성찰'을 잃어버린 '펜케이크형 인간'이 되지 않으리라고 어찌 장담하겠습니까?


인터넷의 힘, 검색의 힘, 링크의 힘을 적극 활용하되, 동시에 사유와 성찰의 힘도 길러야 하지 않을까 자문해 봅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환경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동일 것입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시간을 좀더 사색적이고, 좀더 성찰적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컴퓨터를 꺼놓고「전쟁과 평화」도 읽고, 명상에도 잠기고, 스스로 고민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과연 '바보'가 되는 걸 막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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